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질병은 인생의 여름휴가
히노 오키오 지음, 김영진 옮김 / 성안당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
어제 11시쯤, 갑자기 아내가 이유없이 큰 울음을 터뜨렸다.
내게 속상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다.
그런것도 모르고, 그 순간 난 장인어르신과 장모님이 떠올랐다.
아무 말없이 크게 우는 아내를 갑자기 마주하니, 문뜩 그랬다.
2차례의 전립선과 탈장 수술을 받으셨던 77의 장인 어르신,
허리 협착때문에 요즘 부쩍 거동이 불편한 74세의 장모님.
말없이 한 동안 안아주고는 아내 핸드폰을 봤더니,
다행히 그런 연락의 징후는 어디에도 없었다. 괜한 기우였다.
그 동안 아내라는 이름으로 혼자 힘들어했을텐데,
가족이라 더욱 잘 살펴야하는데 그러질 못한 내 부족함이다.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오롯이 나 하나 믿고 시집온 아내.
3월에는 큰 아이 첫 학교 입학과 둘째 아이 어린이집을 보내고,
오늘까지 이래저래 잘 참아왔던 것들이 오늘은 힘에 부쳤나 보다.
올해 73세라는 생각에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도 부쩍 전화를 자주 한다.
그냥 안부전화고, 잘 계시는지, 식사는 챙겨드셨는지 여쭤보는 일이다.
대단한 내용은 없지만 전화연락이 안되면 답답하다.
난, 대학교 4학년때 아버지께서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마지막 학기, 여름방학에 뵙던 아버지는 부쩍 여위고, 고통스러워했다.
간암이 온 몸에 퍼지는 순간에도 담담하셨다.
내가 그 속내를 들어보지 않고, 함께 겪어보질 않으면 잘 모르듯,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어찌 좋은 추억만 생각나시겠는가?
때론 울컥한 심정에 혼자 화를 내시고, 때론 혼자 피식 웃으셨다.
나중에 침대에 누워 지내시면서는,
조용히 눈물짓던 모습과 미소가 기억에 남는다
항상 곁에 있을 것만 같던 사람이 어느날 사라지는 일은 견디기 힘들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이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도 힘들다.
직장에서 하는 봉사활동으로 장수사진을 찍는 모습을 곁에서 또 찍는다.
하나 같이 어른들은 한복에 곱게 화장도 하고,
그 동안 가장 이쁜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남기려 한다.
누구나 사람은 죽는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부자도 가난한 이도, 결국 마주하는 죽음.
여기 그 죽음을 마주하는 암환자를 상담한 의사의 책 한권이 있다.
몸과 마음에 용기를 주는 83가지 위로의 말
"질병은 인생의 여름휴가"
부제는 당신의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과 표정을 변화시킵니다
3천명이 넘는 암환자를 상담한 현직 의사의 언어 처방전!
이 책을 지은 저자는 히노 오키오(樋野興夫), 번역은 김영진. 성안당에서 펴냈다. 김영진 한자 읽기사전을 펴낸 바로 그 분이다. 일본어 처음 배울때부터 바로 사서 활용했던 사전의 편찬자라는 이유로 왠지 그분의 번역서라는 점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미국에서 건강관련 공부를 하고 계신데 블로그 vitamin119.co.kr에서 자연 건강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있다.
저자인 히노 오키오는 1954년 일본 시마네 현 출생이니 올해로 64세, 한국나이로는 65세인 셈이다. 그는 쥰텐도대학교의과대학 병리ㆍ종양학 교수로 사단법인 ‘암철학외래’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08년 개설한 ‘암철학외래’는 암에 걸린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의사와의 대화를 통한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호스피스병동이 도입되고,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사 또는 간호사(호스피스)와의 대화가 많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책은 전체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역경은 극복할 수 있다
제2장 질병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제3장 당신의 생명은 당신의 것만이 아니다
제4장 수명은 그냥 놔두세요
제5장 환자·가족과의 교제 방법
제6장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배움
편집은 독특하다. 일종의 메시지 엽서처럼 각 장의 페이지는 왼쪽이 각 장의 부제들과 그림으로 꾸며져있고, 오른쪽은 글들이 적혀있다. 사실 책은 순서대로 봐도 무방하고, 그냥 생각날때 펼쳐 읽어도 괜찮다.
기분 내키는 대로 그냥 손에 잡히는 순간 펼쳐진 곳을 읽어보면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p102
죽음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대부분의 일은 그냥 놔두자.
대부분의 일은 그냥 돠두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략) 대부분 일들은 그냥 놔두면 됩니다.
지하철에서 포기는 배추는 셀때나 필요한 것이라는 문구를 봤다.
실패는 재봉틀에서나 쓰는 거라는 문구와 함께.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현실의 각박한 세상살이에 고단한 몸이라면,
이렇게 치열한 경쟁과 과몰입상태로 그냥 무지막지 밀어 붙이는 세상은 견디기 힘들지 모른다.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죽음.
세상을 포기할 정도로 힘든 상황.
실패의 아픔이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면, 어쩌면 포기를 장려해야할지도 모른다. 무작정 안되는 일에 포기와 실패를 마치 인생 전체의 낙오자처럼 낙인찍어 될 때까지 하라는 말은 지나치다.
p29
질병에 걸린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중략)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희망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암에 걸린 이들이 과연 지금까지의 삶에 만족할까? 병원비 하나 마련하지 못해서 그냥 진통제 몇 알들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면,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하는 이유다.
이 순간 난 죽음에 초연하고, 무덤덤해질 필요가 있다.
놔두는 순간의 자유. 긴장의 해소, 책임감의 해방을 느껴보라는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열정을 바쳐서 싸우리라는 생각은 버리자.
바쁘게 살았던 순간에서 벗어나보자.
저자는 이 말이 하고 싶지 않을까?
질병으로 생긴 시간은 여름휴가처럼 즐겁게 생각해보라고.
이 책에서 얻는 위로의 말들과 생각들은 나 역시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우리사회에 만연하는 경쟁풍토에서 누군가는 경종을 울려야 하지 않을까? 또 다른 삶, 성공보다는 화합과 연대가 중요한 가치임을 알려야하는 순간, 우리 삶에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질병으로, 암으로, 우린 결국 멈출 수 밖에 없다.
인생의 목표를 바꾸고, 지향하는 과정을 다시 생각한다.
잠시 멈춤, 그 순간 우리는 보지 못하던 자신의 삶을 다시 볼 수 있다.
이 책의 여유는 그런 삶의 한 순간을 바라보자는 의미같다.
굳이 앞장부터 순서를 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펼쳐보자.
각 장, 각 페이지마다 저자의 가슴 따뜻한 글이 위로가 된다.
외톨이가 되어도 좋고, 질병에 걸린 자신을 사랑해 가면 된다.
무덤덤하게, 흥분하지 말고, 왜 나야하는지를 묻지 말고 말이다.
그냥 놔두자. 잘 될꺼라 믿고, 내 주변을 놔두자.
정리하지 말자.
이 순간 동반이 꼭 좋은 건 아니다.
남겨진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또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것이다.
하루 하루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 좀 더 여유롭게 대하자.
한 순간 화낸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차분히 내 곁에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하자.
이 책을 보며 참 여러가지 감정에 빠지게 됐다.
생각하며 읽고, 또 생각하며 행동하게 만든 책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