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약간 쌀쌀하지만 햇살이 따사로운 가을 오후네요.
박건웅 만화에 꼽혀 찾아 읽다보니
평화발자국 시리즈에 좋은 책들이 많은 걸 알았습니다.
평화발자국 12번 박건웅 작가의 <짐승의시간>은 김근태가 남영동에서 겪은 22일간의 기록입니다.
예전 영화로도 봤는데 그 때의 실감나는 충격은 꽤 오래 갔었습니다.
564페이지로 두툼한 느낌이 넘 좋기는 한데 그 분량만큼 또 가슴 저려야하네요.
평화발자국 19번 김금숙의 만화 <풀> 또한 500여페이지 분량의 양장본입니다.
위안부 이야기로,
이번에 해외에서 상 받으신거 축하드리며,
그녀의 또다른 작품 <나목>은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더니 구입중이라네요.
엔젤에서 라떼 한잔하며
노근리이야기 1권을 읽는데,
뭔가 더 자세히, 다른 쟝르로, 또한번 접하는 기분이 뭔가 뿌듯한 것이~
묵직한 아픔의 현장을 이런 마음으로 본다는 묘한 죄책감과 함께 참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었습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쌍굴 안에서의 학살 이전에 피난민들은 이미 그곳에 당도하기 전에 노인,어린이,부녀자 할것없이 피난 인솔을 진행한 미군에 의해 비행기 공습에 기총소사로 피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지옥에서 살아남은 증언은 말 그대로 살육의 도가니였지요.
아이가 뇌가 쏟아진 엄마 머리를 잡고 울거나, 포탄폭풍에 눈이 튀어나와 제 손으로 뽑거나, 살점들이 쏟아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으레 공습의 결과니까요.
1명도 남김없이 죽여야 하는 철저한 소탕작전이었습니다.
수십차례 공습과 사격으로 피난민들을 학살하고 부상자까지 확인사살후 배수구나 풀숲에 숨어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아 노근리 쌍굴에 밀어넣지요.
이제 겨우 학살1차전이 끝났습니다.
이제부터가 노근리 사건의 시작입니다.
햇살 좋은 날 커피 마시며 읽는 책으로
참 어울리지 않네요.
그래도 더더 자세히, 정확히 알아가는 게 살아남아 풍요롭게 살아가는 자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진실이 이루어내는 기적의 첫걸음이니까요~~그리고 그들에게 ˝우리도 함께 아파한다˝고, 우리도 알고 있다고, 잊지 않았다고, 말해 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