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여기에 쓰게 될 첫번째 문장은 바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을 염두에 두면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
순전한 남성 또는 순전한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인간은 남성적 여성이거나 여성적 남성이어야 합니다.
여성이 어떤 불평을 조금이라도 강조하거나,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어떤 대의를 변호하는 것, 어떤 식이건 여성으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치명적인 일입니다.
여기서 ‘치명적‘이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의식적인 편향성을 가지고 쓰인 것은 필연적으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옥해질 수 없지요. 그런 작품은 당장 하루 이틀동안은 빛나고 효과적이며 강력한 걸작처럼 보일지 모르나, 해 질 무렵이면 시들어 버립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자라날 수 없는 것이지요.창조적 예술이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먼저 마음속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협력해야 합니다.
마음속에서 반대되는 성들이 결합하여 신방에 들어야 하지요.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려면 마음 전체가 활짝 열려 있어야 합니다.
자유가 있어야 하고 또 평화가 있어야지요. 바퀴가 삐걱거리거나 빛이 깜빡거려서도 안 됩니다.
커튼을 완전히 내려야지요. 작가는 일단 자신의 경험이 끝나면 드러누워서 자기 마음이 어둠속에서 결혼식을 거행하도록 두어야 합니다.
그는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거나 질문을 던져서도 안됩니다.- <자기만의 방. 157~158쪽>


감정의 붉은 빛이 아니라 진실의 흰빛으로 쓰여진 울프의 글. 남성인 나를 끌어당기고, 담담히 공감시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책 속에 수록된 단편<3기니>

 

 

전쟁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 지 거의 20년이 지난 뒤에 발표된 <3기니>를 통해서,

울프는 너무나 분명하거나 부적절해서 입에 올린다거나 골똘히 생각해볼 것조차 없다고 여겨지던 것,

그러니까 전쟁은 남성의 유희이며, 살육 기계도 성별을 갖고 있는 바 그것도 남성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독창성을 보여줬다

(이 책이 그녀의 저서 중 가장 환영받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p.22

 

 

 

2.플라톤 <국가론>

 

실제로 갈가리 찢긴 육체가 매혹적이라는 것을(내가 아는 한) 최초로 인정한 언급은 정신적 갈등을 그린 최초의 묘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가론>제4권의 한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플라톤은 이 구절에서 부끄럽기 그지없는 욕망이 이성을 압도하게 되는 경위 그래서 자아가 자신의 본성 가운데 하나인 욕망에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경위를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설명했는지 보여준다.-p.145

 

 

 

3. 조르주 바타이유 <에로스의 눈물>

 

성애적인 것을 다룬 위대한 이론가들 중 하나인 조르쥬 바타이유는 1905년 중국의 한 죄수가

"백 조각으로 찢겨 죽는 형벌"을 당하던 광경을 찍은 사진 한 장을, 매일 아무 때나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책상 속에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거의 전설이 되어버린 이 사진은 1961년 바타이유가 살아 생전에 출판한 맨 마지막 책 <에로스의 눈물>에 실렸다.)

바타이유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이 사진은 내 삶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황홀하기 그지 없으면서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이 이미지, 고통의 광경을

담은 이 이미지는 평생 나를 사로잡았다"-p.147

 

 

4. 수전손택 <사진에 관하여>

여섯편의 에세이가 실린 <사진에 관하여(1977)>의 앞 부분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다.

사진으로 찍혀 보여진 바가 전혀 없는 사건보다는 사진을 통해서 널리 알려진 사건이 훨씬 더 현실적인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사진에 찍힌 사건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면 결국 점점 덜 현실적인 것처럼 보일수 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연민을 더 많이 자아내면 자아낼수록, 그런 사진은 연민 자체를 점점 더 사그라지게 만든다고 쓰기도 했다.

-p.156

 

 

5. 워즈워스 <서정가요집>

 

1800년, 워즈워스는 <서정가요집>의 서문에서

"매일 국가적 사건들이 발생하며, 모두 획일적인 직업을 가진 탓에 기이한 일들을 열망하게 되고 이 열망을 급속한

저보 전달이 매시간 충족시켜 주는 도시로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들고 있다는 사실"이 야기한 감수성의 붕괴를 고발했다.

이렇듯 사람들이 지나치게 자극을 받게 되면 "정신의 분별력이 무뎌질"뿐만 아니라 "정신이 미개하다고 할 만큼 무감각해지는 상태에 빠지는"결과가 빚어진다는 것이다.-p158

 

 

6. 기 드보르 <스펙터클의 사회>

 

주체적 삶을 영위하도록 하기보다는 수동적인 관중으로서 삶을 '시청'하게만 만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해

유명해졌다. 특히 그의 작업이 총결산된 <스펙터클의 사회>는미디어 이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p.161

 

 

7. 장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오늘날 존재하는 것은 이미지와 가상현실밖에 없다고 믿으라고 주장하는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들과 관계있다.-p.162

 

 

8.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민주주의1,2>

 

유럽과 미국사이에는 늘 적대감이 잠복해 있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아주 복잡하고 양면적인

그런 적대감 말입니다. 미국은 새로운 유럽이었습니다. 1831녀 이 신생국가를 방문한 뒤 프랑스로 돌아가 제 조국을

다뤘던 책들 중에서 지난 1백70여 년 동안 가장 뛰어났던 <미국의 민주주의>를 집필했던 알렉스시 드 토크빌-p.193

 

10. 카프카의 <유형지에서>

 

어린 시절에 마구잡이로 책을 탐독하다보니 얼마 안 있어 또 다른 독일의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히 카프카의 <유형지에서>를 읽고는 두려움과 불의라는 것을 알게 됐죠.-p.209

 

11. 토마스 만 <마의산>

 

 

간략히 말해서 유럽 문명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이상의 충돌을 주제로 다룬 <마의산>만큼 제 인생에서 중요했던

책은 없었습니다. - p.209

 

------------------------------------------------------------------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다양한 사진과 그림은 책 속에서 보시고 느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
배내옷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육체적 성장에 필요한 움직임의 자유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배내옷의 제거뿐 아니라, 움직임이 자유돕도록 언제나 넉넉한 옷을 아이에게 입혀야 하는 것은 옷 입히는 습관의 기본철칙이다.-p.34

˝아이가 어머니의 태내에서 떠나 움직이는 자유와 사지를 펴는 자유를 맛보자마자 사람들은 그에게 새로운 속박을 가한다. 배내옷을 만들어 입히며, 머리는 고정시키고, 다리는 죽 뻗게 하고, 두 팔은 몸에 가지런히 붙여 잠을 재운다. 그는 자세 바꾸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온갖 종류의 헝겊과 띠로 휘감겨 있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조이지 않으면 그래도 다행이다. 뱉어내야 할 물이 스스로 흘러나올 수 있도록 옆으로 눕혀주는 주의만이라도 기울여준다면 천만다행이다. 그에게는 물이 입에서 용이하게 흘러나오도록 머리를 옆으로 돌리는 자유마저 주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 72
[뷔퐁 <박물지>제4권.190쪽]

그리하여 성장을 위한 신체 내부의 충동은, 그 충동이 신체에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한 극복할 수 없는 장애에 부딪히게 된다.
어린아이는 계속해서 힘써보지만 소용이 없다.
힘을 다 써버림으로써 발육이 지연될 뿐이다.
아이는 배내옷을 입고 있을때보다 태내에 있을 때가 더 좁지 않고 불편이 덜했으며 조임이 덜했다.
나는 그 애가 태어나서 득을 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이의 사지를 잡아 매어두는 데서 오늘 활동 부족과 속박은 피와 체액의 순환에 지장을 초래하여 아이가 강해지고 성장하는 것을 막으며, 체질의 변화를 방해할 뿐이다. 그런 터무니없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곳에서는 인간은 모두 키가 크고 튼튼하며 몸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자유롭게 움직임으로써 신체가 일그러지지나 않을까 두려워 사람들은 서둘러 아기의 몸을 억눌러 일그러뜨린다.
그들은 신체가 엉망이 되는 것을 막는다며 오히려 아이들을 불구로 만드는 것이다.-p.72~73

당신들은 그 아이를 태어나자마자 괴롭힌다.
그가 당신들에게서 받는 최초의 선물은 쇠사슬이며,
그가 받는 최초의 대접은 고문이다.-p. 73

˝옛 페루인들은 아이들에게 아주 헐렁헐렁한 배내옷을 입혀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있도록 했다.
배내옷을 벗길 경우에는, 땅을 파고 헝겊을 두른 구멍에 아이를 자유롭게 내버려 두었다.
그 구멍 안으로는 아이의 하반신이 들어가 있게 되는데, 그럴 경우 팔은 자유로우며 머리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몸 또한 그렇게 움직일 수 있지만 넘어지거나 다칠 염려가 없었다.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 걷도록 하기 위한 미끼로 좀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에게 젖을 내보여주었다.
흑인 아이들은 때로 젖을 빨기 위해 훨씬 힘든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들은 그들의 무릎과 팔로 어머니의 한쪽 허리를 잡는다.
그들은 어머니의 허리를 아주 세게 거머쥐기 때문에 어머니팔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다.
그 아이들은 그들의 팔로 어머니의 젖에 매달린다.
하지만 그들은 어머니의 계속되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방해를 받거나 넘어지지 않고 젖을 빤다.
그 아이들은 2개월부터 걷기 시작한다.
-p.104~105 [박물지 제4권,192쪽]

수전손택이 <문학은 자유이다>란 연설에서 인용한
문장이 생각나는데요.
˝문학의 임무 중 하나는 문제를 명확히 제기하고,
널리 만연된 경건함을 반박하는 겁니다. 그리고 뭔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때조차도 예술은 자연스럽게 반대쪽으로 나아갑니다.
문학은 대화이자 응답입니다˝- <수전손택, 타인의고통 속 부록 1. 문학은 자유이다 p. 207>중에서

배내옷에 대한 널리 만연된 경건함을 반박하고 문제를 명확히 제기하는 측면에서 보면 루소의 에밀 또한 문학이자 예술이기도 하네요.

---------------------

배내옷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루소가 살았던 시대와는 달리 요즘의 배내옷은
개념과 명칭, 활용조차도 당시의 것과는 많이 다르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배내옷이든 꽁꽁 싸매는 속싸개(?)든
얼굴에 손톱상처를 내는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 팔다리의 활동을 제약하는 용도로도 쓰입니다.
반대로 아기가 엎드려 있을 때 그 제약으로 종종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지금 신생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은
아이의 안전과 속박에의 자유라는 절충선을
어느 눈금에 맞출지 한번쯤 고민해 볼일입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7-10-28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냇옷을 생각없이 입혔는데, 배냇옷이 아이에겐 ‘구속복‘이 될 수 있겠군요... 아내와 이야기해보니, 연의는 배냇옷을 정말 싫어했다네요... 북프리쿠키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북프리쿠키 2017-10-28 18:48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은 <에밀>을 읽으셨을것 같아요~ㅎㅎ
다행히 연의가 싫어해서 덜 입혔으리라 생각합니다.
호랑이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렇게 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구속복이라 하시니 그 ‘어린 수형수‘가 안타깝네요.
이미 울 힘조차도 없는 아기가 얌전하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평화를 찾았을테니까요 ㅠ.ㅠ

겨울호랑이 2017-10-28 18:51   좋아요 2 | URL
북프리쿠키님처럼 깊이 있게 읽지 못했네요.ㅜㅜ. 이번 기회에 좀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읽어야겠습니다. 그래도, 배냇옷을 입히는 편이 자기 아이를 고아원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고 스스로 위안해 봅니다 ㅋ

북프리쿠키 2017-10-28 18:59   좋아요 2 | URL
ㅋㅋ 볼테르에게 호되게 당했지요..흔히들 ‘천재들의 광포한 이기주의‘라고 위안을 삼기도 ㅋ
그러고보니 허름한 허세도 마누라 요양원보내고, 3형제 친척집에 보내더니...
오롯이 창작의 열기를 ^^

저도 그냥 그냥 읽고 있어요.ㅎㅎ 호랑이님께서 재독하시면 좋은 의견 참고하겠습니다^^







커피소년 2017-11-12 12:15   좋아요 2 | URL
두 분이 배내옷에 대한 생각 잘 읽고 갑니다.. 배내옷.. 다른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어서 크게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여러 방면으로 아이를 위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존경심을 느끼게 됩니다..^^

cyrus 2017-10-30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베네옷을 입히는 것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기를 키워 보지 않은 미혼자라서 옳은 생각일 수 없겠지만요. 친구 부부가 딸을 출산해서 딸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아기가 입은 베넷옷이 답답해 보였고, 베넷옷의 단점을 알고 있어서 이 얘기를 했다가 핀잔 들었어요. 친구는 제가 미혼자라서 잘 모른다고 했어요.. ^^;;
 


˝자기 아내를 용서했다는 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남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일이지. 자기 아내를 진심으로, 거짓없이 용서했다는 것 말이야.
그럼으로써 여자는 두 배로 그의 소유물이 되니까˝
- p.113

‘노라이즘‘을 탄생시킨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

노라에게서 어머니를 보았다.
그저 ‘여자‘였을 뿐인 젊은 시절의 내 어머니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
책을 싫어하는 루소는 그리하여 이렇게 즐겁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나는 아이에게서 모든 과제를 없앰으로써 아이의 가장 불행한 도구, 즉 책을 제거하는 것이다.
독서는 아이에게 재앙인데도 어른들이 아이에게 빠지지 않고 시키는 거의 유일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어야 에밀은 겨우 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적어도 읽을 줄은 알아야 하다고 사람들은 말한 것이다. 나 역시 그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독서가 그에게 유익할 때, 읽을 줄 알면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 독서는 아이를 지겹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p.36

언제나 경험을 통해서만 세상을 이해하도록 해야 된다는 명제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즉 다섯살에서 열두살때까지 경험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감관에 대한 훈련을 시켜야 하는 거지. 아이에게 추론하는 것이나 관념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 같은 일을 피해라는 말일 것이다.
독서가 이 나이에 ‘재앙‘의 수준이라니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말을 했다면 분명 나보고 미친놈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본문 2부에서 자세히 다룰 내용이라 루소의 이 주장이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고 통용된다는 확신을 어떻게 심어줄 지 사뭇 기대된다.
EBS나 SBS스페셜에서 가끔씩 혁신학교나 대안학교, 혹은 그러한 신념을 가진 부모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마을을 조명한 적이 있는데, 적쟎은 호기심과 감탄을 불러 일으킨 내용 또한 루소의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걸 보니 혼란스럽지만, 충분히 실천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루소는 아이 시절을 존중할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하고 있으며, 자연의 자리에 끼어들지 말 것을 조언하고 있다. 자연이 오래도록 작용하게 내버려둘 것이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걱정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시간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며, 교육을 잘못 받은 아이가 전혀 교육받지 않은 아이보다 훨씬 더 슬기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아이를 즐겁게 뛰어놀도록 내버려 둘 것을 당부한다. 아이에게 노는 것은 곧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그것은 아주 가치가 큰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말하는 이른바 그 무위를 두려워하지 말라. -p.38~39

나 자신도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니 무위보다는 시간을 잘못 사용하는 일이 더 많았다.
잠을 줄여서 무언가를 더 할려고 하지말고,
깨어있는 시간만이라도 잘 활용했더라면..하는 후회가 남는다.
아이를 즐겁게 뛰어 놀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루소의 사상은 나의 생각과 일치한다.
‘설령 왼손, 오른손도 구별할 줄 모르는 상태이지만, 아이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열두 살까지 길러낼 수 있다면, 당신의 최초의 가르침이 시작되자마자 그의 오성은 눈은 이성을 향해 열릴 것이다‘ 라는 루소의 이야기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이를 즐겁게 뛰어 놀게 하는 것이 어떤 목적을(가령 학습동기를 유발한다는 등의) 이루기 위해 효과적인 수단으로만 의도한다면 더 크나큰 고통을 부모와 아이에게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어느 정도의 ‘재능‘도 무시할 순 없으니 그저 놀 수 있는 나이때 행복하게 실컷 놀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를 다그치는 것보다 기다려주는 것이 더 힘들고 괴로운 길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나, 상당수의 깨어있는 부모들도 이젠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괴테는 "호주머니에는 언제나 호메로스를, 그리고 머리에는 언제나 ‘에밀‘에 대한 기억이 담겨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에밀은 큰 인상과 감명을 남겼다 -p.50

사람이 태어나는 곳 어디에서나 내가 제안하는 방법으로 인간을 교육한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하며, 내가 제안하는 방법으로 인간을 교육하여 그들 자신에 대해서나 타인에 대해 최선의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으로 또한 만족한다. 만일 내가 그와 같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내 잘못이다. 하지만 내가 그 약속을 이행했음에도 그 이상의 것을 내게 요구하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밖에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p57

모든 것은 창조자의 수중에서 나올때는 선한데
인간의 수중에서 모두 타락한다.-p.61

자연인은 자기 자신이 전부이다.
자연인은 수의 1같은 존재로, 자기 자신이나 자신과 같은 존재하고만 관련이 있는 절대적인 총체이다.
시민은 분모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분자처럼 사회라는 전체와 관련되어 그 가치가 결정될 뿐이다. 좋은 사회 제도라는 것은, 인간에게서 가장 교묘하게 자연성을 잃게 만들어 그의 절대적인 존재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상관적인 존재를 주어 ‘나‘라는 자아를 공동체 속으로 양도시킬 줄 알게하는 그런 제도이다.
그리하여 각 개인은 자기 자신을 더 이상 한 개체가 아니라 한 공동체의 부분으로 생각하여 전체에 더 민감할 뿐이다.-p66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소년 2017-10-22 0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 공감합니다.. 아이를 학대하는 것만큼 큰 재앙은 없습니다.. 18세기 철학자의 시대를 매우 앞서간 뛰어난 혜안과 통찰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아니.. 그러고보면 그 때도 기득권 집안에서는 강제 교육 과잉이 문제가 되었겠군요...

북프리쿠키 2017-10-28 19:40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의도‘가 좋든 나쁘든간에 철저히 아이입장에서 생각해보아야 되지 않을까요.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 생각하더라도
아이를 구속하고 강제성을 띠면 그것조차 학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데 품이 드네요..^^;;

이하라 2017-10-22 1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요즘 아이들이 많이 힘들게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유치원부터 외국어에 초딩 때 학원 몇개에... 아이들에게 자연에 맞는 생활이란 게 먼 얘기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네요

북프리쿠키 2017-10-28 19:45   좋아요 1 | URL
요즘 애들이 모든 걸 포기하고 공부에 올인한 결과는 무엇인가 묻고 싶네요.
더 두뇌가 명석하거나 지혜로운지..의문입니다.
오히려 천재들은 과거에 더 많았지 않나 생각하구요.
정말로 자연과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