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또한 "여행은 설렘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들어가는 말 첫 머리에서 말했다.
이 책은 작가 부부가 1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쓴 생생한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세계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간접 경험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
저자의 여행 동기가 들어가는 말에 나온다. 30대 중반이던 1995년 은사님을 따라 7명이 미국에 가게 되었다. 저자겐 처음으로 하는 해외여행이었는데 학회에 참석 후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캐니언, 스탠퍼드 대학 등 처음 접한 외국은 저자에게 큰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광활한 그랜드 캐니언과 휘황찬란한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자유와 젊음이 숨 쉬는 스탠퍼드 대학의 캠퍼스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을 저자에게 보여 주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는 중 하루는 닥터 팅의 집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저자는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니 다섯 채의 집이 빌라촌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곳을 지나 5분여를 더 가서야 닥터 팅의 집에 다다를 수 있었는데, 가는 길에 사슴이 뛰어놀고, 집집마다 커다란 정원과 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차량만 하더라도 6대가 있었고, 집 안에 들어서니 홈 짐(Home Gym)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으며,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후 세계의 많은 나라를 경험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결혼 30주년을 기점으로 세계 일주를 떠나게 되었다. 물론 떠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듯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이다"는 말처럼 쉽지 않는 결단이었지만 용기를 내어서 저자와 아내는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며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물론 이런 행복한 여정에는 그가 노력한 삶과 경제력이 뒤바침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울산에서 개업한 후 한눈팔지 않고 20여 년을 열심히 살았다. 특히 1년을 쉬어도 충성스럽게 기다려주는 환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성실함과 신뢰도 그리고 친화력이 뛰어난 의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열면 좌충우돌하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며 저자의 무상무념의 표정이 찍힌 사진이 보이는데, 이런 사람 안에도 여행에 대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세계 여행 시작을 독일을 기점으로 출발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여행에 대한 흥분과 설렘이 얼굴에 웃음꽃으로 나올 정도로 꽃피었다고 하는데, 첫 사진과 두 세 번째 사진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고 네번째 사진에 가서야 자연스러운 웃음과 행복이 보인다. 이것으로 보아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전문서적이나 여행작가가 쓴 책이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사람의 여행기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면 서툰 사진과 미숙한 글쓰기가 보인다. 여행에 관한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일기 형식의 글로 책을 이어가고 있다. 일종의 일지라고 보면 되겠다. 신은 '한 사람에게 다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작가로서의 모습을 이 책에서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분명 이 책은 최근 읽은 이예은이라는 저자가 쓴 '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와는 결이 다른 책이다. 또한 헤르만 헤세가 쓴 여행에 관한 책인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과는 다른 결의 책이다.
따라서 독자는 오히려 편하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숙고하고, 가볍게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받으면 된다. 특히 부부가 함께 일생을 살고, 그 수고의 결과물인 여행을 통해 이 부부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매우 좋아 보인다. 그거 하나면 족하지 아니한가? 이렇게 이번 여행책은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일지에 관한 책이었다.
이 부부와 함께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동아시아'를 탐방하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