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퇴사한 후배가 청첩장을 가지고
인사를 왔다.
반려자에 대한질문과 함께 관심사는
신혼여행지였다.
발리-신들의 나라,
풀 빌라에 묵으며 다양한 체험여행을 한다는
계획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신혼여행은 이제
당연한 듯 바다 건너 해외여행이다.
우리 부모님세대의 여행지였던 제주도와
강원도,
부산은 이제 동네 마실가듯?
언제든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제주도를 길 건너듯 다녀오는 세상이란게
믿기지 않았는데,
이 책 하나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제주가서 살까요”란 책에서는 저자 김현지 씨는 정말 30대의 후반을 아낌없이 제주도와 사랑하고 있었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미생같은 직장인들의
삶의 애환들을 담은 만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마당에,
저자는 정말 어느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스트레스와
야근,
복잡한 인간관계속에서
지쳐있었다.
저자의 유일한 낙은 바로
제주도.
그 곳을 탐험하듯 이곳 저곳을 돌아보는 일들이 바로
또 하나의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치 제주도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묻는 듯 유명 관광지부터 이름부터 생소한 곳까지 저자는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물론 이 책을 제주도 관광안내서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적어도 트래블 북(일반적 여행안내서)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책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인 관광지의 아름다운 사진과 친절한 길 안내서,
음식할인 쿠폰과 티켓,
렌터카 정보와 연락처,
유명호텔 및 숙박시설,
맛집 탐방이 전~혀 없다.
이 책은 30대 후반의 저자가 느낀 삶의 애환을 제주도에서 풀어가는 묵직한 탐방수필집에
가깝다.
왜 묵직이란 표현을 쓰는가 싶겠지만,
단순한 즐겁고 흥겨운 여행이라기보다는 고행에
가까운.....
나름의 비바람을 헤쳐가며 하루 한 척의
배편이라도 타고 들어가 제주도를 알려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말 제주도와 사랑에 빠진 듯
싶다.
제주의 모든 것을 내가 직접 밟아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린다는
듯,
정말 격정적으로 제주를 느끼고 있다.
저자는 성산일출봉부터
협재,
모슬포,
두모악이라는 관광지를 거쳐,
섯알오름,
차귀도,
아끈다랑쉬,
쫄븐갑마장길,
이호테우해변,
오조리를 찾아 다닌다.
물론 최근에 더 많아진 게스트하우스와
수제커피와 빵과 같은 카페 등 소소하지만 개성을 지닌 가게를 소개하기도 한다.
월화수목금금금에 이른 지쳐버린 금요일
저녁 비행기에 축 늘어진 몸을 실어보고,
일요일 마지막 밤 비행기로 다시 일상에 되돌아오는 일에 지칠법도
하건만,
저자는 쉼없다.
그 쉼없는 열정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어쩌면 현대인의 상실감의 또 다른
표현같아서 좀 서글퍼진다.
충족되지 못한 그 현대인의 바쁜 정서적 공허감을 제주라는 곳을
찾아,
구석구석 헤메듯이 찾아다니는 행위가 바로 서글픔의
이유다.
모처럼 공감가는 책이란 표현이 맞을 듯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직장인이기에 저자의 힘겨움이 너무나도
다가오고,
제주란 또 다른 일탈의 장소를 찾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저작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가뜩이나 힘이 빠진 우리 시대의
직장인들에게도 제주라는 정서적 공감대가 함께 이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