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엄마, 그림책을 읽다 - 당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와타 미쓰코 지음, 정숙경 옮김 / BF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눈먼자들의 도시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어느날 바이러스로 인해서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

이들을 격리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권력과 폭력, 그리고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삶을 보여주던 영화.

어느날 눈은 다시 시력을 되찾겠지만 그 동안의 인간들의 모습들은 정말 충격적인 장면들로 기억한다.

지금 내가 보는 이 세상이 어느날 사라진다면,

한 순간에 보고 느끼며 만끽했던 이 시각적 아름다움이 없어진다면,

정말 너무 답답함에 큰 상실감을 느낄 것 같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눈이 안 보인다. 시력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많이 답답할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들의 편견이다.

핸디캡, 생활불편자, 장애우를 가르는 또 하나의 기준이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그들이 일상적 생활에 적응하면서 우리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

눈이 안보여 답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타 미쓰코. 그녀는 시각장애인이다.

결혼하고 두 아이를 둔 엄마인 그녀.

자녀를 키우며 결심한다.

내 아이에게도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다.

이 조그만 소망 하나가 그녀의 인생을 바꾸고 있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를 위한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한 고군분투.

그리고 직접 만드는 점자 그림책.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일을 척척 추진하는 그녀는 정말 멋진 엄마였다.

소수를 위한 위대한 도전.

점자 그림책을 만들고, 이를 많은 이들과 나누고픈 마음에 시작한 이와타 문고.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책들이 늘어가고,

이를 신문사설부터 방송으로 점차 알려가서 독자를 늘리고,

체신청을 찾아 무료발송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주변의 도움과 그녀의 열정으로 점자 그림책 역시 무료발송에 포함되고,

점자 그림책은 늘어가고, 문고 역시 몇 번의 이사를 거쳐 후레아이 문고로 거듭나는 상황.

관심은 관심을 낳아 많은 후원자와 곁에서 도와주는 이들이 늘어,

어느새 3천권의 문고책을 갖추고, 3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는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여기기 그치지 않는 이와타 미쓰코 씨.

눈이 안 보인다고 바느질을 못할것이란 편견 역시 깨부수고말았다.

그녀는 양재를 배우고, 옷을 만들어 자식들에게 입히는 일에 재미를 붙여,

결국 점자 양재교본을 만들기까지, 참 억척스럽고 대단한 분이다.

물론, 그녀에게도 시련은 있다.

도움을 주던 이들에게 의존하는 그녀가 부담스러워 떠난 이들.

편견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그녀는 당연한 도움을 줘야하는 존재.

이들과의 소리없는 감정적 이견은 예견된 수순이였다.

학교에서도, 교사에게도, 학부모사이에서도 그녀는 시각장애인이란 타이틀로 불리기를 싫어한다.

알림장 하나에도 서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인데, 자꾸 미리 거부하고, 소통을 꺼리는 이들이 그녀를 가슴 아프게 한다.

물론 이를 극복하는 것 역시 그녀 자신의 몫이다.

결코 남들이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그녀만의 삶의 개척방식인 셈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p174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 놓인 의식의 벽은 여전히 너무 두텁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친절을 베푸는 분과도 자주 만납니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오랫동안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되어달라고 바랍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먼저 손내미는 용기.

그녀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누구랑 사귀더라도 지극히 평범하게 보통 사람처럼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있는 힘껏 해 보이고, 상대방에게는 가능한 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 아무리 해도 불가능 한 일에 부딪혔을 때만 솔직하게 부탁하고 상대방의 손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자신을 대하는 편견과의 전쟁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 당당히 나가서 내가 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당당히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

그 부분이 참 부럽다.

사실 이 책의 편견은 그림책이란 제목이다.

시각장애인 그리고 그림책을 읽는 이 책 제목이 바로 편견에 대한 사실이다.

어떻게 읽었지?

이런 편견속의 질문, 또는 호기심에 책을 집었다가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에 사뭇 놀라고, 그 뜨거운 삶의 방식에 경건함으로 책장을 덮는다.

장애란 자랑도 아니지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보통사람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니다. 이런 고민 자체가 편견이고 또 다른 색깔있는 안경으로 그들을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그저 평범한 친구처럼,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그런 오랜 관계맺기를 바라는 것이다.

책 한 권에 담긴 열정이 너무 뜨거워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난,

참 부끄럽다. 지금 내 평온한 삶의 일상이 이들이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다.

모처럼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기쁘다.

이런 기회를 준 이와타 미쓰코 저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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