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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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자꾸 눈물이 왈칵나서 책을 덮었어요.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

-밀리의 서재 독자평 중에서

첫 단원을 읽자 마자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밀리의 서재 독자평이 이 책을 다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 같은지 그 문구가 마음에 쏙든다.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이유는 두 개의 문구 때문이다.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기를…"

15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저자는 15년 넘게 카메라를 들고 국내외 곳곳을 누비면서 수많은 사람을 다양하게 만나게 된다. 노숙자부터 교도소와 고물상, 노량진 고시원, 소록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시골 분교의 입학식, 알래스카의 한인타운, 해병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편, 법정 스님 다비식 편, 독도 경비대 편 등등 대통령까지 저자는 안 만나 본 사람이 없다. 그 만남은 단지 직업으로서의 길이었지만 저자에게는 삶의 해답을 얻는 기회가 되었고, 그들의 진솔한 얘기를 통해 따뜻한 위로와 삶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

원래 저자는 소극적이며 내성적인 성격이다. 아니 사회부적응자였나 싶을 정도로 저자는 예술 대학에서 사람들과 썩이는 것을 힘들어 했다. 어찌어찌하여 졸업을 했지만 사회 생활이라는 두려운 인간관계 때문에 대학 졸업 후 한동안 취직할 엄두를 못내며 지내왔다. 그러나 창작은 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 될 수 있는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 일을 찾았는데 마침 뮤직 비디오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여 조용히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에 재미를 붙일 즈음에 KBS에서 VJ비디오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한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저자는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VJ를 맡게 된다.

이것은 저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고 저자는 이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게 된다. 이 덕분에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수많은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왔는지를 깨달게 되고, 넓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깊이 관찰하며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해준다. 이 책은 그렇게 저자의 직업에서 건져 올린 길 위에서 생생하게 배운 삶의 의미와 단단한 인생의 태도들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그밖에 KBS 파노라마 ‘길 위의 아버지’ 연출을 담당했고, MBC ‘놀면 뭐하니 - 대한민국 라이브’, tvN ‘어쩌다 사장 1,2’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VJ로 참여했다. 그녀가 찍은 영상은 다른 영상과는 다르게 따뜻한 시선과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화제가 많이 되었고 그 공을 인정받아 2020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술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후회 없는 인생을 원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고르고 골라 이 책에 담은 얘기들이다. 5년의 시간 동안 원고를 붙들고만 있었는데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세상에 내어놓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때론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때론 저를 반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가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내어놓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삶에 대한 의문점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두렵고 불안하다. 저자처럼 소극적으로 숨고 싶은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단단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삶의 태도를 지녀야 좋을지,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지, 나와 타인, 내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에 대해 우리에게 조근조근 부담없이 말해준다.

“혹시 길을 헤매고 있거나, 자신이 너무 싫어 못 견디겠거나, 위로가 필요한데 마음 둘 곳이 없어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삶들 가운데 그 어떤 것이든 당신이 읽고선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

첫 단락은 저자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인격적 직업인으로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된다. 물론 그것은 그가 촬영한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PD의 섬세한 배려적 영상 촬영으로 인한 것이었다. 저자는 암환자들이 찾는 편백 나무 숲을 찾아간다. 편백 나무는 침엽수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뿝어내는 나무로 유명하다. 피톤치드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줄 뿐 아니라 면역력이 높아지고 암 치유에도 효과적이라 현대 의학이 포기한 자들이 이곳 전남 장성의 축령산 편백 나무 숲을 찾는 다고 한다.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 그곳으로 가게된 저자와 PD는 사실 취재 목적을 살리기 위해 그들을 방송용으로 이용하며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암 선고를 받은 자들에게 그런 촬영은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다큐멘타리 3일'이라는 방송 특성상 원칙상 사전 섭외 없이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을 만나 리얼하게 촬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촬영 후 PD의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사과하러 그 현장을 다시 찾아가서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하며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저자는 여기서 자신이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방송 아이템으로만 대해 온 것은 아닐까를 깊이 생각하는 교훈을 받게 된다.

프로그램을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연자들에게 방송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 촬영 때무에 불편한 것은 없는지 먼저 살폈어야 했다. 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 그때 나는 배웠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사람을 이용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사람을 배려하면서도 충분히 좋은 방성을 만들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 할지라도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면 안 된다. 일도 결국 사람이한 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보다 사람을 앞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p19-20

이 책의 한 문장

"놓아야겠다. 용서해야겠다. 마음 속에 품고 있어 봐야 나 자신이 힘드니까 놔야겠다." p25

- 25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사람의 한 마디 중에서...

한 여학생에게 졸업하면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사실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대학만 들어가면 다 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니까 다들 취업 걱정을 하더라고요. 저도 그냥 취업만 되면 좋겠단 생각뿐이에요."

당연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다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많은 대학생들이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애를 써서 기껏 관문 하나를 통과했더니 또 다른 관문들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인생이었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관문을 삶의 목표로 삼으면 안 되겠구나. 왜 그 관문으로 향하고 싶은지, 그 관문으로 가는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그래야 다음 관문이 오더라도 공허함이나 지치는 마음 없이 그 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만약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의미를 알고 가는 길이기에 걸어가는 과정에서도 분명 얻는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p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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