생명연습 - 김승옥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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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시리즈중의 첫번째인 김승옥 작가님의 중단편집 "생명연습"이다.
10개의 중단편이 실려있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라 각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제일 처음 나오는 "생명연습"은 다양한 사람들의 자기세계를 보여준다.
자신의 생식기를 자른 전도사도 나오고,
사랑하는 여자를 버릴 명분을 만드는 사람,
다른 남자들을 만나는 엄마를 죽이고 싶은 아들등
이해가 될 듯, 되지 않을 듯한 이야기였다.
아마 이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끊임없이 자기세계를 만들고, 살아가고, 살아내는 것이
생명연습의 과정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무진기행"은
그야말로 읽는내내 안개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였다.
그곳 무진에서 그가 느끼고, 본 것들은 그에게 무엇이였을까?
그는 무진으로 떠난 것인가? 무진에서 돌아온 것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묘한 분위기가 참 독특했다.


또 하나의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서울 1964년 겨울"이였다.
죽은 부인을 실험용으로 넘기고 받은 돈 4000원.
처음에는 "뭐? 4000원" 했는데 1960년대 초반이였으니까.
남편은 그 돈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밤새 술을 먹고, 돌아다니며 다 써버리는 것이 목적이였다.
아니 기껏 아내의 죽음을 대신해 받은 돈으로 흥청망청 써버리나 싶었는데
결국 그는 다음 날 죽었다.
아마 처음부터 죽을 생각이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서둘러 도망가기 바쁘다.
아마 그들은 자신의 원래 생활을 돌아갔겠지.


"야행"은 낯선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계속해서 다른 남자들을 찾아헤매는 그녀이야기.
낯선 남자의 성폭행이 원인이였는지, 남편과의 생활에서 일탈이였는지.


전체적으로 무엇인가 깔끔하게 해결되거나 정리되는 인물들이 없다.
1960년대 초반의 이야기라 그런 것인지,
20~30대 혼란스러운 청년들의 이야기라 그런 것인지,
놓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극복할 수가 없다.
불쌍하고 답답하고 찌질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들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1960년대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그 시대의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이야기들이 간결하면서도 자꾸 들여다보게 만든다.
아마 이것이 김승옥 작가님의 힘인 것 같다.


'하나의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이 한마디로 얼마나 기막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과정속에서 번득이는 철편이 있고, 눈 뜰 수 없는 현기증이 있고,
끈질긴 살의가 있고 그리고 이 마음을 쥐어짜는 회오와 사랑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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