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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7살이라더니, 딸이 방에서 작은 종이를 가져온다.
그러더니 내게 오더니, 던지듯 내밀고서는 방으로 들어간다.
“아빠 나빠”
“훗...”
좀 전에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엄마 말씀 좀 잘 들으라는 요지였다.
그러나 딸은 자신에게도 생각이 있다며 한 마디 한 마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아빠 말에 딸은 기분이 상한 듯 방으로 들어가서는 결국 내게 종이를 내밀었다.
딸이 표현한 나름의 억울함과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메시지였다.
삐뚤삐뚤, 어딘지 어색한 글자들.
마치 그림처럼 어디에선가 본 듯한 글자를 그림 그리듯 그려온 딸.
“남들은 더 어릴 때부터 한글교육 시킨다며 방문선생님이라도 모셔야하지 겠다”라는 딸 아이 엄마의 말에 난 대화를 요청했다.
딸에게 때 이른 수업은 오히려 학습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설득했다.
결국 지금 한글을 읽는 건 조금씩 늘고 있다.
다만 쓰는 건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받침글자를 어려워한다.
물론 ㅎ, ㅊ처럼 윗 첨자처럼 생긴 글씨를 마치 받침처럼 길게 쓴다.
궁서체와 비슷하게 쓰는 글씨가 있는가 하면,
그림처럼 기울어지거나,
나름 모양을 제대로 흉내내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그래서 찾아본 것이 바로 이 책.
‘우리아이 뇌를 깨우는 한글쓰기’
리베르스쿨 유아한글연구회가 저자로 참여하고, 리베르 출판사에서 펴냈다.
책은 전체 3권이며, 각 연령은 3~4세라고 되어있으니, 우리 아이는 한참 잘 해야하지 않을까 싶지만 아니올시다였다.
아이는 책이 왔기에 살펴보고 함께 풀어보자며, 좀 더 이쁜 글씨를 위해 같이 앉아 해보자고 했지만, 딱 3페이지였다. 딱 2페이지를 넘어서며 옆에 앉아 몇 마디 더 보탰더니, 그만이다.
“딸 기억부터 천천히 써 보자. 따라하면 좋잖아. 순서도 쉽고, 화살표만 따라가보자”
“아니, 기억은 여기처럼, 니은할 땐 여기처럼 맞춰 써야지, 디귿은 먼저 끊어 써야지”
아빠의 악필처럼 되지 말라며, 예쁜 글씨 천천히 써 보자고 다독여야 하는데,
맘 바쁜 아빠는 그리되지 않았다.
리베르스쿨에서도 유아를 위해 얼마나 정성스럽게 고민하고 연구했을텐데.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하게 만들 수 있도록 재미있는 콘텐츠로 많이 고심했는데,
우리 딸은 첫 장 넘기고 겨우 세 페이지에서 멈추고 말았다.
리베로출판에서 펴낸 책은 이제 시작이고, 자음을 3권으로 나눠 구성되었는데.
우리집 딸은 언제 이 책들을 다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책은 정말 구성이 잘 되어 있다.
‘그림 기억법으로 완벽하게 익히는 자음과 모음’이라는 설명처럼 간결하고 깔끔하다.
1권은 자음(ㄱ, ㄴ, ㄷ, ㄹ)에 모음(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까지 글자와 단어, 그리고 문장을 익혀 쓸 수 있다. 한글 브로마이드를 펼쳐보면 무척 흥미롭게 진행된다. 전체 흐름을 살펴보고, 각 구성요소를 시작한 다음, 단어와 문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2권은 자음(ㅁ, ㅂ, ㅅ, ㅇ, ㅈ)과 모음의 구성이다.
자음과 모음이 조합되어 글자를 이루고, 이 글자들이 모여 단어가 되고, 단어의 조합들이 문장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3권은 자음(ㅊ, ㅋ, ㅌ, ㅍ, ㅎ)과 모음의 구성이다. 자음과 모음을 구분하고, 이를 결합하는 방법과 다양한 사례구성이 재미있다.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스스로 책장을 넘겨가며 할 듯 싶다.
게다가 자음과 닮은 단어를 배치한 구성은 시각적 기억효과를 높여줄 듯 보인다. ㄹ하면 로봇이 연상되듯 말이다. 그림 기억법이란 구성법은 모르지만, 연상암기처럼 연관되는 글씨와 단어를 연계시켜 볼 수 있다. 물속에서 수영의 ㅅ, 동물원 기린의 ㄱ처럼 말이다.
책에서는 짧은 문장 속 글자를 따라 써 볼 수 있으며, 선 긋기를 통해 간단한 게임으로 글자를 복습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춰서 큰 캐릭터와 글씨, 그림이 포함된 구성은 아주 마음에 든다.
한 페이지에서 배우는 자음과 모음의 구성과 그리고 자음과 모음을 순서대로 써보는 차근차근 단계별 학습법 구성이 좋다.
게다가 자음을 찾는 게임처럼 노란 스쿨버스(버스) 옆의 ㅂ, 모음을 찾아 단어를 완성하는 벌집모양의 구성이 인상적이다.
커다란 사진(그림)으로 단어를 보고 따라쓰며 배우고, ‘바다에서 수영하기, 호랑이가 으르렁’처럼 짧은 문장으로 단어를 만들어 써 보는 과정이 잘 꾸며져 있다.
딸이 방에서 나왔다.
‘아빠가 옆에서 방해해서 미안해’
내가 먼저 사과했다.
‘응’
딸이 간결하게 답했다.
‘이 책 더 해 볼까?’
딸은 고개만 끄덕인다.
뭐, 사건(?)의 빌미가 된 첫 장이야 넘어가고, 딸이 좋아하는 선 긋기를 찾았다.
나름 쉬운 코스(?)라서 인지, 마냥 연필 쥐고 선 긋기만 찾아 나선다.
딸은 재미있나 보다.
‘아빠 나 잘 했지?’
이렇게 귀여운 미소를 어찌 할까 싶다.
뭐 글씨야 나중에 천천히 이쁘게 잘 쓰겠지.
‘우리 아이 뇌를 깨우는 한글쓰기’
이 책 하나로 나름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생겼다.
한글에 관심있는 아이들이라면 좋겠다.
3살 이상인데,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시긴에 보여주면 좋고,
나처럼 조금 늦은(?)시기라도 한글을 제대로 쓰는 법을 놀이와 함께 배우고 싶다면 추천한다. 우리집 고집 센 딸이라도 알찬 구성에 잘 따라할 듯싶은 책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