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가 묻고 성경이 답하다
차준희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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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다니는 사람에게 성경은 귀한 책인 동시에 의문으로 가득차 있다. 마치 하와처럼 호기심 가득하며, 도마처럼 끊임없이 의심이 되는 내용이 가득하다. 믿음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은 잘 소화가 되지만 그럼에도 초신자 포함 기존 신자들은 설교를 듣다가, 성경을 읽다가 자신이 믿고 있는 내용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온다.

 

목차에 나온대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데 우리 손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었는지 궁금하다. '말씀 묵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말씀 묵상은 과연 어떻게 하는 지도' 궁금해 진다. 또한 교회에서는 '믿음을 강조하는데 참된 믿음이 무엇인지' 때론 알고 싶기도 하다. 더군다나 매주마다 고백하는 사도신경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왜 매주 고백을 하고 있는 지도 알고 싶어 진다. 그리고 교회는 어떻게 생겨났고, 무엇을 지향하는 지에 대해서도 성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싶다.

 

구약 인물 가운데 모세의 삶이 크게 차지하고 있는데 왜 그는 왕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살인자가 되었으며 그를 최종적인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하다. 또한 모세와 결이 다른 여호수아에 대해서, 고집스런 요나의 모습을 어디까지 받아 들여야 하는 지에 대해 궁금하다. 신약의 인물 가운데는 가장 알고 싶은 대목이 있는데 왜 예수님은 마르다 보다 마리아를 칭찬했는 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고 싶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린 두 강도의 태도는 왜 끝에 가서 상반된 태도를 보였는지,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성경은 여전히 여기에 대해 무어라고 말씀하며 가르치고 있는 지에 대해 알고 싶다.

 

어쩌면 가장 알고 싶은 궁금증은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만드셔서 인간이 죄를 짓게 하셨을까?'에 대해서 매우 궁금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성경은 여기에 대해 무어라고 정의 내리고 있는 지에 대해 궁금하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가질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성격학자로서 원어 성경에 근거한 성경 해석을 해주고 있는 책이다. 지나치기 쉬운 성경과 사회 이슈에 대해서 저자는 신학자로서 전문가적인 해박한 지식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군더더기 없는 핵심을 찌르는 답변을 해주고 있다.

 

신앙인들에게 기본기는 너무나 중요하다. 인간에겐 기본적인 알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이 책은 CBS 올포원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했던 내용으로서 그리스도인들이 궁금해 하는 엄선된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어떤 질문에 대해선 조금 의아한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이 과연 궁금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 그리고 이 책은 일반 성도들뿐 아니라 설교자들과 신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설교자들에게나 신학생들에게는 조금은 밋밋한 내용과 답변이지 않나 생각된다.

 

따라서 초신자에게 필요한 책이며 일반 성도들이 보면서 성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처음 쳅터 1에 나오는 신앙의 기본기는 매우 도움을 주며 명료하면서도 실속 있게 답변을 주고 있다. 그 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미 기존 교회 설교자들로부터 들어온 내용이기에 조금은 신선함이 떨어진다. 물론 초신자나 일반 성도들 기준으로는 새로울 수 있다.

 

그런면에서 처음 신앙생활 하는 성도들과 교회는 오래 다녔지만 성경을 깊이 읽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큰 묘미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한 문장

 

선악과의 존재 의미: 사랑의 질서

 

하나님은 첫 사람에게 단 한 가지만을 못하게 제한함으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을 그으신다. 모든 것이 가능한 사람이지만, 한 가지의 제한과 한계를 두신 하나님께 순종함으로 사람은 사람이 되고, 하나님은 하나님이 되신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무엇이든지 간에, 사람은 이를 금지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하나님의 통치권을 인정하며 동시에 인간의 제한성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 금지명령은 인간을 속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있어야 할 사랑의 질서를 제시한 것이다. p.244

 

오늘도 선악과는 여전히 우리 안에 존재한다. 하나님으로부터 벗어나서 스스로 하나님이 되고 싶은 충동이 우리 안의 선악과다. ‘인간이 하나님처럼 된다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됨을 의미한다. 즉 인간이 하나님께 대한 의존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독립하게 됨을 말한다. [] 인간이 의존자임을 망각하고 스스로가 자존자가 되려는 욕망이 죄의 본질이다.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 존재해야 하는 관계를 파괴하고 하나님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욕망의 시도, 이것이 인간의 죄악이며 타락이다. p.246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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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위한 안내서 - 한 번뿐인 당신의 인생을 위한 스토아철학의 아주 오래된 지혜
윌리엄 B. 어빈 지음, 이재석 옮김 / 마음친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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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무엇보다 '삶의 기술'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목수가 다루는 재료가 나무이고 조각가의 재료가 청둥이듯이 철학은 ''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삶의 기술'을 연마한다-Epictetus

 

들어가는 말에 보면 '이 책은 삶의 철학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천명한다.' 삶을 잘 살고 싶은마음의 욕망이 인간에겐 있다. 나 또한 좋은 삶을 위한 안내를 받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한 번뿐인 인생이다. 이왕 사는 거 잘못 살았다고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길 원한다. 최근 영화 배우 강수연이 뇌출혈로 향년 55세에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로 치면 너무 짧은 세상을 살다가 인생을 마무리 했다. 고인의 미담이 알려지면서 뭉클해지기도 하는데, 그러나 고인은 이미 세상을 떠나 어디론가 가버렸다.

 

삶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가? 어떤 삶이어야 후회되지 않고 스스로도 만족하며 살 수 있는가? 인생은 과연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단지 죽으면 아주 악한 자가 아니면 단지 하늘 나라로 다 가게 되는가?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이 이 땅의 짧은 삶을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영혼은 정말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다면 단지 육신으로 살다가 죽는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다. 이런 고민을 누군가는 충분히 했을 것이며, 여기에 관해 누군가 정의를 하며 삶을 말해주는 자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스토아철학자들을 통해서 듣는 좋은 삶에 관한 안내서이다. 이미 스토아철학에 대해서 접해온 독자로서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윌리엄 B. 어빈 (William B. Irvine) 철학 교수를 통해 더 깊이 안내 받고 싶었다. 그는 라이트 주립대학교의 철학교수이다. 미시건 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 학사 학위를, UCLA에서 철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철학적 이해에 관해 매우 뛰어난 교수이다. 대부분의 철학 연구자들과 다르게 그는 철학을 활용해 자기 일상을 더 잘 살아가는 일에 관심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에는 스토아주의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상세한 지침을 담고 있다. 스토아철학을 자기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이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아마 우리는 삶의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가 욕망하는 것,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원하는 부와 명예가 실은 그리 추구할 가치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대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스토아철학자들이 덕(virtue)이라고 부르는 마음의 평정을 추구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스토아철학자들이 말하는 덕이 오늘날생각하는 덕과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추구하는 마음의 평정은 신경안정제로 얻는 무감각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분노, 슬픔, 불안, 두려움 등의 부정적 감정이 없는 동시에 기쁨 등의 긍정적 감정으로 가득한 마음 상태다.

 

지난 2천 년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21세기의 우리는 세네카 등의 1세기 철학자의 조언에서 얼마든지 유익함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총 네 파트로 되어 있다. 1부는 철학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 한다. 2-3부는 스토아 철학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룬다. 4부는 스토아 철학을 수련하며 얻는 통찰을 전하고 있다.

 

2-3부가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스토아철학의 심리 기법 가운데 하나인 '부정화 시각화'에 대해 조금 다뤄 본다. 이 말은 안 좋은 상황을 미리 그려 본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이따금씩 떠올린다. 안 좋은 일을 떠올리는 이유는 우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에픽테토스도 말하기를 "어디서든 무엇이든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라"고 말한다.

 

세네카는 아들을 잃고 3년이 지난 뒤에도 슬픔에 빠져 있는 마르키아라는 여성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서 세네카는 부정적 시각화 기법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이든 운명의 여신이 잠시 '빌려준'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운명의여신은 우리의 승낙과 예고 없이 언제든 그것을 되가져 갈 수 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영원히, 아니 한동안이라도 소유하리라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이어 세네카는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잠시 멈춰 이 시간이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점을 자주 숙고하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죽음이 즐김의 시간을 끝내게 된다는 것이다. 에픽테토스도 부정적 시각화를 지지하고 있는데 "그는 자녀에게 뽀뽀를 할 때도 아이 역시 언젠가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다. "아이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한다.

 

부정적 시각화는 스토아철학자들이 개발한 심리 도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삶에 일어나는 원치 않는 전쟁, 질병, 자연재해와 같은 아픔과 고통들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비극이다. 그러나 그것을 겪는 사람을 크게 변화시키는 힘도 있다. 실제 일어나지 않았지만 부정적 시각화를 통해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기쁨의 능력을 회복한다.

 

무엇보다 통제하는 것과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잘 분리하며 사물을 보라고 한다. 어차피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을 보고 마음 아파할 거 없다. 태양이 지고 뜨는 것이 통제가 안 되듯 우리 삶은 그런 통제가 불가능한 것이 있다. 또한 통제가 가능한 것과 어느 정도 통제가 되지만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있다. 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통제가 가능한 상황을 보며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한다.

 

삶의 문제는 어쩌면 단순한데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며,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삶은 그동안 불안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삶의 문제 앞에 이제는 "평정심"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좋은 삶은 안내를 받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삶을 충분히 안내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욕망에 관해 연구하던 중 저자는 생각 깊은 사람들이 가진, 욕망에 관한 공통된 견해를 발견했다. 그것은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을 극복하지 않고는 좋은 삶,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끝없이 더 가지려는 성향을 다스리는 좋은 방법이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p14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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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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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상 전 세계를 마비시켰던 코로나19가 이제 엔데믹(endemic)’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방역 지침도 해제되었고 실외 마스크 해제도 566일만에 해제되었다. 마스크 쓰는 것을 상당히 갑갑해 하는 입장에서 반가운 처사다. 무엇보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편안하게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코로나가 닥치면서 전염병에 대한 신간 책을 세 권이나 보았다. 전에는 그저 역사속의 전염병이며, 오늘날 시대도 일부 사람들에게만 있는 전염병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사람의 전염병이 되어서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었다. 특히나 이번 마지막 변이 코로나라고 말할 수 있는 오미크론에 나와 내 가족이 걸렸다. 감기 정도로라고 언론은 떠들기도 했는데 내가 걸리고 나니 이건 감기가 아닌 전염병이었다. 물론 내 가족은 나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오미크론 증상이 대부분 나타났고, 후유증도 한 달 이상이나 지속되어서 고통중에 있다. 다행히도 살아 남았음에 감사하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지금은 8-90% 정도 회복되었다.

 

 

앞서 세 권의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계적인 시선으로 코로나를 보았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책은 미시적인 관점에서 우리 역사 속의 전염병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오미크론에 걸리지만 않았어도 이 책은 더이상 손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언론에서 매일 확진자 통계를 내기에 이제 지겹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이 신간으로 나오면서 또한 오미크론에 걸리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역사 속에 있었던 전염병이 매우 궁금해졌다.

 

 

때마침 한 TV에서도 태조 이방원을 다루고 있고, 조선 역사에 대한 책을 몇 권을 읽으면서 조선이 매우 궁금하던 차에 조선시대 최고 전문가 신병주 교수님이 철저한 고증과 사실적 기록에 입각해 조선시대 전염병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다루어 주기에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전염병의 유행과 대응이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통찰력을 줄 수 있는지 충분하게 제시해 주는 책이다.

 

 

인류와 전염병의 역사는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메르스와 신종플루가 있었으며, 중세에는 흑사병과 천연두, 에이즈가 유럽을 휩쓸었다. 이와 더불어 급변하는 기후와 불량한 위생 상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였다. 우리 역사도 돌아보면 전염병은 끊임없이 찾아와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 같은 연대기 자료는 물론이고 16세기를 살아간 조선의 선비 같은 경우 양아록이라는 기록을 남겼는데, 이런 개인의 일기나 문집 등에 조선시대 전염병에 대한 기록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전염병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 또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사회적 격리, 의학적인 방법의 동원, 의료인 양성, 전염병 발생 지역에 대한 국가적 지원 등과 같은 것을 보면 현재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어 정말 놀랍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도 전염병이 유행하면 기본적으로 격리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양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일단 환자나 시체를 도성 밖으로 추방한 것이다. 성 밖에서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전담하던 곳은 활인서(活人署)였다. 동소문 밖에 동활인서를, 서서문 밖에 사활인서를 두고 의무원과 의술을 행하는 '무당''의무'를 배치했다고 한다. 평소에는 무의탁 병자를 돌보는 일을 맡다가, 역병이 유행하면 따로 '여막'을 가설하여 환자를 돌봤다고 한다. 활인서에서는 약물 치료보다는 죽 등의 음식물을 공급하여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했으며, 또한 귀신을 겁주어서 쫓아내는 방법도 동원되었다. 요즘 시대야 미신이라고 치부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것은 매우 합당한 처방전과 같은 것이다. 또한 전염병을 예방하고자 역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여제가 상시적 또는 임시적으로 진행되었고 전염병이 발생하면 왕은 자신의 덕이 부족한 탓으로 자책하고 제사를 지내었다.

 

 

그러나 굿을 하고, 제사를 지내도 역병의 유행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는데 결국은 의학적인 치료 방법이 동원되었다. 허준은 광해군의 두창을 치료해 명의의 반열에 올랐으며, 숙종 때의 어의 유상은 숙종의 두창을 치료한 공으로 종 2품직까지 올랐다. 그리고 정약용은 홍역 극복에 관한 이론을 집대성한 책인 마과회통을 남겼다. 이 책을 남긴 이유를 보니 짠한데 본인이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았고 자식들을 천연두로 잃은 아픔이 있었다. 무려 63녀 중 42녀를 전염병으로 잃었다. 그래서 남다르게 천연두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나오게 된 것이다.

 

 

책을 보면 요즘에도 유행하는 언어가 조선시대에서 온 말임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홍역을 치렀다' '학을 뗐다' '에이, 염병할 놈' 등의 말은 그 옛날 전염병의 지긋지긋한 기억에서 전달되어진 언어라고 한다. 그만큼 전염병이 우리 역사에 큰 아픔을 남겼다는 말이다.

 

 

전염병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코로나가 처음 찾아 왔을 때 왜 우리 시대에 이런 병이 있는 거지 하며 화가 나기도 하였는데, 전염병은 미래 의학도 우습게 여기고 지금도 변이 코로나로 계속 우리를 공격하리라고 본다. 다행히 조금 많이 풀려서 자유를 얻었는데 이 자유가 어떤 전문가에 의하면 가을에 또 온다고 하니 우울함이 마음에 가득해진다.

 

 

중요한 것은 그런 거 같다. 팬데믹은 과거에도 지금도 찾아 와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죽음을 안겨 주지만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크고 작은 전염병을 극복하며 끈질기게 삶을 이어나갔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펜디믹이 우리를 기다릴지 모르지만 인간은 또 다시 극복할 것이며, 이겨내야 할 것으로 본다.

 

 

책은 참으로 볼 거리가 많고 역사적 지식과 상식을 충분히 주고 있다. 읽고나면 팬데믹을 대하는 방식이 남다르게 보일것으로 본다. 가장 흥미있게 읽은 것은 위에서 잠깐 언급한 인물이기도 한 양아록의 저자인 조선의 선비인 이문건에 관한 육아 일기이다. 양아록은 직접 손자를 기르면서 기술한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육아일기이다. 일기에는 당시 유행했던 전염병으로 고생한 손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집안 식솔에 대한 기록도 있는데 대부분이 전염병에 걸렸다고 기록된다. 가장 먼저 노비 소근손이 걸린데 이어 다른 식솔들이 이어 걸렸는데 다행히도 모두들 좋아졌다고 한다. 오미크론과 같은 전파력이다.

 

 

더 놀라운 것은 홍역을 앓은 손자의 증후가 현재 코로나와 비슷한 증후가 겹친다. 그 내용이 <홍역탄>에 시로 이렇게 표현된다.

 

 

경신년 2 월 홍역 이 사람 을 괴롭힌다/손자 또한 앓았는데/열이 많이 나고 숨이 거칠어졌다/ [...] 쉽게 피로를 느끼고 핏기가 없으며 밥을 좋아하지 않고/마실 것만 찾아 설사할까 걱정한다/병에 걸려 일너날 때까지 열흘이 걸렸는데 이제는 병이 다 나은 듯하다/홍역이 다 나았으니 누가 가장 기뻐하겠는가/머리카락 하얗게 센 할아버지 아니겠는가

 

 

과거 선조들이 전염병을 극복해 나간 역사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코로나 끝자락에 서있는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배우고 미래를 슬기롭게 만들어가는데 도움을 얻는 자료가 되면 좋겠다. 신병주라는 작가의 책에 자꾸만 손이 가도록 만들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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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피니
코너 오클레어리 지음, 김정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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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대하는 독자의 마음은 이미 마치 경전을 대하듯, 마치 위대한 인물을 직접 눈앞에서 대하듯 벌써 경외감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고백한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서재에 꽂혀 있지 않으면 다독가라는 호칭도, 책을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말아야 됨을 알게 되었다. '돈'에 대해 말하지만 세속적이기 보다는 돈을 고귀한 가치로 만들어 부(富)에 대한 이상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쭙잖은 부자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진짜 부자'가 무엇인지를 배워야할 것이다.

그렇다. 어느 때보다 ‘돈’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지금, 돈의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단 한 권의 책이다. 맹목적이며 자아도취적으로 부를 쫓는 사람들에게 진짜 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어쩌면 충격적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부를 벗어던진 ‘진짜 부자’의 이야기가 이 책에 소개 된다. 척 피니는 무일푼에서 시작하여 ‘성공한 창업가’가 된 인물이다. 그의 기부액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무려 9조 4,000억을 기부하며 생의 목표를 성취하는데 그가 가진 평소의 생각은 이러하다.

“돈은 매력적이지만, 누구도 한 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

참으로 멋진 명언과 같은 말이다. 돈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이나 또한 기업인들에게 돈의 진정한 가치가 어떠해야 하는 지를 바라보게 해주는 그의 정신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은 부를 나누는 것을 어려워한다. 부를 나누더라도 거기에 정치적인 것과 상술이 포함된거 같다. 부(富)의 소유는 남을 돕는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척 피니의 재산이 면세업으로 눈덩이가 굴러가듯 불어났을 때에 그의 친구들은 화려한 저택과 파티, 휘황찬란한 사교계 인사가 되어 그 부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부자가 이러할 것이다. 하지만 척 피니는 그들과 생각이 달랐다. 엄청난 재산 앞에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며 이런 고민을 하였다.

‘나는 이토록 많은 돈을 가질 권리가 있는가?’

한 평생 단 한번이라도 돈방석에 앉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는 철저히 짓누르며 돈이 주는 행복에 취하지 않고 재산과 비례하여 책임감을 느꼈다. 즉 척 피니는 이 돈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것은 옳지 않으며 다른 이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곳에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저한 성격의 그는 자신의 부를 제대로 쓸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자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무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이 요청해서가 아닌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기부를 하고 싶었다.

그는 기부를 진행할 때의 척도는

금액이 아닌 '가치'였다.

-아일랜드 국가 교육 혁신을 할 수 있도록 1.25억 달러(1997년 당시 아일랜드 GDP 약 828억 달러) 기부

-뉴욕의 버려진 땅에 꽃 피울 첨단 기술을 위해 3.5억 달러를 기부

-홍콩에서 아래층에 사는 청각 장애인 소녀 수재나가 최고의 치료를 받도록 갖은 애를 썼다.

-베트남의 의료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대학교를 짓는 등 현지에서 지속해서 인재가 나와 자생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였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척피니는 돈이 쌓이는 것에 기쁨을 두지 않았다. 또한 부자는 부를 과시하는 행위나 마땅히 값비싼 물건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저자가 척 피니에게 현재 부자냐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이렇게 대답했다.

"재산이 얼마나 많아야 부자일까요? 사람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어야겠지요. 말하자면 내가 받아 마땅한 정도를 넘어서야 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돈이나 값비싼 요트, 온갖 그럴싸한 물건들에 매력을 느끼지 않더군요." p136

척 피니는 부를 과시하는 행동을 굉장히 혐오했다. 홍콩의 부유한 사교계 명사들의 삶을 정말 경멸하였다. 겉치레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옷차림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DFS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던 토머스 하빌이 척의 첫 인상을 이렇게 들려준다.

"맨해튼의 컨설팅 회사 크래섭, 매코믹&패짓에서 일할 때 DFS에 의뢰받은 일본의 관광 흐름을 보고하러 호놀롤루로 날아가 DFS 경영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빛바랜 알로하 셔츠에 하얀 멜빵 바지, 맨발에 구두를 신은 남자가 걸어들어오더군요. 그 사람이 척 피니였어요."

척은 검소한 삶을 더 좋아하고 일부러 그런 생활을 추구한다. 값싼 타이멕스 시계를 차고 중고 볼보를 몬다. 대양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비향에서마저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식구들까지 일반석에 타게 한다. 그리고 파리와 몬테카를로에서 열리는 정장 차림의 만찬에 마지못해 두어 번 참석했는데, 주간지 <파리마치>에 자신과 다니엘의 사진이 실리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그런 행사에 아예 발길을 끊었다. 그뿐이 아니었는데 이제 막 얼굴을 익힌 프랑스 남부 사회의 부유층과도 모조리 인연을 끊는다. 특이한 인물로 보이지만 뭔가 다른 인물임을 직감하게 된다. 아버지의 부를 힘입어 자녀들이 "페라리 스포츠카"를 끌고 한껏 부를 자랑하며 도로에서 자신을 뽐낼 때 진짜 부자는 자신이 가진 부(富)를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곳에 쓸까를 고민하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인 척 피니가 검소한 차림을 고수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척이 살던 당시 이탈리아는 아이를 유괴하는 일이 많았다. 척이 사는 생장카프페라는 이탈리아 국경에서 겨우 48km이다. 당시 어린이 유괴가 무려 512건이 있었다.(1970-1982년 까지) 그 중에 18살이던 이탈리아 소녀 크리스티나는 몸값으로 200만 달러를 치르고서도 끝내 살해 당했다. 척은 바로 이것을 두려워 했다. 그래서 척의 딸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이탈리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막는다. 게다가 둘째 딸이 이탈리아 영화제작자이자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새라>의 발행인 안젤로 리졸리의 딸과 친구가 된다. 한 마디로 눈에 띄는 목표물이 된 것이다. 그래서 늘 걱정스러웠다. 그 집은 여봐란듯이 돈을 펑펑 쓰고 학교에 커다란 차를 몰고 왔다. 그 집 딸은 척의 가족을 무척 좋아했다. 다행히 몇 년 뒤 척의 가족은 미국으로 오게 되는데 그런데 말이다. 그 집 딸이 자기도 미국에 보내 달라고 하묘 졸랐지만 부모는 그 딸을 부유층이 다니는 스위스 학교에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척의 둘째 딸 친구인 '이사벨라'는 마약에 중독이 된다. 그리고 23살 생일을 맞은지 한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사벨라의 짧은 삶은 척에게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피부에 와 닿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척은 이사벨라처럼 갈피를 못 잡고 불행에 빠진 사람들, 특히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기꺼이 집으로 맞아들인다. 십대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거나 대학에 보내고 조언자가 되었으며 척의 자녀들은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척은 뉴저지에서 살던 십대 시절에도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돌보기로 유명했다. 어느 여름밤에는 한부모 가정의 사내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여름 내내 머물게 한 적도 있었다.

척은 이렇게 부는 자랑하고 보여주려고 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눠주고 돌봐주기 위해서, 필요한 자들에게 무언가를 내주기 위해서 부를 소유하여야 함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제 그의 배경을 조금 들여다 보자. 그가 태어날 때(1931년 4월 23일)는 미국의 대공황 시절이다. 은행이 파산하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아버지 레오는 보험사에서 일했고, 어머니 매덜린은 간호사로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갔다. 그리하여 어려운 대공황을 여느 이웃보다 위기를 잘 넘겼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웃을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분이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아버지도 자주 시간을 내어 남을 도우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척 또한 남을 돕고 선행을 행하며 기부를 행하는 것에 스스럼 없다. 부모의 삶이 자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여주는 귀한 사례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던 척은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어릴 때부터 스스로 용돈을 버는 능력이 있었다. 10살의 나이에 크리스마스카드 판매로 돈을 벌었으며, 고등학생 때는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고 용돈을 벌었다. 또한 여름이면 해변에서 파라솔을 빌려주거나 물풍선을 얼굴로 맞으며 돈을 벌었다. 대학을 졸업하던 즈음 세계는 전쟁의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고 글로벌 경제는 대공황의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재도약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싶었던 척은 미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 사업은 바로 면세점 사업이다. 유럽에 주둔하던 미군이 제대할 때 유럽산 술을 세금이 면제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면세점 사업을 구상하며 정립시켜 나간다. 그런데 그게 크게 성공하면서 DFS는 외국에서 엔화를 벌어들이는 미국의 주요 업체가 됐다. 처음 시작할 때는 보따리상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였지만, 면세품 시장 전망을 확신한 그는 과감하게 하와이와 홍콩 공항 면세점에 입찰을 한다. 그의 이런 결정은 일본의 경제 호황과 맞물려 DFS는 외국에서 엔화를 가장 많이 받는 주요 업체가 되었다. 또 그는 1970년대 초 벌어들인 엔화로 부동산 혹은 단기 국채에 투자해 사업 외에도 큰 수익을 거뒀으며 이후 괌, 사이판, 알래스카, 캐나다 등에 DFS를 세우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놀랍다. 이미 그의 DNA는 사업적 DNA로 설계된 존재 같다.

하지만 척 피니의 진정한 이야기는 그 이후부터다. 포브스 선정 400대 부자에서 23위에 올랐을 정도로 엄청난 부를 벌어들였지만 그에게 사업이란 자기 생각을 펼쳐 구체화하는 도구였을 뿐이다. 돈은 그저 결과물이었고 정작 돈을 쓰는 일에 별 관심이 없었던 척은 기부 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Atlantic philanthropies)를 설립하며 그의 모든 재산을 비밀스럽게 기부한다. 기부 금액은 이미 위에서 말했다. 이곳에 가진 모든 재산을 넘긴 그는 본격적으로 베트남, 호주, 아일랜드, 미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곳곳에 비밀리에 기부 활동을 시작하는 인생을 살아갔다.

‘“돈이 넉넉하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돈은 내 삶의 원동력이 아닙니다. 나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인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돈에 끌리지만, 누구도 한 번에 구두 두 켤레를 신지는 못합니다.” 세세한 사생활도 몇 가지 알려줬다. “네 맞습니다. 내 친구들이 말한 그대로예요. 나는 비행기를 일반석을 타고 15달러짜리 시계를 찹니다.” 다음날 <뉴욕 타임스>는 ‘척 피니, 아무도 모르게 6억 달러 기부’라는 제목으로 이 이야기를 대서특필했다.’ p.307-308

“척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원하는 만큼 양껏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일구는 것이었다.“우리는 삶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사업, 가족, 배우고 가르칠 기회의 균형을요.” p.150

척 피니는 가히 엄청난 인간이다. 돈을 쫓아 가는 인생이 아니라 돈을 지배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이 책은 모든 경영인들이나 정치인들이 정독을 하며 읽어야 할 도서라고 생각된다. 최근 뉴스를 보니 미국 국무부가 4월 12일(현지시간) 기사에 한국 정부 내 모든 계층에서 많은 부정부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표적 부패 사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 수사 ▲성남시 대장동 택지 개발 비리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씨 자녀 입시 비리를 들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얘기다. 오로지 돈 밖에 모르고 권력 밖에 모르는 한국 사회가 되었다.

부끄러운 사회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이며 유산이다. 이제는 이런 악의 유산을 버릴 때가 되었다. 어떻게 돈을 버는 벌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지만 어떻게 쓰는 것인가에 대해 이젠 진지하게 배워야 할 시대가 온 거 같다. 척 피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보다 뛰어난 존재가 이 땅 가운데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척 피니는 독자인 나에게 매우 충격적인 삶의 자세를 가르쳐 주고 있다. 나의 미래와 삶의 비전을 바꿔주는 그의 가치관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고, 이제는 새로운 인생으로 살아가리라. 모든 도서관, 관공서, 교육 기관, 종교 시설에 이 책은 꼭 비치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척은 어떤 자선 활동을 하든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 만약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 틀림없이 다른 기부자들이 자신과 같은 곳에 기부할 마음을 접을 테니, 그런 일도 막고 싶었다. 코넬대에 꽤 많은 돈을 기부했을 때처럼 기부 요청이 쏟아지는 일도 피하고 싶었다. p.153

누구든 마지막에는 관에 들어갑니다. 그때 돈으로 휘감고 들어갈 수는 없죠.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부를 쌓으려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부를 쌓으려 합니다. 이런 일을 하면 사람들을 도울 생각만 하지 돈 생각은 안 합니다. [...] 기부란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겁니다. 언젠가는 그 사람들이 교육받고 멋진 기회를 얻어 서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면서요. p.337

“나는 어릴적 부터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어떤 낭비도 싫어한다는 의미에서 검소한 사람입니다. 시간이 딱딱 맞는 시계를15달러면 살 수 있는데 무엇하러 롤렉스에 헛돈을 씁니까? 옷을 맵시 나게 입을 줄을 아는 헬가도 검소하기는 마찬가지라, 부부는 싼 물건을 즐겨 샀다. 땅에 있을 때 척은 리무진이 아니라 버스와 택시를탔다. 문 여섯 개짜리 캐딜락에 나를 태우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리무진이나 택시나 좌석은 꼭같잖습니까? 그리고 걸으면 더 오래 살고요.” p413

“알다시피 나는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를 꺼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해보세요.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기부하는 것이 죽은 다음에 기부하는 것보다 분명히 더 낫습니다.” p.421

“예순다섯 살이 넘어 기부를 시작하면 무척 힘이 듭니다. 기부란 게 하룻밤 새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이왕 기부할 생각이면 살아있는 동안 기부 하는 쪽을 고려해 보세요.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을 얻을 테니까요. 게다가 더 재미있습니다.” p.483

“부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자기 부 일부를 미래 세대에 문제를 일으키는 데 쓰기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쓸 의무를 느끼느냐는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p.497

“돈을 쓰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의미 있게 쓰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지요.” p.497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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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 마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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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책을 보면서 어느덧 내게도 책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즉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러나 막상 작가가 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는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게 되면 용기를 얻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 손길이 갔고 이 책을 끌어 안게 되었다.

“글을 쓰는 삶이란 용기와 인내, 끈기, 공감, 열린 마음, 그리고 거절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기꺼이 혼자 있겠다는 의지도 필요하다. 자신에게 상냥해야 하고, 가리개 없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고, 사람들이 보는 것을 관찰하고 버터야 하고, 절제하는 동시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기꺼이 실패해야 한다. 한 번만이 아니라 자꾸만, 평생을.” p.12

참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이다. 기꺼이 실패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그 용기가 없어서 현재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자가 인용하듯 사뮈엘 베케트는 이렇게 썼다고 한다. "시도했고,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하기. 다시 실패하기, 더 잘 실패하기"

언젠가 글쓰기에 대해 살펴보면서 이런 글을 발견한 적이 있다. "최고의 글쓰기는 고쳐쓰기다." E.B.화이트란 작가가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의 작가이며, 시인이며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논문에서 아이들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국내에서는 어린이 작가로서의 명성이 크다. 그는 총 3권의 어린이 책을 썼는데 대표 작품으로는 '샬롯의 거미줄'이다. 이 책으로 그는 뉴베리상을 수상한다. 이렇게 대단한 작가가 말하기를 최고의 글쓰기는 고쳐쓰기라니, 용기가 저절로 나는 거 같다.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짧고 나쁜 책' 소제목 아래 이런 내용이 나온다.

가장 아끼는 친구 중 하나는 짧고 나쁜 책을 쓰겠다고 되뇌이면서 소설을 썼다. 짧고 나쁜 책이기에 부담감 없이 글을 썼다. 그런데 이 작품은 상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된다. 저자는 이것을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생각으로 바꿔 생각하며 글을 썼다.

"밑져야 본전이다. 짧고 나쁜 책을 쓰겠다는 말을 내 식대로 바꾸면 이렇게 된다. 밑져야 본전이다. 성패에 좌지우지될수록 글쓰기에 뛰어들기가 어려워진다. 누가 이 책을 읽을지, 읽고 어떤 생각을 할지, 몇 부나 찍을지, 어떤 잡지가 발표해줄지 생각할수록 원고가 살아나기 어려워질 수밖에 [...] 마침내 몇 페이지를 써냈다. 완벽하지 않았고 나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시작했다. p33-34

책을 쓴다는 것은 일단 독자를 생각하며 쓰는 것이기에 완벽하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책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저것 생각하면 결코 좋은 글이 나오지 못하기에 결국 무언가를 써가라는 응원이 독자에게 또 다시 힘이된다.

글을 씀에 있어 독자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기만의 방이기만 하다면 그것이 어떠한 형태건 어디에있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전철에서 주로 글을 쓴다. 시끄러운 곳에서 머릿속이 맑아진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커피숍에서, 어떤 친구는 주방 테이블에서 책을 몇 권이나 썼다고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침대에서 글을 쓴 걸로 유명하다. 웬디 웨서스타인도 그랬다. 이탈이아 재봉사의 아들인 게이 탤리지는 아침마다 맞춤 정장을 차려입고 지하 서재로 계단을 내려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서서 글을 썼다. 또한 어느 작가는 늦은 밤에 작업이 가장 잘 풀린다고 한다. 독자 또한 책을 읽거나 서평을 할 때에 집에서 하기 보다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회사에서 서평을 쓸때 더 집중이 되며 명민해진다. 특히 책 읽기나 서평은 저녁을 먹은 후 쉼을 누리다가 저녁 10시 정도가 되면 가장 좋은 시간이 된다. 그래서 종종 새벽 1시가 되고, 2시가 되어 다음 날 몸이 많이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내 몹쓸 루틴이 이렇게 되어져서 낭패다. ㅠㅠ

책을 씀에 있어서 습관에 대해, 영감의 원천을 묻는 이들에게 저자는 이런 말을 하며 무조건 글을 쓰는 자가 되기를 충고해 준다. 즉 글을 쓰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고 한다. 만일 그렇게 기다렸다면 저자의 이름이 박힌 소책자 하나가 겨우 나왔을 거라고 말한다. 따라서 "추정컨대 오직 행위만이 생산적이며, 할 일을 하는 것만이 그에 대한 욕구를 가능하게 하며, 실천이 곧 예술이라고" 정의 내린다.

그럼 어디서 영감을 얻죠? 그들이 묻는다.

저는 날마다 같은 시간에 자리에 앉아

영감의 길목에 저를 내려놔요.

정말 관심이 있어서 묻는 사람에게는 종종 이렇게 답해준다.

내가 자리에 앉지 않으면, 거기서 작업하고 있지 않으면

영감은 나를 그대로 스쳐 지나갈 것이다.

P.75

물론 필이 오는 때가 있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일단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쓰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또한 눈에 띄는 문장이 나왔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혹여나 다른 작가들의 글에 영향을 받을까 봐 두려운 자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저자는 이런 말을 해준다.

“작가가 되겠다면서 이제껏 독서량이 많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다. 책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서 자양분과 영감을 얻지?”( p54-55쪽)

우리가 읽고 쓰는 모든 글에는 사실 “온통 다른 작가들의 지문이 묻어 있다.” 독서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다채로운 감각을 얻는 통로가 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계속 쓰기는 계속 읽기와 다름없고, 계속 읽는 것은 계속 쓰기 위한 동력을 만드는 일임을 독자 또한 분명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잘 쓴 산문은 그 자체로 영향이다.”는 저자의 말은 매우 큰 진리와 같다.

이 책은 이렇게 작가가 되고 싶은 자들에게 무언가를 계속 쓰며, 도전하며,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용기를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어떻게 쓰라고 하는지 파헤치려 하기보다 샤피로라는 소설가는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느끼면서 이 책을 읽길 권하고 있다. 『계속 쓰기』는 80개의 이야기 조각을 엮어 놓은 책이다. 목차가 있지만 마음에 드는 단어나 문장을 골라 읽어도 되고,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되는 책이다. 물론 책은 ‘처음-중간-끝’으로 짜였지만 그럼에도 읽고 싶은 부분을 먼저 편하게 읽어 나가면 갑자기 보물을 발견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무언가를 쓰고자 하는 사람, 자신의 재능과 끈기를 의심하며 여전히 머뭇거리는 자들에게, 계속 쓰는 사람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쓴 책이다. 무언가는 써야 하는데, 작가의 삶의 대열에 들어가고는 싶은데 무언가 작가의 줄기가 잡히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 자들에게 이 책은 큰 용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한 문장

"우리는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삶을 짓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반복하고 싶지 않고, 주변 세계의 목격자나 통역사처럼 진화하고 싶다."

"개요는 잘 뽑은 것 같은데 왜 진도가 안 나갈까? 구조를 잡기 힘들어 하는 자들에게 저자의 한 마디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목마름을 해결해 준다. 개요는 우리가 작업을 통제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는 환상을 안겨준다. 그래서 안심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창작 과정에는 반대급부로 작용한다. […] 실수하는 정신. 이것이 형태를 움직인다. 이 근사한 생각에 우리는 의지할 수 있다. 실수 자체가 작품을 살아 있게 한다니. 구조는 중간에서 솟아나기도 하고, 머릿속에 들어오자마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통제를 포기하려는 순간에. 그리고 그러고 나서야 구조는 우리에게 속삭인다.'(p.162-163. '구조')

"글을 쓰면서 사는 삶을 지키려면 어떤 규칙들에 맞추어 생활할 수 밖에 없다. 초창기에는 이걸 이해하지 못했다. 오랜 친구가 전화를 걸어 와 점심이나 더 나쁘게는 아침을 같이 먹자고 하면 나는 책상에서 한두 시간 빠져나와 현실의 사람들과 현실의 식사를 하는 세상에 합류할 기회를 덥석 물고는 했다. 잠깐 외출했다가 아마도 더 활기차고 상쾌해진 기분으로 다시 책상 앞에 돌아올 수 있을 만큼 나 자신이 엄격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확신했다. [...] 그러나 그날 하루를 대화와 웃음, 탄산수나 생수를 가져다주는 웨이터들로 망쳐버린 것이었다. 잠깐 외출했다 돌아온 것만으로 하루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자기 시간을 지키자. 내면의 삶에 자양분을 공급하자. 지나친 소음을 피하자. 좋은 책을 읽고, 귀를 좋은 문장들로채우다. 가능한 자주 혼자 있도록 하자. 걷기. 전화기를 내려놓기. 정해진 시간 동안 작업하기. 친구들과의 점심식사도, 이메일이 수북이 쌓인 메일함을 열어보는일도 그만두자. 고요한 명상이 당신을 풍요로 이끌 것이니...인터넷을 끄자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p. 288-291. '관리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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