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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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5월 1일 노동절, 광주 송정역에 다녀왔다.

별별시장이라고 청년상인들이 터를 제법 잘 잡았다는 소식때문이다.


노란 포장지에 싼 볶음밥이 인상적인 계란밥 가게부터,

양갱으로 천연재료를 섞어 만든 빵들이 아기자기하게 있는 갱소년,

여러가지 재료들이 함께 맛을 만들며 새롭게 음미하는 또야식빵까지.


이게 다가 아니다.

이미 제법 분식에서 상추튀김 하나로 큰 가게 대접을 받는 곳부터,

한 자리 계속된 터를 고수하는 잡화점과 영광굴비를 파는 가게,

주인아주머니의 하얀 머리를 보면서 제밥 세월을 살펴보는 가게들.

이렇게 옛날과 현대가 공존하는 시장을 둘러보고 왔다.


물론, 송정역시장이 옛날부터 이렇게 변하지는 않았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광주 송정리 역전은 어느 번화가와 마찬가지였다.

서민들이 오고가는 길에 들리는 주전부리 시장, 

값싼 여인숙과 하숙방이 밀집해 있고, 

때론 일자리를 찾아 오는 사람부터, 

도회지에서 귀향한 이들이 잠시 머무르는 곳.


별별시장 맞은편은 여전히 성업중인 가게들이 있었다.

연탄불에 구워서 더욱 맛있는 양념 떡갈비와 

갖가지 돼지 고기 부산물을 넣어 만든 국밥집들이 가득했다.

세월의 흔적을 훈장삼아 가게는 낡았지만, 음식맛을 그대로인 집들.


노포의 장사법.

글 박찬일에 사진 노중훈, 인플루엔셜에서 펴냈다.


부제는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나.

'대를 이어 수십 년간 변하지 않는 것들의 위대함'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밥 장사의 신'들을 찾아 장장 3년간 전국을 발로 뛴 박찬일의 노포 탐사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저자인 박찬일 요리사는 전직 기자다. 그는 스파게티 레시피 3가지만 제대로 배워오자는 마음으로 이탈리아 요리유학을 마친 후, 2002년 귀국, 순 우리 재료로 만든 이탈리아 음식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요리사에서 다시 대한민국 백년식당들을 찾아 나섰고, 이 글은 2015년부터 3년간의 취재결과물이다.


일본식 조합어 같은 다소 어색한 단어인 '노포'는 대를 이어 수십 년간 특유의 맛과 인심으로 고객에게 사랑받아온 가게라는 뜻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그다지 친숙한 단어는 아니다. 그냥 편하게 오래된 가게라고 하면 안되려나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기세(氣勢) : 멀리 보는 장사꾼의 배포와 뚝심을 배우다

명동돈가스, 하동관, 팔판정육점, 부민옥, 남북면옥, 조선옥, 

을지오비베어, 어머니대성집, 토박이할머니순두부를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말한다.


2부는 일품(一品) 최고만을 대접하는 집념과 인심을 배우다.

을지면옥, 신발원, 신도칼국수, 수원집, 한일관, 숯골원냉면, 

태조감자국까지를 담고 있다.


3부 지속(持續) 세월을 이기고 전설이 되는 사명감을 배우다.

덕인집, 신일반점, 용마갈비, 숭덕분식, 신일복집, 바다집, 대전집, 동신면가, 41번집 등이 소개된다.


평소 음식을 즐겨먹기에 정말 이 책을 보는 내내 군침이 돌았다.

어찌보면 당연히 음식 이야기라서 더욱 궁금함이 더했다.

노포라는 단어의 생소함이, 익숙한 음식 덕분에 한결 친근하게 다가왔다.


제목을 굳이 오래된 가게라든지, 옛날 가게, 

또는 원조의 비결로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출판사와 저자,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어쩌면 요리사라는 저자의 뚝심있는 기질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편견이나 선입견이라 하면 반대의견은 없다.


고집, 꼬라지, 뭐 일본말로하면 곤조라고도 표현한다.

대학시절 식당알바하면서 본 요리사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있다.

일명 성깔이다. 요리도 마찬가지, 그들이 조리실의 법도를 만든다.


그래서 책에서도 나왔지만, 오래된 식당의 주인들의 외고집이 있다.

좋은 재료는 기본이고, 야채 하나, 맛을 내는 원재료에 대한 자부심이다.

여기에 우리집 맛의 비결은 몇 십년에 걸친 노하우로 대대손손 내려온다.


흔히 경향식, 살롱하면 지금 세대야 뭔 소린가 싶을지도 모르겠다.

칼과 나이프를 갖추고 코스요리처럼 귀한손님 모시거나, 남녀간에 첫 만남의 자리였던 곳인데, 지금이야. 뭐 고속도로 휴게소부터 냉동식품으로까지 나온다.


저자는 명돈돈가스를 소개하면서, 단순한 노포의 음식평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주인장의 삶을 간추려 정리한다. 음식의 유래부터 역사성, 해박한 저자의 식견에 놀라울 따름이다. 돈가스 유래부터 뒷이야기는 흥미롭다. 저자는 매번 이런 식이다. 


신발원과 조선옥, 숯골원냉면, 신일반점 등등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식당과 메뉴, 음식들이 노포를 운영하는 이들의 소박한 삶과 구구절절한 사연들속에 녹아내려져 있다. 그들이 만드는 음식처럼 맛집은 그냥 음식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한참 유행하던 창조경제의 핵심이 아니던가, 오래된 음식점의 이야기를 찾아 헤메이던 저자의 특기인 취재를 통한 현장검증의 3년 노고가 담겨져 있었다.


맛집이라 표현된 음식들은 사실 추천받는 게 아니라고 누군가 말했다.

'맛집이란 내가 제일 배고플 때 먹는 음식점이다.'

내 뱃속의 허기짐을 달래주는 음식이 어찌 맛집이 아니겠는가?


이북 실향민의 아픔을 달래주는 평양냉면에 꿩고기가 없어도 맛있고,

인천 신포동 대전집에서 먹는 스지탕, 한일관의 불고기,

학교 앞 분식 숭덕분식, 초당두부 토박이 할머니 순두부가지.


오래된 가게를 찾아 나서는 것도 힘들텐데,

음식까지 소개하며 그들의 삶을 투영하는 글들이 맛깔나다.


개인적으로 초당순두부를 찾아서 강릉 학사촌까지 가서 맛본 일화가 있다.

지금의 아내와 함께 찾아 갔던 곳인데, 일행 가운데 몇몇은 별로라고 했지만, 내가 밀어 붙였다. 검색한 곳이 있으니 가보자했더니, 역시 좋았다.


푸짐한 음식들과 정갈한 밑반찬, 이제 나온 듯한 여들여들한 순두부들.

여러가지 두부요리들이 한 상 가득나오니, 정말 다들 눈으로 배부르단 이야기를 했다. 정말 배부르고 즐겁게 한 상가득 먹고, 남산만한 배부름에도 남겨진 음식이 못내 아쉬웠다.


다만, 이제는 세월의 흐름탓에 학사촌 순두부가 관광지가 되고, 강릉 할머니 두부촌으로 거듭나면서 옛 영화를 잊어버리고, 그 맛도 변하는 듯 싶어 아쉽다. 이런 독자들의 상황을 잘 아는 듯 저자는 단순한 맛에 대한 음식이야기만을 늘여 놓지는 않았다. 그는 현명하다.


맛집탐험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의정부 오뎅이란 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차도 없고, 신혼에 그냥 막연히 전철로 갈 수 있음을 알고, 길을 나섰다. 무려 2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음식점. 원조 부대찌개 하나를 맛보려 갔던 길이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나오는 그 집이다.


다행인지, 대기줄 없이 바로 앉아 주문하고 먹는 데 정말 맛있었다. 주변에 그리 많은 현대식 음식점들 사이에서도 오랜된, 낡은 방을 개조한 식탁 3개 넣으면 꽉 찬 그 곳에서 먹는 투박하고 소박한 부대찌개가 그립다.


내가 가서 맛 본 음식에 관해서도 궁금하지만, 이 음식을 만드는 이들은 누구인지, 왜 무슨 사연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지도 궁금하고, 모든 게 호기심 투성이라서 이 책이 더욱 효율적으로 다가온다. 참 맛있게 재미있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책이다.


앞으로 이 책을 벗삼아, 소개된 집들을 찾아 나서보고자 한다. 일단 근처부터 섭렵하고, 차근 차근 발품팔고, 팔도유랑하듯 아이들과 함께 음식점을 찾아 나서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나눌 수 있기에 훨씬 발걸음이 가벼울 듯 싶다. 단순한 노포의 안내서가 아니라, 그들의 음식에 관한 철학과 삶의 관조하는 깊은 내용까지 포함하기에, 역사의 한 장을 함께 만든다는 생각으로 곁에 두고 활용하고 싶다.


저자 역시 이런 마음을 알기에, 책 말미에 친절하게 연락처와 주소까지 넣어줬다. 감사하다. 저자의 바람처럼 나 역시 그 대열에 함께하며 그들의 이야기속으로 동참하고 싶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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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리 2018-05-0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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