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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를 올리고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퇴근하는 아빠에게 먼저 물어본다.
"아빠 가드가 뭐야?"
가드는 권투할때 손을 들어 자기 얼굴로 날아오는 펀치를 방어하는 기술이야.
"어떻게 알았어?"
아빠도 권투를 배웠거든.
가드를 올리고. 고정순 그림책이다.
만만한 책방에서 펴냈다.
사실 책 표지만 봐도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이 된다.
권투에 가드란게 처음 배울때 원 투하면서 쨉을 날리 듯,
내 공격과 수비를 할때마다 기본자세가 되는 포지션이다.(맞나?)
책 뒷편엔 에필로그(프롤로그인가?)처럼 저자의 몇 문장이 더 남아 있다.
넘어지는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한다.
하지만 일어서는 것은 여전히 힘겹다.
때때로 나를 일으켜 준 이름 모를 권투 선수에게 이 책을 보낸다.
오늘도 일어서는 당신에게도.
그러게 맞다.
이 책은 고정순 작가의 그림과 곁들인 책으로 삶의 이야기를 산에 오르는 것과 대비시켜 보았다. 권투의 가드를 올리며 다시금 싸울 의지를 다지듯,
산의 가파름에 땀이 비오듯 싶지만, 정상에 도달해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을 위해,
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이 마치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
권투에서도 손 쉽게 쨉 몇 번에 상대방의 가드가 열리고,
어퍼컷과 훅을 멋지게 꽂아 넣으며 다운을 뺏았고는 곧 승전보를 울리리라 싶었지만,
상대의 가드가 올라가고 다시금 싸움에 들어서는 순간,
결정타 한 방에 이번엔 내가 나뒹구는 순간이 펼쳐진다.
눈 앞이 깜깜해지고,
두 귀에서는 커다란 종이 울리듯,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손과 발이 내 의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순간,
난 일어설지 아니면 그냥 하얀 수건을 던지는 코치를 바라볼지 결정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끝이 아니라면 당당히 포기하고 후일을 도모해야 하고,
이게 마지막 경기라면 사면초가, 백척간두의 심정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설령 상대방의 스트레이트와 어퍼컷 조합에 다시 쓰려지고,
현란한 쨉과 훅으로 다리가 휘청거리는 순간,
일격필살의 마지막 카운터 펀치 한 방으로 다운되며, 링위의 죽음이 다가오더라도 말이다.
가드를 올리고는 저자의 마지막 말 처럼, 어쩌면 자주 넘어지는 이들을 위한 그림책일지 모른다.
자주 넘어지는 사람은 훅 털고 일어설 줄 안다.
이게 다시 일어서서 당당히 걸어가면 된다는 걸 알기에.
결코, 끝이란 내가 의지로 일어서지 못할때.
내 생의 마지막이 아니라면, 언제는 넘어져도 일어서는 순간, 또 기회가 있기때문이다.
권투의 가드가 아니라더라도, 등산에서 가파른 길만 가는 건 아니라는 건 안다.
누구라도 말이다. 세상 삶이 쉽지 않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일어서는 용기는 배워야 한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어야한다.
내가 쓰러지는 건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자기최면을 걸어서라도 말이다.
사실, 책의 내용은 우리 아이들이 읽어도 될 만큼 단순하다.
게다가 권투의 그림체가 독특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인공지능이다 뭐다 4차산업이 뭐다하는 이렇게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이리 명료하고 간단히 용기를 주는 책이라니.
가드를 올리고, 그래 다시 시작하자.
가드를 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