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주역 옛글의 향기 9
공자 엮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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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이라는 엄청난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말 때문이다. 공자는 이 책을 얼마나 즐겨 읽었던지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며 엄청난 책이기에 그는 이토록 심혈을 기울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던 차에 마침 기회가 되어 읽게 된다.

 

특히 주역은 다산 유배 18년 동안 유배 생활의 첫 공부로 주역을 택하며 읽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유배를 견디며 무사히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정신적 원동력이 주역에 있었고, 그 주역 공부는 결국 경세유표, 목민심서, 여유당전서와 함께 주역사전으로 남겨졌다. 다산이 말하기를 자신이 쓴 500여 권의 책은 모두 버려도 주역 사전만큼은 마지막까지 꼭 남겨 후세에 전해달라고 당부하였다니 이 책이 과연 무슨책일까 정말 궁금하다.

 

일단 주역에 대해 뭔지 자세히 알아보자.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주역(周易)의 원전인 역경(易經)은 수천 년에 걸쳐 복희씨(伏羲氏문왕(文王주공(周公공자(孔子)에 의해 완성된 동북아 최고의 점서(占書)이자 철학서라고 한다. 기원전 3000년경 복희씨가 황하에 출현한 용마(龍馬)에 그려진 하도(河圖)를 보고서 8괘를 바탕으로 64(8×8=64)괘로 확장된 이후, 하나라 때는 64괘 중 중산간괘가 첫머리에 자리해 연산역(連山易)이라 하였고, 은나라 때는 중지곤괘를 앞세워 귀장역(歸藏易)이라 하였다. 그러다 기원전 1000년경에 주나라의 문왕이 64괘에 대한 설명서인 괘사(卦辭), 그의 아들인 주공이 각 괘의 효에 대한 해설인 효사(爻辭)를 붙임으로써 역경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서는 공자가 역경이 기록된 죽간(竹簡)을 위편삼절(韋編三絶)이 될 만큼 매진한 끝에 역경의 해설서인 십익(十翼)을 덧붙였다.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오늘날의 주역은 주나라의 문왕과 주공 그리고 주나라를 흠모한 공자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하여 주역이라 일컬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주역은 기원전 136년 한무제가 동중서의 건의를 받아들이면서부터 유학자들의 필독서이자 과거시험의 주요과목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대학의 필독서로 선정되었으며 정치가와 기업가 등 리더들의 애독서가 되었다.(들어가는 말 중에서..)

 

그런데 용어해설 부분을 읽자마자 당최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상괘와 하괘'에 대해 '천하동인괘天火同人卦'를 예로 들고 있는데 "건괘가 상괘이고 이괘가 하괘가 된답니다."고 하는데 이게 지금 무엇인고....

 

이렇게 용어 해설 부분은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무엇을 뜻하는 지는 전혀 모르겠다. 오기가 생긴다.

 

그러나 그 오기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이렇듯 주역은 난해한 문장과 이상한 그림으로 인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런데 난해한 한문 원전을 쉽게 풀어내고 주역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주역(周易)의 원전인 역경(易經)을 원형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상경과 하경은 물론 해설서인 십익(十翼)의 원문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 썼고,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산가지와 동전으로 쉽고 간단하게 점치는 방법을 부록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읽어보지만 생소해서 이 또한 독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일화를 소개하면 아는 지인이 시도서관에서 동아리 모임을 할 때 주역을 통해 점을 보는 분이 있었는데 한 번 봐주겠다고 했는데 아뿔싸 그가 말한 점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하고 있어 놀랐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 얘기를 듣고 놀랐다. 그래서 어쩌면 주역을 한 번은 꼭 읽고 가야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다. 지택림괘 地澤臨卦라고 '돈독하고 지혜롭게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풀이한 것을 보니 "임괘는 크게 형통하니 바르게 하면 이로우나 팔월에 이르러서는 흉함이 있답니다"로 되어 있다. 그리고 초구, 구이, 육삼, 육사, 육오, 상육에 대해 언급하며 거기에 맞게 풀이를 해주고 있는데 괘 구성에 맞는 해석법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각기 해석이 다른지는 안 나와 있어 모르겠다.

 

한 가지 해석을 살펴보면 '육삼'은 기쁜 낯으로만 임하기에 이로울 것은 없으나 이미 근심하고 있으니 허물은 없을 겁니다. 상전에 이르길 "기쁜 낯으로만 임한다는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며, 이미 근심하고 있다는 것은 허물이 오래가진 않는다"는 것을 뜻한답니다. p107-109

 

또 눈에 들어오는 문구를 본다.중수감괘重水坎卦라고 '연이은 험난함에는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걸 풀이하면 "감괘를 익히는 습감(習坎)은 믿음이 있어서 오직 마음이 형통하니, 실행하면 숭상함이 있답니다."로 되어 있다. 이 또한 초육, 구이, 육삼, 육사, 구오, 상육이라는 것을 언급해 주면서 각기 해석을 달리하는데 이 또한 왜 이렇게 해석을 하는지 모르겠다. p151

 

단지 이러한 점괘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살피고 나아가는 길잡이를 해주지 않나 생각된다.

 

한편, 이번 책은 각 편의 말미에 한자어원풀이를 수록해 주고 있다. 책 속에 실린 주요 사자성어의 어원풀이를 통해 한자에 담긴 본연의 뜻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즉 글자의 원형이 담긴 갑골문(甲骨文)과 금문(金文) 그리고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참조 인용하며 상세한 풀이를 해주고 있어 처음 주역을 접하는 분들에게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역학을 깊이 있게 공부한 사람들은 매일 혹은 중요한 목표실행에 앞서 주역점을 활용해 왔다. 한 자료를 보니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은 첫 전투인 옥포해전에 나서면서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라. 산처럼 무겁고 침착하라(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는 군령을 제1성으로 내놓고 전쟁에 임하게 했다. 주역에 조예가 깊었던 이순신은 주역 간괘()의 메시지를 이용해 병사들의 기강을 다잡은 후 군대를 출정시켰던 것이다. 산을 뜻하는 간괘()는 권위나 위엄, 진중함 등과 같이 주로 긍정적인 태도나 마인드를 상징하는 괘로 쓰이는데 그래서인지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산을 상징하는 간괘가 위, 아래에 겹쳐져 만들어지는 중산간(重山艮)괘는 주로 흉()한 상황을 암시하는 것으로서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꽉 막혀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괘가 중산간괘이다. 우리가 잘 아는 칼 융은 집단무의식의 원형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출장을 떠나기 전 주역 점괘를 뽑았다. 그 때 나온 괘가 중산간괘였다. 해석하면 앞이 꽉 막혔으니 걸음을 멈추고 계획을 취소하라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융은 점괘를 무시하고 아프리카로 출발을 한다. 그러다가 현지에서 큰 곤혹을 치른다.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도 중국 대륙으로 떠나기 전 다카시마를 찾아가 출행 점을 쳤다고 한다. 다카시마는 일본 내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역학자였으며 이토 히로부미의 정신적 멘토였다. 그런데 다카시마가 뽑은 점괘도 중산간괘였다. 불길한 점괘였으므로 다카시마는 이토 히로부미의 출장을 만류했다. 그러나 이토 히로부미는 이를 무시하고 중국으로 출발했고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총에 맞아 절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실제 운명을 말해주는 것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특히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는 예지력을 갖춘 선지자와 같은 혜안이 필요한데, 일반인이라면 주역점을 치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닐 것이다. 특히 주역점을 쳐서 똑같은 괘체(卦體)를 뽑았다 해도 어느 때에 누가 접했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점치려는 사람의 환경과 신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것이다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믿을만한가? 모르겠다. 아직은....

 

중요한 것은 유가(儒家)에서 말하듯 군자는 주역을 깊이 명상한다.”는 말이 있듯 주역이 단순히 괘와 숫자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깊은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돌아본 나를 통해 우주를 보는 일이 주역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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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 선사 시대 ~ 남북국 시대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최태성 지음, 신진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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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들어가는 말에 보면 이런 말로 시작한다.

많이 배우지 맙시다!

역사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배우지 말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뭔가는 다른 포스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역사를 생각할 때에 그 역사는 단지 지식의 과시나 시험을 위한 공부였다. 늘 재미가 없었고 배워야 될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단지 몇년도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때 어떤 조약이 이루어졌으며, 그것과 관계된 인물은 누구인지 그게 중요한 공부였다. 우리의 역사 공부는 그러했다. 많이 외워서 시험을 잘쳐, 좋은 성적을 얻고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오로지 그게 목표였음을 어느 누구도 반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시대는 많이 달라졌다. 드디어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다루는 시대가 왔다. 특히 역사를 전공하고 오랜 기간 역사를 가르쳐온 저자 최태성은 시험을 위한 역사 지식은 잊어도 된다고 과감히 말하며 쓸모 있는 역사를 가져와 우리 아이들에게 선사해 준다.

너무나 잘하고 있다. TV에서 이미 그는 역사를 흥미꺼리로, 삶의 지혜와 교훈으로 가져와 강의하며 패널로 멋지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특히 요즘 방영하는 "벌거벗은한국사"는 가히 방송국과 연계에서 멋진 자료 화면과 함께 역사를 우리 밥상 앞으로 가져와 생각하게 만들고, 무엇을 고민해야 될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런 방송은 계속해서 나와야 된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런 책과 학교 교육도 이런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된다. 교육의 파괴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외우기만 할 것이냐? 언제까지 지식 쌓기만 하며 역사의 젠가 놀이에 빠져 있을 것인가?

이 책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역사의 쓸모》 속 메시지를 정말 어린이를 위해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많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역사를 읽으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불친절하다. 유물을 보여주는 사진도 별로 없고 만화로 쉽게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냥 몇 컷트의 그림과 함께 세련된 할머니가 '옛날 옛적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서 말하는 스토리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다. 요즈음 세계는 정보화 사회를 넘어 꿈과 이야기 같은 감성 요소가 각광받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고유의 스토리이다. 스토리를 통해 제품의 감성과 메시지가 전해질 때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걸 사게 된다.

그렇다. 재미난 스토리에 빠지면서 역사를 배우게 된다. 흥미롭게 읽다보니 그 역사가 오히려 더 궁금해지고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 한 쳅터마다 어떤 가치나 교훈을 체득하면서 당시의 역사와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정말 상당히 잘 만든 책이며 고미한 흔적이 보인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 있어 지식은 이제 찾아보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게 무슨 의미를 주고 내 삶을 어떻게 바꾸어 주느냐이다.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역사는 매우 중요한데 이 책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를 역사 속에서 뛰어놀도로 도와주는 책이다. 단언컨데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역사 사용설명서가 되어 줄 것으로 보인다.

정말 우리는 역사를 ‘쓸모’의 지식으로 가져와야 한다. 어떤 자료를 보니 아이큐는 유대인보다 나은데 노벨상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은 지식 위주의 공부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유대인은 스토리 교육의 대가이다. 그리고 어떤 질문도 허용하고 생각을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즉 유대인 부모가 자녀에게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있는데 히브리어로 ‘마 따호세프’다. “네 생각은 어때?” 또는 “네 생각은 뭐야?”라는 뜻이다. 부모는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아이의 생각을 묻는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에게 “왜 그렇게 생각해?”도 자주 묻는다. 예를들면 우리는 흔히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는 ‘공부 열심히 했니’ 또는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하는데 비해 유대인은 ‘오늘 질문 많이 했니’ 또는 ‘무슨 질문 했니’ 하고 묻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토라를 통해 적극적으로 토론하며 얘기를 나눈다. 이런 교육 방식은 결국 유대인을 위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학교 교사들의 교육 방식이 바뀌어져야 할 때가 왔다. 반드시 이렇게 바뀌고 왜 역사를 우리가 공감하고 알아야 되는 지를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호기심을 자극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공부다"

과거의 사람들을 통해 나를 발견해 나가며 내 삶을 채워갈 새로운 역사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저 읽고 한 번 멈춰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많이 읽혀주기를 바라며, 어른들 또한 흥미로운 역사에 관심을 가지며 함께 읽고 자녀들과 나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 철학자 헤겔은 “인간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즉 역사 속의 인간은 앞의 실패를 교훈 삼아 현명하게 행동하기보다는 놀라울 정도로 잘못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배워서 현재를 알고 미래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왕 배우는 거 따분하게 배우지 말고 이런 역사책과 함께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우리의 역사를 그들에게 맡기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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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 - 스물에서 서른, 가슴 뛰는 삶을 위해 떠난 어느 날의 여행
이예은(나린)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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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에세이를 계속해서 보고 있다. 아마도 여행에 대한 욕망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헤르만 헤세의 여행 에세이인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을 읽고서는 더 목마른 여행을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자가 느낀 감동과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소개는 읽는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리고 어떤 책장에서는 미치도록 가고 싶어 목매어 울기도 한다.

너무 과한 표현인가 싶지만 실제 여행을 사랑하는 자들에게는 이런 감정들이 다 있을 것이다.

저자의 프롤로그에도 이런 문장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자기 몸보다 큰 배낭을 메고 세계여행을 하는 꿈을 꿨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탔던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어떤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했다. 비행기 이륙에 맞춰 미친듯이 뛰던 심장의 박동 소리를 기억한다. 나는 그것을 잊지 못해 계속 떠났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방랑자와 같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또 다시 여행에 대한 열변을 토한다.

여행을 왜 떠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 더 뜨겁게 삶을 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생생함 속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순간을 만나려고 여행했다. 그런 나에게 여행은 단 한 순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적이 없었다. 매 순간 나의 예상을 벗어났고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것들을 선물했다.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떠났지만 돌아온 후엔 더 많은 질문들을 던져줬다. 그래서 그런 걸까.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후엔 항상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리곤 했다. 꿈과 같던 날들을 향한 향수병이기도 했다. [...] 삶은 결코 순간의 여행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서 나는 그 불안을 사랑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청춘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그 답을 얻었느냐고. 답을 찾지 못했다. 그 질문엔 답이 없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미숙하고 약해 무언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세상에 던져주는 질문을 당해 낼 재간이 없어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을 해소할 대상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여행 같은 삶을 꿈꿨던 나에게 여행은 매 순간 외치고 있었다. 삶은 여행일 수 없다고. 오히려 그것보다 더 크고 경이롭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떠난 후에야 알았다.

어쩌면 이렇게 여행자의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해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헤세처럼 여행이 주는 삶의 유익과 방황들을 수려한 문장으로 잘 드러내 주는 저자의 글솜씨를 보게 된다. 여행 에세이란 삶의 철학자들의 수다라고 말하고 싶다. 삶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여행하며 세계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 보는 기회를 누구보다 더 많이 추구하며 음미하는 자들이다.

헤세의 글을 하나 여기서 인용해 보자.

여행이란 경험을 의미한다.

그런데 가치 있는 경험이 이루어지려면 주변 환경과의 정신적 유대가 필요하다.

가끔 야외로 떠나는 즐거운 소풍, 야외 식당 테이블에서의 흥겨운 저녁, 호수 위에서의 증기선 여행 자체는 경험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만으로 삶이 풍요로워지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극제도 되지 못한다.

여행의 서정은 일상의 단조로움,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교제에 있지 않으며,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 것도 아니다.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내 안에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 발견하는 데 있다.

-헤르만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 '여행에 대하여'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관점을 얻는지 모르겠다. 헤세와 저자와의 유대 관계는 여행을 통해서 하나가 되고 있고 맞물려 있다. 그리고 독자 또한 여행 중독자로서 이미 삼위일체처럼 헤세와 저자와 하나가 되어 '삶'을 깊이 더 사랑하는 자가 되어 있음을 고백한는 바이다.

그렇다. 저자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사랑할 뿐이며, 그것도 아주 열렬히 살기 위해, 그래서 저자는 떠났다.

이 책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2년 전의 기록물이다. 여행이 멈춰진 지 어언 3년이 흘러가고 있는데 저자에게 이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여전히 여행을 했다는 표현처럼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스무 살에서 서른, 지난 10년간의 크고 작은 여행의 단편을 정리한 글이다. 이 책은 설익은 어린 날의 여행부터, 치열한 고뇌의 흔적으로 가득한 여행까지 날것의 기록을 그대로 담아 표현한 글이라서 더욱더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다.

어쩌면 독자들은 명문장을 만나기 위해 이 책을 들지 않고 저자가 느꼈던 그 감정들을 따라가고 싶어 책을 들었을 것이다. 명문장은 그저 여행을 통해 느낀 감정이 흘러내린것 뿐이다.

그러므로 아주 편안하게 이 책을 보면서 함께 여행을 떠나면 된다. 여행 에세이에서 중요한게 사진인데 이 책은 그걸 충족시켜 준다. 스쿠버 다이빙하는 모습은 너무나 동경이 되며 하고 싶다.

"젠장 나는 언제 저렇게 여유롭게 할 수 있지?" 하는 속 마음을 내 비춰본다. ㅎ

저자는 자신의 뒷모습을 많이 보여주며 여행지를 비춘다. 뒷 모습과 여행지의 절묘한 조화는 모든 여행자들의 꿈일 것이다. 사진 스크랩으로는 책에서 오는 그 아름다운 느낌을 못 전달하여 아쉽다. 책을 직접 보면서 그 아름다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참 좋다"이다.

여행이 고픈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우린 남들이 하는 건 다 하고 싶은가 봐요. 유명하다고 하는 건 한 번쯤 해봐야 해요.

그 기준에 갇히길 선택한 건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몰라요.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오늘은 아무 데도 안 가면 좀 어때요.

남들이 하는 거 안 하면 좀 어때요.

그냥 앉아서 멍하니 더위나 식히면 좀 어때요.

오늘은 그거면 충분해요. 지금의 여행은.

물론, 며칠이 지난 후엔 또 어딘가를 가겠죠.

그리고 또, 비슷한 상황을 만날 거예요.

이래서 삶을 여행이라고 하나 봐요.

내일은, 버스를 타야겠어요.

왜냐하면,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멀리 가야 하거든요. p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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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누나 - 남동생을 다루는 10가지 능력 미래그래픽노블 10
캐리스 메리클 하퍼 지음, 로리 루시 그림, 지민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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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아이들 특히 남매들만의 세계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책 소개를 보면서 번뜩 이 책은 우리 자녀들에게 읽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쁜 누나'라는 제목에서 우리 집 장녀가 생각이 났다. 누나는 동생을 사랑하며 보호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동생에게 나쁜 누나처럼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래서 장녀인 누나에게 이 책을 읽히면서 본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선뜻 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 캐리스가 자신이 어렸을 때 동생과 겪었던 여러 사건들을 담담하게 풀어낸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 자신이 스스로 참 나쁜 누나였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회고록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내용이다. 책을 읽게 되면 알겠지만 누나 캐리스와 동생 다니엘의 이야기를 보면 모두들 한번 쯤 겪었던 형제, 자매, 남매 또는 친구들과의 일이 떠오르게 된다. 또한 읽으면서 어린시절 동심으로 돌아가보는 기분이라서 옛 생각들을 끄집어내니 행복해 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볼 때 이 책의 제목이 말하듯 저자는 자신을 '나쁜 누나'라기 보다는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비록 동생을 괴롭히는 존재로 나아 갔지만 그럼에도 그때가 행복하게 느껴졌고, 그런 동생에게 좀 더 잘해 줄 걸 하는 정도의 후회가 담겨있는 내용이 스며져 있는 책이었다.

 

남동생에게 질투를 느끼며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는 모습도 보면, 현재 키우고 있는 내 자녀들의 모습에서도 그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이 책은 정말 남매가 있는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된다. 부모로서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고, 누나로서, 남동생으로서 깨닫는 바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어린 시절 추억들은 머릿속에 잘못한 사실이 많은 아이일수록 더욱더 자신의 철없음과 사랑하지 못한 사실에 많은 후회를 하면서 누나가 동생을 향해, 또는 남동생이 누나를 향해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을 갖게 하리라고 본다.

 

한창 남매가 싸우며 으르렁 거리는 때가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싸울까 싶은데 어느 순간 보면 여느 누나와 동생의 찐남매모습처럼 서로가 또 붙어서 이런저런 얘기로 웃고 떠드는 모습 속에 이제는 부모로서 옳고 그른 잣대를 논하기 보다 그들 스스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맡겼다.

 

그렇다. 이 책은 동생을 심하게 괴롭히거나 일부러 다치게 하는 나쁜 누나의 모습도 있지만 찐남매가 무엇인지를 찐하게 보여주면서 읽는 이의 미소를 짓게 한다. 요즘 예능 유망주로 떠오른 '콩고 공주' 파트리샤가 오빠 조나단과 함께 자주 TV에 나오는데 바로 이러한 남매의 모습이 이 만화책에 실려있다. 아마도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동생과의 빛나는 추억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같다. 추천글에 보니 이런 얘기가 적혀 있는데 "작가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죄책감, 부끄러움, 질투 같은 원초적 감정을 탐구하게 하는 책이다"라고 말하는데 그의 말처럼 인간으로서 가지게 되는 감정들을 오롯이 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남동생을 다루는 10가지 능력에 대해 나온다. 처음 누나 캐리스가 남동생 다니엘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놀리고, 골탕을 먹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남동생과 함께 놀거나 남동생을 거느리고 대장처럼 행동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우리는 모두 이와 같은 어린 시절의 여러 사소한 잘못들을 안고서, 또한 그러한 잘못을 뉘우치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제일 안타까운 장면은 누나 캐리스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고모가 마음껏 골라 보라는 말에, 고모의 사정을 생각지 않고, 마음대로 먹다가 엄마에게 혼나는 장면이다.

 

정말 동생 다니엘은 어떻게 알고 작은 것을 주문해서 먹었을까? 아무래도 동생에게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엄마가 가게에 심부름을 시켰을 때 가게에 가게 되면서 드윌리스 아줌마를 보게 되었는데 동생은 한 눈에 그 아줌마가 드윌리스 아줌마임을 알아 본 것으로 보아 동생은 누나와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거 같다.

 

이러저러한 일상의 얘기들을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준 작가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그림도 표현력 있게 리얼하게 그려주어 마치 실제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픽 노블 시리즈는 결코 지루하지 않게 이렇게 독자들을 행복하게 웃음짓게 하며 한 편의 영화를 보게끔 해주고 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책 읽기에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이번 만화 또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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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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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좋은 책을 많이 만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며 삶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며 통찰을 주는 책이 많지 않은데 저자의 글은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글이라고 본다.

요즘들어 이런 에세이의 책이 좋다. 작년에 읽은 책 가운데 「박현진」이라는 저자가 쓴 『내가 몰랐던 정답, 프로방스 출판』라는 책이 있다. 이분도 상담가였는데 이분 안에 녹아든 삶의 철학을 통해 쉽지만 깊은 진리를 배웠다. 오늘도 이 책이 그런 책임을 독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추천의 글을 보면 국어교사가 이런 말을 하였다. "인생의 경륜을 꼰대처럼 가르치지 않고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인생살이의 원칙을 말씀하신다."

그렇다. 이 책은 원숙한 인생을 살아간 한 여성이 구수하면서도 입담 좋게 삶의 핵심을 직관적으로 깨달은 사실을 전달해주는 책이다. 정말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성장하는 책!”이다.

이런 유의 좋은 책이 가끔씩 있다. 장황하게 철학적 용어를 써가며 깊은 진리를 혼자만 아는 것처럼 온갖 지식들을 다 동원하며 글을 써놓은 글보다 오히려 허위와 가식, 수식이 없는 저자의 글이 진짜 철학자라고 생각된다.

쳅터 1장에서 「마음을 따라가는 계산법」에 나오는 글이다. 저자는 어릴 때 8살까지 말을 못해 초등학교를 9살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저자를 벙어리 아이로 취급하며 부족한 아이로 보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모습이 보여 어쩌면 이리숙한 자가 아닌가 싶은데 이분은 '바보'와 같은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하루는 친구가 어디 함께 가자고 전화를 했다. 군부대 강의를 가야 하니 못 간다고 하자 친구가 강의료가 얼마냐고 물었다. 13만 5천원이라고 했는데 대뜸 "그것도 돈이라고 그 돈 받고 강원도 원통까지 가냐? 차비도 안 나오겠다."하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군부대 강의료는 전국 어디서나 13만 5천이다. 그래서 강사들이 안 가려고 하는데 하지만 저자는 군말 없이 간다. 그 이유는 손자 같은 애들이 군 생활이 힘들어 탈영을 하고 자살하고 사고치고 그러다 사형수 될까 봐 걱정돼서 간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하는데 "바보는 언제나 계산이 늦어. 바보는 원통에 가야 된다는 생각 밖에 없어. 하지만 똑똑한 친구는 돈 계산을 먼저 해." p48-49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세상살이는 이성적 사고와 이기적 사고가 지배하는 세계이다. 경쟁 사회이기에 조그만 뒤쳐지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퇴물?처럼 취급된다. 그런데 이분에겐 강사료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 말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바보라고 한다면 당신의 마음은 이미 병들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책은 이러한 얘기가 수두룩하다. 감동을 주며, 재미를 주면서 진짜 어른이 무엇임을 따뜻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이제 저녁은 쌀쌀해지고 있다. 겨울이 오려고 멀리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겨울을 만난 사람이나, 인생이란 무엇인지 하며 해답을 아직도 못 찾은 사람에게 이 책은 난로처럼 삶을 따스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저자의 신조를 보면 ‘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고 적어 놓았다. 향년 73세로 암에 의해 돌아가시기까지 저자의 삶은 계산이 없는 삶 그 자체였다.

정말 누군가가 SOS를 치면 언제든 달려가는 열혈 상담가였다.

책 소개에 나오듯이 저자는 30년간 사형수 교화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30년이란 시간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수많은 경험과 만남 속에서 저자는 순수한 눈으로 삶을 직시하며 바로보며, 사형수에게 때론 엄마가 되고, 누나가 되고, 언니가 되고 이웃집 아낙네가 되어 주었다. 다른 이와 다르게 계산하지 않는 저자의 마음이라 저자에게는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이미 2012년 출간되어 1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였다니 수긍이 된다. 이 책은 독자들의 재출간 요청에 10년 만에 돌아왔다.

출간 당시 한 일화를 보면 양순자 저자를 인터뷰하러 간 기자들이 인터뷰는 뒷전이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돌아가면서 한결같이 말하기를 “교과서 같은 식상한 답이 아닌 순도 100% 경험 속에서 나온 인생 상담에 자기도 모르게 무장해제되었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정말이라는 단어를 또 써서 미안하지만 '정말' 이 책은 교과서처럼 딱딱하거나 정석과 같은 답을 주기보다 저자 자신이 생생하게 경험하면서 끌어올린 지혜의 산물이다.

죽고 싶다고 말하는 후배가 있었다고 한다. 고민을 들어보니 그게 고민인가 싶었다. 그래서 고민을 풀어주겠다며 다짜고짜 금촌 기독교 묘지로 후배를 데리고 갔다. 이미 저녁이 되어서 음산하였다. 저자는 후배에게 말하기를 '내가 상담하던 사형수 중에 8명이 여기 묻혀 있다. 돈이 넉넉지 못해 자투리땅을 사서 묻어주었는데 너가 정말 죽고 싶다면 죽어라. 내가 사형수들도 이렇게 묻어주었는데 너 하나 뭇 묻어주겠나?'하며 후배의 손을 잡아 끌었다. 후배는 당연히 기겁을 했다. 이때 저자가 이런 말을 해준다.

또다시 그런 배부른 소리 하면 안 된다. 앞으로 몇 번씩 되씹어보고 말해라. 가슴에서 생각하고 나오는 말, 그런 말을 하자.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인생의 끝을 말한다. 사형수들은 '사형만 면하게 해주면 죽는 그날까지 살과 뼈가 가루가 되도록 좋은 일만 하다 가겠습니다.'하고 간절하게 용서를 빌어. 그래도 집행장으로 가는 길밖에 없어. 우리는 삶아 있음을 감사하자. 나는 사형수들을 만나면서 무엇이 정말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어.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일로 괴롭다느니 힘들다느니 하느 말은 안 하게 되더라. 풀어서 풀릴 수 있는 것은 괴로움이 아니요, 참고 기다려서 해결되는 것이면 고통이 아니더라. 세상 살아가가면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자. p25-26

-삶은 원래 힘들다. 엄살떨지 마라.

힘든 사람에게는 현재가 힘든 것은 맞다. 그런데 그 힘든 삶을 다른 사람과 대비해서 들어보면 내 힘듦이 오히려 감사가 될 때가 있다. 특히 기구한 운명과 같은 사형수를 보면 내 삶은 지금 축복이다. 물론 현재의 삶은 힘들다. 그런데 말이다. 죽음을 택하기 전에, 삶을 놓아 버리기 전에 이 책을 꼭! 읽고 선택했으면 한다. 모든 도서관과 학교는 이런 책을 비치해두고 필독서로 읽도록 해야 한다. 교도소에서 인생을 원망하며 삶을 비관하는 자들에게는 이 책이 생명줄이 되어 줄 것이다.

또 하나의 인생 에세이를 보게 되었다. 소중한 책을 써 준 양순자 저자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의 한 문장

(친구가 전화를 했는데 저자는 칫솔질 하느라 못 받았다. 벨이 다시 울려 전화를 받았는데 친구 왈 "코딱지만 한 집에서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냐?"고 채근했다. 친구 집은 천평도 넘는 넓은 전원주택 3층 집에 산다. 그 친구의 눈에 저자의 20평대 집은 정말 작은 집이다. 한 번은 분당에 사는 부자 친구가 있는데 혼자 69평에 살고 있는데 그 집에 자게 되었다. 이곳 저곳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쓰레기통에서 친구가 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사수구를 막을 듯 쌓여 있었고, 싱크대는 10년이난 안 닦은 것 같았다. 앞으로는 산이 보이고 뒤로 봐도 경치가 천국인데 집구석 안은 쓰레기 통이 었다. ㅠ 이런 곳을 보며 저자는 집에 대한 철학을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서 일산으로 이사할 때 집에 대한 내 철학이 있었어.

남의 도움 없이 나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공간.

절대 필요한 것만 갖고 살기

조금 답답하다 싶으면 내 집 같은 호수공원에 가면 돼. -내 눈에 안경이면 어때서? p44

인간은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거야. 내가 잠깐 입원했던 암 병동에는 많은 암 환자가 있었는데 성장의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가 다 달랐어. 긍정적으로 암을 안고 가는 사람, 의사와 병원을 잘못 선택했다며 골이 나 있는 사람. 이들은 얼굴 색깔부터가 달라. 그러고 보면 아프고 난 뒤 모두 다 성장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아프고 나서도 성장하기는커녕 신세 탓, 환경 탓만 하는 사람도 있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야. -어떤 얼굴로 작별할 것인가? p214

굴곡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만족할 수는 없겠지요. 왜 그렇게 올라가는 쪽만 쳐다보았는지 모르겠어요. 거기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사업이 부도나서 택시 운전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들은 얘기) 후진 잘하는 사람이 운전을 잘하는 사람인 것처럼 그 기사는 인생의 후진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 -아픔이라는 녀석 p61-62

남보다 조금 앞섰다고 뽐내지 마라.(엄청난 문장이다. 이 내용은 직접 읽고 이해하기 바란다. 이 책은 이야기를 통해 듣는 삶의 철학이다. 다 들려주고 싶지만 책을 사기 바란다!) p178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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