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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불안장애는 이 현대의 고질병이고,
어쩌면 인류가 선택한 길인지도 모르겠다.
삶의 죽음.
이 필연적 선택의 길에서 우린 결국 모두 죽음을 향해
뛰어간다. 숙명이다.
과연 누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지,
중간에 이탈하거나 낙오하지 않고, 꿋꿋이 끝(?)을 향해 가는지가 숙제다. 우리의 과제다.
삶의 방식은 다양하다.
죽음의 방식도 다양하다.
결국 이 삶의 중간에 흘러가는 흐름이 내 인생인 셈이다.
결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는 중도적 삶이 최선인가?
행복. 사랑, 안빈낙도.
요즘, 난 ‘개취’라는 말로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
어쩌면 무관심의 또 다른 표현일련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내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난 그들의 취향을 존중하리라.
뭐, 꾸미기 나름이지만, 난 신경쓰지 않겠다 였다.
벨트를 머리에 두르던지,
남자가 치마를 입던 말던, 여자가 속옷을 벗던 말던,
난 그저 바라볼 뿐이다.
길에서 강도를 당하는 이들 봐도,
사고를 당하는 이들을 봐도,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바로 구경하거나,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행위가 고작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등 개인 SNS에 올리면 조회수가 늘어가겠군. 구독자가 증가하겠군 정도의 관심이다.
경찰에게 불려가고, 사건조사를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아무 혜택도 대가도 없이 오히려 피해자를 도와주려는 행위가, 어느 순간 가해자로 뒤바뀔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내 시간과 내 비용을 들여 굳이 이들을 도와야 하는 가?
강 건너 불구경이 우리 집이 될지 모르지만,
그건 그 때의 일이다?
여기 이런 현대인의 불안심리를 잘 표현한 책이 나왔다.
제목은 ‘불안한 사람들’
지은이는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에서 펴냈다.
어쩌면 책을 좀 읽는게 좋은 사람들이라면 아마 한 번쯤 읽어봤을 만한 '오베라는 남자'의 지은이가 또 책 한권을 선보였다.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이다. 전작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는 그의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는 2012년 『오베라는 남자』로 성공적인 소설가 데뷔를 했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소설 속 배경은 인질극은 커녕 자전거 도둑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
새해를 이틀 앞둔 날, 은행에 권총을 든 강도가 침입해 6천5백 크로나(한화로 약 88만 원)를 요구한다.
은행원이 이곳은 현금 없는 은행이라고 하자 당황해서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다가 경찰이 오는 소리에 옆 아파트 매매 현장인 오픈하우스로 달아난다.
상황은 순식간에 인질극으로 바뀌고, 한 명은 인질범이, 아파트를 구경하러 온 나머지 여덟 명은 인질이 되어버린다.
은퇴 후 아파트를 사서 리모델링한 뒤 가격을 높여 파는 일을 주 업무로 삼은 부부,
출산을 앞두고 끊임없이 의견이 충돌하는 신혼부부,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은행 고위 간부,
겁 많고 시끄러운 부동산 중개업자,
말할 때마다 소설을 인용하는 아흔 살 노파까지.
경찰과 기자들이 에워싼 아파트의 꼭대기 층에 갇힌 사람들은 저마다 참기 힘든 바보 같은 면을 드러내며 상황을 일촉즉발로 키워간다.
나중에 경찰의 중재를 통해 인질은 모두 석방되고 해당 아파트에 은행강도만 있어야 하는데 들어가 보니 강도는 사라진 뒤였다.
불안한 사람들은 그 과정을 ̫는 경찰의 시각과 경찰의 조사에 대해 이상하게 인질들의 비협조적인 반응을 보인다.
마치 조사를 방해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든 스페인 ‘종이로 만든 집’과 같은 비슷한 내용이 흥미롭다. 강도는 있었지만, 범인은 없어지고 인질들만 남았다.
사실 소설의 초반부는 정신없다.
왜냐하면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설정 때문이다.
경찰인 야크 와 짐 그리고 인질들의 가족이야기가 하나 둘 풀어질 때, 비로소 중반부터는 대략적인 이야기의 전체 흐름이 보인다.
인질들은 모두 삶이 불안하다.
경찰가족의 하나뿐인 누나는 마약중독자이다.
두 딸아이의 아빠인 은행강도는 집세를 내지 못하면 양육권을 뺏길 처지였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신호부부의 남편 로는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다.
인간은 겉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그 내면 속에 누구나 하나의 고민과 불만을 갖고 산다.
난 나이 많은 어른이지만,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다.
인간의 불안은 숙명이다.
책 속의 인질들의 불안은 저마다 다양하다.
곧 태어날 아기에게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까 봐,
커리어를 평생 양보해온 남편이 은퇴 후 생활에 불만이 있을까 봐,
남보다 뛰어난 아내에 걸맞은 남편이 되지 못할까 봐,
10년 전 다리에서 뛰어내린 한 남자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을까 봐 등등이다.
이들의 본질적인 공포는 같다.
불안은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실체를 드러내도 될까?
나는 내 본모습을 직면할 용기가 있을까?
그래도 되는 걸까?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라고 말한다.
그러나 누구도 어른이 되는 것이 이토록 많은 용기와 책임감과 결단을 필요로 하며,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심지를 다잡아야 하는 일이라고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몸만 커버린 어른들은 어쩌다 인생이 이 자리에 와 있는지 의아해하며, 바로 앞에 닥친 하루를 꾸역꾸역 그러나 성실히 살아낸다.
삶에 대해 프레드릭 배크만이 건네는 위로는 남다르면서도 더없이 따뜻하다.
왜냐하면 그가 위로를 건네는 방식은 세상에 당신 말고도 수많은 바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결국 연대와 공감이다.
서로를 위한 사회라는 인간의 생존적 발명은 불안을 위로해준다.
이 책의 핵심이다. 서로를 위한 연대.
누군가는 나비효과를 말하련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이 조그마한 행위가 누군가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되는 마법.
불안에 떠는 미성숙한 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이야기.
불안한 사람들의 핵심이지 않을까?
□ 책 속에서
“그리고…… 이겨야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그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겠죠? 돈을 어떤 데 쓰세요?”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를 사는 데 쓰죠.”
심리 상담사로서는 처음 듣는 대답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비싼 음식점은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요. 비행기 1등석은 가운데 자리가 없고요. 특급 호텔에는 스위트룸 고객들이 드나드는 출입문이 따로 있죠.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이 남들과의 거리예요.”_145p
이윽고 은행 강도가 외쳤다. “아뇨……! 아니에요, 나는 강도가 아니에요…… 다만…….” 그랬다가 숨을 헐떡이며 번복했다.
“음, 어쩌면 강도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여러분은 피해자가 아니에요! 이제는 인질극 비슷하게 되어버렸네요! 거기에 대해서는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제 일진이 사납네요!”
그 모든 사태가 이렇게 시작됐다._173p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러고 싶지 않다니? 당신은 지금 우리 모두를 인질로 붙잡아놓고 있고 밖에서는 경찰이 대기 중인데 화장실에는 미지의 인물이 있어요. 그 사람이 누군지 아무도 모르고요. 당신도 자기 자신을 좀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은행 강도로 성공할 수 있겠어요? 항상 남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대로 하면 되겠느냐고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 은행 강도는 말문을 열었지만 율리아가 말허리를 잘랐다.
“잠금장치 쏴서 부숴요, 좋은 말로 할 때!”_217~218p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복잡한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진실이 복잡하길 바라는 이유는 먼저 간파했을 때 남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다리와 바보들과 인질극과 오픈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편의 사랑 이야기다._309p
결국에는 이해가 안 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고, 그래놓고 평생 이해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고 하셨거든요._356p
“모든 아이를 좋아할 필요는 없어요. 한 아이만 좋아하면 되지. 그리고 아이들한테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부모는 필요 없어요, 자기 부모면 되지. 솔직히 아이들한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운전기사예요.”_372~373p
“권총이랑 뭐 그런 걸로 살짝 난장판을 만들긴 했지만 세상에 난장판 한번 안 만들어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재밌는 사람들은 전부 살면서 최소한 한 번씩은 황당한 짓을 저질렀다고요!”_435p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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