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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밥 먹을래? - 밥상에 차려진 어린이 인문학
김주현 지음, 홍선주 그림 / 만만한책방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식구라는 말이 밥을 함께 먹는 한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다들 알까?
다반사의 차와 밥을 먹는 일에서 나온 말이란 것도 알까?
말모이라는 영화에서는 호떡이 자주 등장한다. 이 때의 '호'라는 말은 오랑캐를 말한다. 오랑캐 '호'를 쓰는 사람들이 먹는 떡이란 뜻이다.
지금이야 뭐 밥 굶은 일이 없으니, 다들 아침 인사가 식사하셨습니까?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잘 주무셨느냐는 말, 좋은 아침이라는 어색한 번역어들이 인상인사가 된 지 오래다.
사실 밥보다야 맛있고 달고 간편한 햄버거, 샌드위치, 토스트, 국수 등등 얼만든지 밥을 대신할 음식들이 많다. 짜장면, 탕수육은 또 어떤가? 베트남 쌀국수, 미국 스테이크, 양꼬치에 등갈비, 만두, 찐빵, 라면, 국수, 꽈베기, 치킨(통닭) 뭐 하나 안 맛있는게 없다.
우리가 쌀밥을 넉넉히 먹은 건 새마을운동 이후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 전에야 혼밥이라고 잡곡밥을 장려할 정도로 쌀은 부족했고, 정말 하얀 쌀밥은 부자집만 먹던 밥이라니. 참 세상 빠르다.
요즘이야 당뇨라든지, 고혈압 등등 일부러 잡곡밥을 챙겨먹고, 고기대신 풀뿌리반찬, 짱아찌와 효소음식을 챙겨먹는 건강식이 다시 인기다. 게다가 앉아서는 성인병 대사증후군이고, 일어서서 걷는 운동이야 말로 제대로 된 종
합운동이라니, 부자들이 타던 자동차가 이젠 평범해졌고, 돈 없어 걸어다니던 시대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걷기운동을 하는 시대다.
과거 쌀밥 하나 나눠먹고 식구가 되고 이웃이 되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나왔다. '나랑 같이 밥 먹을래?' 도서출판 만만한 책방에서 펴냈다. 지은이는 김주현 선생으로 이미 <책 읽어주는 고릴라> <여우비빔밥> <최고의 서재를 찾아라> <책, 읽거나 먹거나> <사랑해, 아빠> 등의 저술서가 출판되어 있다.
전통그림 스타일의 해학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그림은 홍선주 작가의 작품으로, 그는 이미 <초정리 편지> <임금님의 집 창덕궁> <7월 32일의 아이> <벽란도의 비밀 청자> 등의 책들에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밥상에 차려진 어린이 인문학이란 부제가 붙은 책은 전체 9장으로 나눠 밥에 관한 조선시대의 옴니버스와 같은 각 각의 사연들을 이야기로 엮었다.
1-이익, 도둑고양이의 생선편 2-정조, 전복 없는 수라상 3-김만덕 바다를 건너는 밥 4-정약용, 채소밭 밥상 5-정약전, 물고기 반찬 6-정학유, 나물 풍성한 밥상 7-박제가, 옥소반에 흰밥 8-박지원, 고추장 단지와 쇠고기 장볶음 9-허균, 기억과 기록의 밥까지 엮어냈다.
이익 도둑고양이 편에서는 생선을 훔쳐먹던 고양이를 내쫓았더니, 그 고양이가 옆집에서 풍족한 음식에 쥐 잘 잡는 고양이로 사랑받던 모습을 보고, 옛 선인의 글을 떠올리는 일화다.
맹자는 "사람은 먹고 살 안정된 재산이 없으면 떳떳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진실로 떳떳한 마음이 없으면 나쁜 마음을 갖기 쉬운데, 잘못을 저지른 뒤에 처벌하기만 한다면 이것은 백성을 그물로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P16
이익 선생은 이를 보고 조선 백성의 삶이 도둑 고양이와 같다며, 백성들을 두루두루 잘 살도록 보살피는 정치가는 최소한 밥 한끼는 떳떳하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면, 백성들 스스로 지혜와 힘으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면 자기 힘으로 밭을 갈고, 우물을 파서 먹고 사는 길을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치, 지금의 정부가 시작했던 보편적 복지를 보는 듯 싶다. 무려 6백년전에 말이다. 스웨덴의 기본소득 실험이 실업률을 줄이는 데 별 도움은 안되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던 것 처럼 말이다.
스웨던 같은 전 국민 기본소득제는 아니지만, 포용적 국가를 목표로 삼은 지금의 정부는 이익 선생의 바람처럼 밥 한끼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혜택을 주고 있다.
물론, 볼리비아나 엘살바도르처럼 과도한 복지혜택으로 온 백성에게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재물을 나누고, 지혜와 재주없이도 풍족한 삶을 제공하라는 뜻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생산기반이 없는 나라는 파산하고, 국민들을 나라를 잃고 떠돌이 신세가 되는 것이다.
물론 책은 이런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조는 산해진미를 다 먹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임금이지만 백성들의 피땀으로 올려진 밥상의 무게에 고뇌하며 밥 한 톨도 허투루 남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규장각에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밥상보다 거하게 차린 밥상을 신하들에게 베풀 줄 아는 임금으로 매일 일기를 쓰며 스스로 조심하며 밥 잘 먹고, 잘 섬기려 노력했던 정조 임금이다.
바다 건너 제주에 살던 김만덕 거상의 이야기는 참 배울점이 많다. 제주의 관기에서 거상으로 성장한 김만덕은 흉년이 든 1792년부터 3년간의 기간에 밥 한끼 제대로 먹지 못한 소식에 구휼미 1만1천석을 실고오던 배가 풍랑에 가자앉아버리자, 스스로 쌓은 재물을 모두 풀어 함께 밥을 나눠먹었던 소식이 한양에까지 전해저 정조 임금은 그에게 상을 내리고, 소원이던 금강산 구경까지 다녀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나눔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미담이 아닐 수 없다.
책은 이외에도 땀 흘린 정직한 밥이란 제목으로 정약용의 채소밭 밥상을 담았다. 밥은 정직함입니다라로 시작하는 글은 오랜 유배 생활에 자신의 먹거리를 손수 가꿀 수 있는 손바닥만 한 채소밭의 즐거움을 담았다.
거칠고 험한 흑산도 유배지에서 물고기를 연구하다 물고기 맛에 제대로 빠진 정약전 선생은 서로를 생각하는 어부의 밥이란 제목으로 이야기를 담았다.
정학유 선생은 나물 풍성한 밥상편에서 겸손함을 배우는 거친 밥이란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 정약용 선생과 함께 나눈 밥상이야기로, 목심심서를 썼던 아버지의 가르침 가운데 백서의 거친 나물 음식을 똑같이 먹어봐야, 그 백성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스승이 지어 준 하얀 밥을 받고서 삶의 그늘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온 박제가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우정으로 차린 밥', 자식을 위해 고추장을 담았던 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 박지원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고추장 단지와 쇠고기 장볶이',
일생을 식탐가로 살다가 유배를 가게 되어 팔도진미를 먹지 못하게 되자 지금까지 먹었던 모든 음식을 기록으로 남긴 허균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기억과 기록의 밥'-상상력으로 차린 밥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책은 밥의 이야기를 저 멀리 조선시대의 문인들과 임금의 기록들을 찾아가며 꺼내놓았다. 우리가 먹는 밥에서 옛 선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때의 먹거리를 활용해서 인덕을 쌓고, 인간관계를 맺는 일까지 다양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는 '나랑 같이 밥 먹을래'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의 정치인들의 식사 하셨습니까?와는 다른 밥은 먹으셨나요?를 여쭤보는 세상이 언제쯤 오려나 싶다. 백성을 위한 정치가와 임금은 어디갔는지? 백성들이 떳떳하게 밥 한끼 제대로 먹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하는지 궁금하다.
푸드 파이터였던 조선은 하루 2끼를 먹는 백성이라고했다. 그래서 하루 1끼 먹는 백성의 밥은 산더미만했고, 밥 그릇 역시 투박하고 거대했기에 서양인들이 보기에는 푸드 파이터가 맞는 표현일 듯 싶다.
밥을 나누는 식구라는 백성의 삶 또한 힘들겠지만, 당시 양반들의 글로 남긴 후대에 읽는 그 당시의 밥상은 사뭇 지금의 밥상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밥 벌이로 바쁜 현대인들의 가정은 큰 회사 빌딩이고, 그거 월급봉투 하나 가져다주는 일이 고작인 가장들의 어깨는 이제 반겨하지 않는다.
그저, 소확행이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사람들의 삶의 목표가 달라지고 있다. 개개인의 삶이 소중하고, 공동체보다는 가족보다는 개개인의 인생들이 귀중하게 여겨지고 있다.
돈 많이 버는 바쁜 삶보다는 조금 덜 받더라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행복한 삶이 바로 지금의 밥상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푸성귀 가득한 거친 밥상에도 백성의 고초가 담겨져 있고, 그 동안 먹었던 산해진미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솓아나도록 기록으로 남겼던 우리네 선인들의 지혜와 해학들은 얼나마 흥미로운가.
모처럼, 옛 선인의 밥상에서 배운 지혜를 되새기고, 밥이라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