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님의 저작.
하버드대에서 한국현대사를 강의하며 한미관계, 남북관계 등 주요 사건들의 실체를 밝히는데 매진하셨다네요.
내 머릿속 베트남전쟁의 단편과 오해들이 이 책으로
말끔히 정리되길, 그리고 일련의 원인과 과정, 결과들이 현대 한국사회에 어떤 발자국을 남겼는지 통찰해보고 싶네요.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에 대해 세계의 학계가 던진 질문은 브루스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미국이 왜 베트남에 갔는가?‘라는 질문은 ‘미국이 왜 한국에 갔는가?‘ 라는 질문과 연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11p 》

《그렇다면 베트남 전쟁과 그 시대의 변화는 어떻게 기억될까? 2000년대 초반 외국에서 있었던 한 학회에서 한국의 어느 대학교수는 베트남전쟁을 ‘신이 한국에 내린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한국사회가 기억하는 베트남전쟁을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었다. 일본의 요시다 시게루 총리가 한국전쟁을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이라고 표현했다고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한국사회가 베트남전쟁에 대해 똑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13p》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어제 내복을 빨아 입었습니다. 물 내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왜 수의를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쌍추삼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냉수를 한없이 들이켜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 전사한 학도병의 편지 19p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만약 우리 한국군이 파견되지 않았다면 당시의 내 추측으로는 주한미군 2개 사단이 베트남으로 갔을 것이다. 당시 베트남, 미국 정부가 한국군을 보내달라고 했을 때 우리가 보내기 싫으면 안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미군 2개 사단이 갔을 겁니다. 우리나라의 국방을 위해서도 한국군이 월남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 박정희 대전유세(1967년 1월 17일)-21p

결국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된 이유는 주한미군의 규모를 유지함으로써 북한에 대응하는 안보력 약화를 막기 위한것. 한미동맹에 대한 고려, 미국의 주한미군 및 한국군 감축 정책에 대한 대응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 도덕적 측면을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데 공헌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일협정에 집중되어 있었던 사회적 관심을 베트남에 대한 전투부대 파병이 본격화된 1965년 이후에야 파병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가 됐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봐야 할 질문들이 있다.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을 평가하려면 기본적으로 파병의 근본적 이유와 복적이 예상한 대로 달성됐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을 두고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평가가 이루어졌다. 과연 이러한 평가는 올바른 것일까?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았을까? 베트남 파병을 통해 자유세계를 지키는 동시에 한미동맹이 굳건해지고, 주한미군과 한국군은 감축되지 않았으며, 한국의 안보는 더욱 안정됐는가? (...)1968년의 안보 위기와 1971년 주한미군 1개 사단의 감축사단의 감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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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8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9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8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9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5-18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월남전 시기에 베트남에 파견된 한국군에게 강간당한 베트남 피해 여성이 많았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에 방문하면서 끔찍한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 입장을 보였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국가가 저지른 죄를 말끔히 씻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05-19 13:40   좋아요 2 | URL
미군이 저지른 미라이 민간인 학살사건이나 한국군이 저지른 수많은 민간인 학살사건을 읽고 있는데요 너무 가슴 아픕니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리가 느끼는 일본의 태도는 곧 베트남이 느끼는 우리 나라의 자세와도 통하겠지요. 역대 대통령의 ‘유감‘발언이나 ‘마음의빚‘이 과연 사과일까요. 베트남 신문엔 단 한줄도 실리지 않습니다. 구체적 진상규명 후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는 것이 진정성있는 사과 아닐까요. 우리가 늘 일본에게 요구하는 바로 그것 말입니다. 독일처럼 사과하는 것이 국격을 내린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특히 아이와 여성, 노인에 대한 학살방법은 입에 담지도 못하겠네요. 와중에 여성베트콩은 그들말대로 ‘한끼식사‘ 윤간 후 얼굴이나 신체부위가 없어질 정도로 총질을 해댔다 하니 차마 형언할 수 없네요.
우리의 과거진상규명이 50년 이상 걸린 것처럼 베트남도 시간이 흘러야겠지요. 상처를 준 사람이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지금도 살아있고, 시뻘건 상처에서 피가 멈춘지 얼마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베트남정부에서의 역사교육에서도 안정을 위해 들쑤시지 않는다하니, 한국이 그렇게 베트남국민들에게 인기가 식지 않은 이유중 하나겠지요
가슴 아픈 역설이기도 합니다~~지금도 양국의 관계를 도모하고 아픔을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한,베 평화재단 구수정 이사님의 활동에 마음으로나마 동참합니다.

깐도리 2018-05-18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어보고 싶어요...베트남전쟁의 역사에 대해서,,월남전의 실체에 대해...

북프리쿠키 2018-05-19 18:26   좋아요 1 | URL
베트남전쟁에서도 대해서도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작동해서
어떤 책을 고를까 고심했습니다.
인류 보편적인 잣대로 봐야될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극우 보수들은
감성팔이나 학살의 불가피함을 내세워 합리화하는 것만 봐도 역사책의 선택은 참 어렵더라구요.
깐도리님의 내공이라면 충분히 좋은 책 골라 읽으실 것 같습니다.^^;

bigbend 2018-05-26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결국 베트남에서의 전쟁에서 얻은 살상의 경험을 광주에서도 그대로 ..
광주시민을 폭도와 간첩이라고 거짓 세뇌화 하고..
아직도 그 당시 이곳 TV에서 보았던 소름끼치던 장면이 생생히 떠오른다.

북프리쿠키 2018-05-26 20:12   좋아요 0 | URL
과오를 덮기 위해 증거를 없애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던 건
일제가 전매특허였죠.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채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 왔던 그들의 DNA에 뿌리깊이 박혀있던 기술들을 현대사의 질곡마다 뽐냈던 것 같습니다.

아..글을 쓰는 도중에 속보네요. 남북정상회담이 오늘 낮에 있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