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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전 -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
강제윤 지음, 박진강 그림 / 호미 / 2012년 5월
평점 :
어제였다.
퇴근길 부재중 전화 한 통.
'엄마'
"아니 그냥 별일없나 해서, 그냥 해 봤어. 조심히 들어가고 건강해라"
집 앞 현관에 박스 하나.
시골에 계신 엄마가 보내신 택배였다.
참기름, 된장, 고추장, 통깨를 비닐봉투에 넣어 혹시나 셀까봐 노란 고무줄로 칭칭감아 보내셨다.
"다 떨어졌을 것 같아서 그냥 맛 보라고 조금 싸서 보냈어. 김치는? 담아서 보내줄까? 그래 너네가 알아서 다 챙겨먹겠지. 피곤할텐데 얼른 쉬어라"
이번 택배는 지난 연휴때 시골가서 밥 먹을때 언뜻 이야기가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야야 반찬 만든다고 아무거나 사서 쓰지 마라, 괜히 입맛만 버린다. 정 없으면 내가 좀 싸서 보내주랴? 요즘 다 수입산이 많아서 어디 안심하고 쓰겠냐?"
엄마는 또 미리 걱정이다.
괜찮다고 다 알아서 할테니 그냥 놔두세요, 라는 쓸데없는 말만 남기고 돌아왔다.
엄마는 항상 이런 식이다.
매번 그냥 흘린 말하나를 그냥 듣지 않고, 꼭 뭔가를 자신이 해 줘야 한다.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혼자 시골에 계신다.
몇 번 올라오시라고 했지만, 완강히 거부하셨다. 그냥 친구들하고 같이 있고 싶다며....
어머니전.
이 땅의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다.
어머니들의 자식사랑에 대한 다양한 삶의 방식이 나온다.
어쩌면 우리 어머니도 그런 삶 가운데 하나일 터.
저자인 나그네는 여행길에 만난 여러 어머니를 이야기한다.
어떤 어머니는 남편과의 사랑을 추억하고, 어떤 어머니는 철없이 집나가서 안오는 남편을 이야기한다. 우리 어머니처럼 남편과의 사별하거나, 자식을 가슴에 품는 아픔을 이야기하는 어머니도 있다.
언제 고향땅을 찾을지 모르는 자식을 위해 어머니는 된장과 김치를 한 가득 담아놓는다.
그러나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고 어머니는 시어 버린 김치를 내다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또 자식들을 위해 된장과 김치를 한 가득 담을 것이다.
바로 어머니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이렇게 자신을 포기하고 삶의 전부를 자식에게 바치는 것이다.
"안 올라 갈란다. 내가 가서 머 할께 있다고, 에고고 맨날 보는 차랑 기차, 여기랑 다를것도 없더만..."
말은 이렇게 하시지만 엄마는 손주가 너무 보고 싶어 하신다.
올라가면 자식들과 며느리, 사위들이 혹시 자신때문에 불편해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어쩌면 어머니는 자신의 섬에 가둬두고 계신지도 모른다.
자식들이 보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섬.
그 섬에서 혼자 사시는게 편하다면서도, 자식 전화 한통에 너무 기뻐하신다.
책의 한 대목. 참 슬픈 내용이다.
"풍 오고 치매 오고 그런 거 나도 모른 순간에 와 빌더라고. 그럴 때는 얼릉 이걸 먹고 죽어 버려야제. 그래야 자식 안 성가시제."
자식입장에서 귀찮지 않게 떠나고픈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이 말하나에 참 가슴이 아팠다.
저리 가는 순간까지도 자식들을 위해 생각하고 애쓰는 모습이 바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다.
이순간 어머니를 생각하면 참 이야기 할 게 많다.
사진으로 얼굴 한번 보고 시집와서 온갖 풍파 다 견뎌내시고,
아빠와의 사별에 힘들어하시면서도 자식들 다 키워주신 고마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이 땅의 어머니들 역시 마찬가지 사연이 참 많다.
남편의 사별과 자식들의 생계를 위해 조개 파서 젓갈 담고, 낙지도 담아 여섯 남매를 키워주신 분.
꽃게잡이 배에서 힘든 노동탓에 손 잘리고...(ㅠㅠ)
우리 엄마도 오른손 약지 한 마디가 없다.
광부였던 아버지의 진폐증때문에 시골 슈퍼하시면서 고추가는 기계를 돌리셨던 어머니.
어느 날 한 순간 고추하나 더 집어 넣으려다 손가락이 기계에 끼는 사고를 당하셨다.
엄마는 철인이 아니다. 슈퍼우먼도 아니다.
그날 이후 며칠을 드러누우셨다. 매일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속에서 엄마를 또 보았다.
이렇게 힘들게 자식 키우며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는 엄마.
저자는 어머니들을 이야기한다.
위대한 어머니, 삶의 모두를 자식에게 걸어 뒷바라지하는 어머니의 희생.
그리고 그들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들을 수 있었던 순간.
난 마음속으로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엄마. 진짜로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