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사 코끼리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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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아빠, 그런데 왜 코끼리가 죽었을까?"


"아빠, 철사로 코끼리 만들 수 있어?"


"아빠, 왜....왜...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이들은 궁금증을 마구마구 던진다.

밤에 함께 읽어주는 책으로 집어 든 철사 코끼리.

만만한 책방에서 펴냈고, 고정순 그림책이다.


지은이의 작품중에 '가드를 올리고'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https://blog.naver.com/changun75/221157189806


사실 이 책 역시 전작과 비슷하게 삶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

결코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라, 어른들의 우화라고나 할까?

아이와 부모들이 함께 읽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


철사 코끼리는 소년과 코끼리의 이야기다.


왜 돌산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돌산 아래 사는 소년 데헷과 아기 코끼리 얌얌이는 잘 살고 있었다. 어느날이 되기 전까지말이다.


소년은 버러진 고철을 줍고, 돌산 너머 마을에 사는 대장장이 삼촌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참고로, 이게 나중에는 엄청 슬픈 이야기의 복선이 될 줄이야. 꿈에 모를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얌얌는 죽고 만다. 힘없이 덜썩 누워있는 코끼리를 보며 아이들은 좀 놀란 눈치다. 아빠 왜?라는 질문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게다가 병든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아서도 아니고, 이제 아기 코끼리인데.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나도 좀 왠지 슬프다.


가장 슬퍼하는 소년은 자신이 모아 놓은 고철 가운데 힘들게 철사들을 모았다. 그리고는 아기 코끼리를 닮도록 철사 코끼리를 만든다. 사실 철사 코끼리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손가락을 다치고,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는 철사 코끼리를 사람들이 고운 눈으로 봐주지 않는다.


하지만, 소년은 결코 아기 코끼리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주지 못한다. 아쉬워하는 마음에, 내 곁에 항상 있어 주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철사 코끼리. 소년의 마음이 어떨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이별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왜 나한테, 어찌 시간도 안 주고, 이렇게 갑자기, 준비없는 이별을 맞은 마음이 오죽할까 싶다.


소년은 아기 코끼리를 닮은 이 철사 코끼리로 위안을 삼고 지내지만, 주변의 시선들이 곱지 않다. 돌산이든 어디든 함께 하는 철사 코끼리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시선.


거대한 철사 코끼리는 자신만의 위안으로 만든 것이기에, 주변에는 오히려 불편함을 줄 뿐이었다. 게다가 이별의 아픔속에 슬픔을 대신하는 생각을 담은 철사 코끼리를 사람들 모두가 이해하는 건 욕심일런지도 모르겠다. 나의 슬픔이 모두에게 똑같이 생각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소년은 이런 감정을 어찌할까 싶은 그 순간. 놀라운 결정을 내리고 마는데, 참 어찌보면 현실속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우린 결국 현실속에 살고 있고, 떠나보낸 그들은 또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하는 사실이다.


우리가 떠나 보낸 이들이 결국 땅으로 나무곁으로, 바다로, 어쩌면 또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모습들이 아닐까? 어쩌면 미련하게 그들의 옷깃하나라도 더 잡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결코 현실속에서 미련을 남겨두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소년은 철사 코끼리와 돌산을 함께 넘어 거대한 화산 용암과도 같은 대장장이 삼촌의 용광로와 마주한다. 이제는 정말 미련을 남김없이 떠나보내야 한다. 흔히 이야기하듯, 산 사람은 살아야하듯, 이별은 이별로 추억은 소중히 간직하고 보내줘야 하는 것이다.


삼촌은 쇳물을 녹여 작은 종을 소년에게 건네고, 소년은 이제 바람에 날리는 종소리로 아기 코끼리를 추억하며 지낸다. 슬픈 이별의 이야기의 마지막은 한 줄기 바람속에 나부끼는 희미한 종소리로 마무리된다.


 추와 같은 그들의 슬픔이 슬픈에 빠집니다. 그리고 험한 돌산을 넘어 삼촌의 대장간으로 향합니다. 데헷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안녕?’이란 말은 참 재밌습니다. ‘만나서 반가워’라는 인사를 할 때도, ‘잘 가’라는 인사를 할 때도 우리는 안녕이란 말을 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이란 시작과 끝처럼 절대 함께할 수 없는 거리에 있는 것 같은데, 안녕이란 말을 그 중간에서 마치 저울의 중심을 잡고 있는 중심축처럼 존재합니다. 같은 목소리를 가진 다른 얼굴로!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말이다. 시골집에 키우던 강아지를 몇 번이나 떠나 보내야 했다. 


흔히 말하듯 죽음이 일상화된 옛날 분들이기에 그냥 막 부르는 이름을 붙였던 강아지. 흰둥이, 검둥이, 누렁이, 얼룩이 등등의 이름의 강아지들과 하나 둘 이별을 했다.


처음엔 정든 마음에 무척 슬퍼했지만, 점점 어른이되면서 삶의 한 마무리가되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미처 준비 못한 이별에 아쉬워하면서도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하는 상황들이 익숙해져 버렸다.


죽음과 이별, 그리고 보이는 현실. 어쩌면 소년과 코끼리로 표현되는 이런 이야기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마음의 씨앗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싶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이별은 눈 감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무시한다고 다가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 어른과 아이를 떠나, 동물과 사람을 모두 통틀어 모두 이별하는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로 되돌아오기를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좀 더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처음 읽어주는 이런 이별 이야기에 많이 슬퍼하지 않을까 싶어지만 어찌 어른들의 기우였다. 


좀 더 생각 많은, 식자우환이라고 생각이 많아선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아이들은 그 때 그 때의 소년을 궁금해하고, 왜 코끼리가 죽었는지가 궁금했다. 어떻게 코끼리가 종이되는지를 한 참 설명해야 했고, 왜 소년이 용광로...용광로가 뭐야?라는 질문에 또 대답해야 했다.


이별은 익숙치 않는 일이다. 아이들 역시 그냥 책의 내용이 그저 떠나보내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소년의 마음이 잘 전달되지 못했을까? 이별속에 현실로 되돌아오는 모양새가 납득이 되었을까?


작가의 이전 작품인 '가드를 올리고'라는 책에서도 끊임없이 되뇌이는 말들이 있다. 다시 시작하는 일은 힘든 일이다. 무언가 쓰러지고 아파하고, 세상과 싸워 져버린 상황이 나를 절망속에 빠뜨린다.


그런데, 권투라는 스포츠는 경기를 다시 시작할 때 가드를 올려야 한다. 내가 최소한의 싸울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하는 힘든 삶속에 다시 도전하는 용기.


그런 용기를 다시 생각하는 소년의 이야기. 철사 코끼리였다. 고정순 작가의 이야기에는 어른들의 마음이 잘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읽기 좋고, 어른들에게는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소개되는 것 같다. 


갑작스런 이별속에 아파하던 소년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는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일뿐이고, 스스로 현실속으로 걸어나올 수 있도록 말없이 응원하는 일이란 게 좀 서글프지만, 책은 이렇게 끝난다.


가볍게 봤지만 묵직한 의미를 남겨놓은 '철사 코끼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고, 어른들이 함께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고정순 작가의 마음이 담긴 내용이 더욱 와 닿는다.


사족일지 모르지만, 사실 몇 해전 많은 사람들에게 남겨진 슬픔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들은 잘 있을까 싶다. 소년처럼 종소리를 들으며 일상의 현실속에서 잘 살아가고 있기를 응원해 본다. 책에서 처럼.


이별에 아파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물론 그들이 책을 읽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 말이다. 경황이 없고, 정신이 나갈 정도로 혼이 쏙 빠져있는 그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몇 마디는 허공에 사라질 뿐이지만, 이렇듯 무심히 건네는 책 한 권속에 이별을 대하는 자세가 담겨져 있으니 말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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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리 2019-01-10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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