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박은지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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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결혼 하기 몇 년 전 아는 친구가 호주로 유학을 다녀온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르던 고양이를 맡아줄 곳이 필요했다.

결국 2년간의 유학기간 탁묘처로 내가 나섰다. 


처음 마주한 녀석들(샴고양이와 코리안숏헤어)과 난 참 어색했다.

잔뜩 긴장한 채 녀석들은 소파 밑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물론, 내가 회사에 출근해버린 이후 그들만의 세상을 보냈으리라.


일주일 후, 결국 우린 서로 눈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들은 내 곁을 어슬렁거렸다.

우린 그렇게 시작했다.


결론은, 2년간의 탁묘 이후 참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좋았다는 추억이다.

나름 고양이를 잘 키워보고자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영화를 찾아보고, 카페도 가보며 서로 용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지금 내 인생 반려자가 아니라면(왠지 무척 동물을 싫어함),

난 아이들과 함께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에세이.

'어느날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부제는 내가 미쳐 몰랐던 고양이와 삶에 관한 이야기.


리드리드출판에서 펴냈고, 글과 사진은 박은지 씨가 담당했다.

저자는 사회생활의 첫 발을 반려동물 잡지에서 근무했다.

이제는 반려동물 잡지 매거진P와 매거진C에 동물문화 에세이를 기고하며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길고양이에 관한 책이다.

우연히 마주친 길고양이의 험난한 여행의 삶을 기록한 일기와도 같은 글.

저자는 우연히 마주치는 길고양이들의 삶에서 인간의 삶을 느낀다.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며 이상한 사람들로부터 해꼬지를 당하고,

'난 뭘 훔쳤길래 도둑고양이라고 불리지?'라는 억울함을 안고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험한 여정을 고요히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사랑에 빠진 저자.


우연히 마주친 길고양이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짧은 에세이.

단순히 이쁜 고양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인생을 담아 적는 글.

나름 긴 여정을 보낸 나도 잠시 상념에 젖는다.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저자소개를 보니 역시.

영남문학 단편소설 신인상, 제1회 카페문학상을 받았다.

여기에 유명 정부기관에서 외부기자로 활동하기까지. 부럽다.


책에서는 간간히 소개하는 길고양이 사진만 바라봐도 흐믓하다.

젤리같은 말랑말랑한 분홍코와 발바닥이 좋다.

흑백의 멋진 턱시도, 황갈색 호랑이 줄무늬가 있는 길고양이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과 길고양이 사이에도 촘촘한 인연의 끊이 있는 것 같다. 같은 도시에서 같은 길을 딛고 살아가고 있으니 그건 좋으나 싫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행운이지만, 그렇지 못한 일이 아마도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말했던 것 처럼, 길들여지는 것은 두려움의 연속이다. 저자 역시 길고양이와의 밀당처럼 손내밀고 그들을 반겨보려 하지만 언제나 적당한 사랑의 거리를 내보이는 길고양들.


무수히 받은 상처속에서 길고양이가 터득한 삶의 한 방법이리라.

저자 역시 사랑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사랑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큰 기대도 없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세, 그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자체를 바라볼 뿐이다. 


책에서 저자는 길고양이 수명이 3~4년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활동했던 카페에서 이런 내용에 관해 논쟁이 있었다. 인간의 삶속에서 버티는 힘겨움의 시간이란 것이다. 원래 10여년을 살아야하는 길고양이가, 도심의 황폐화된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힘겹게 버티는 3~4년이 어찌 수명이 될 수 있는가?


저자는 참 담담하다. 아기 고양이의 성장기를 바라보고, 카페 밖의 삼색고양이를 지켜보는 일. 치킨집 아주머니와 고기 덩어리 하나로 실갱이하는 꼬리를 빳빳하게 세운 고양이를 무심한 듯 지켜본다. 자신의 삶 속에 길고양이와 함께하는 사랑을 키워내고 있음을 시나브로 지레짐작케 하듯이.


"힘을 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배우는 건 어쩌면 혼자만의 힘으로 단단하게 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일종의 빚을 지는 일이라 나는 여겼고, 어떠한 신세도 지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그리고 때로는 그게 도리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p36)


다행일까?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애묘인 카페에서 만났다. 온라인 모임이 정모가 되고, 어느새 고양이 사진전을 열고,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적당한 거리감. 어쩌면 길고양이에게도 자유를 위한 사적거리가 아닐까 싶다.


"내 구구절절한 사연에 담긴 괴로움의 무게에 대해 조금도 나눠 가져주지 않을 것 같은 무심한 눈빛을 가진 존재에게만, 오히려 더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때가 있잖아. 그래, 너무 가까이 오지 않아도 괜찮아, 내 목소리가 닿지 않을 만큼 너무 멀리만 가지 말고, 그 거리면 딱 좋겠어."(p108)


길고양이의 로드킬이 문제된 적이 있다. 도심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데, 그들이 따스한 곳을 찾아 헤메다 아파트변압기를 건드려 정전과 화재가 생긴다는 뉴스에 또 안타까운 보금자리를 빼앗겨야한다. 인간과 공생은 멀어져 간다.


다행하게도 강풀 웹툰작가의 바라처럼 강동구청은 TNR(중성화)를 시키며 공생을 위한 길고양이 밥챙겨주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강동구는 반려동물 축제도 열고, 유기묘와 유기견을 위한 보호시설과 적극적인 입양운동을 펼치고 있다.


저자 역시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속에서 그들의 삶이 우리와 다름을 이야기하며 이러한 책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함께 살아가기를 말하는지도 모른다.

공생, 누가 도시의 주인이란 말인가? 이미 자연속에서 살던 동물을 인공구조물로 가두고 사육하며, 고작 놀잇감으로 여기는 도시인들과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때문에 힘든 일도 많다.


오늘 하루, 못된 상사의 언제든지 지속가능한 꼬투리잡기와 야단치기, 기를 팍 죽이는 품행이 바로 자신의 위치인 양, 맘껏 갑질에 즐겨운 하루를 보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퇴근하는 뒷 모습에 겨우 힘겨움을 참아내야했던 하루.


그나마 길고양이를 마주치며 그들의 삶 역시 힘겨웠고, 수 많은 인간들에게 상처받은 모습으로 고단함을 이겨내느라, 항상 눈칫껏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통해 어쩌면 저들의 힘겨움이 지금의 내 삶의 무게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모두 안락한 침대 위에 안착할 수 있을지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곁눈질하다가, 때로는 그들에게 다가갈까 망설이고는 이내 그만두기로 한다. 그들이 짊어진 세계는 그렇게 홀로 외로울 수 밖에 없도록 빚어져 있으므로, 다만 그들의 묵직한 괴로움도 오늘 밤 안녕히 잠들기를 바란다. 부서진 행성의 파편이 굴러다니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를 것 같아서."(p207)


난 그나마 개묘라는 샴고양이를 마주한 덕분일까? 터벅터벅 들어선 집안에선 샴이 반겨주고, 코숏은 저 멀리 책장위에서 나를 굽어보며 반겼다. 

나 역시 궁디팡팡으로 녀석들을 반기며 하루의 일상을 보고하고, 레이저로 함께 놀며 하루의 고단함을 잊으려 애쓰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났다.


길고양이와 사랑과 상처, 기다림과 길들임, 위로와 꽃단장, 모험 등등.

우린 이 책에서 수 많은 길고양이를 사진으로 마주하고, 글로 위로를 받는다. 내가 바라보는 애정의 손길이 바로 길고양이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이런 책들이 가득 나와 인간과 공생을 논의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길고양이든 길강아지든 우린 모두 이 세계속에서 애정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험담하지 않고, 적대시하지 않으며, 결국 우린 하나의 시간을 나눠 함께 살아감을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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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리 2018-03-1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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