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피니
코너 오클레어리 지음, 김정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대하는 독자의 마음은 이미 마치 경전을 대하듯, 마치 위대한 인물을 직접 눈앞에서 대하듯 벌써 경외감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고백한다.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서재에 꽂혀 있지 않으면 다독가라는 호칭도, 책을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말아야 됨을 알게 되었다. '돈'에 대해 말하지만 세속적이기 보다는 돈을 고귀한 가치로 만들어 부(富)에 대한 이상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쭙잖은 부자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진짜 부자'가 무엇인지를 배워야할 것이다.

그렇다. 어느 때보다 ‘돈’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지금, 돈의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단 한 권의 책이다. 맹목적이며 자아도취적으로 부를 쫓는 사람들에게 진짜 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어쩌면 충격적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부를 벗어던진 ‘진짜 부자’의 이야기가 이 책에 소개 된다. 척 피니는 무일푼에서 시작하여 ‘성공한 창업가’가 된 인물이다. 그의 기부액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무려 9조 4,000억을 기부하며 생의 목표를 성취하는데 그가 가진 평소의 생각은 이러하다.

“돈은 매력적이지만, 누구도 한 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

참으로 멋진 명언과 같은 말이다. 돈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이나 또한 기업인들에게 돈의 진정한 가치가 어떠해야 하는 지를 바라보게 해주는 그의 정신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은 부를 나누는 것을 어려워한다. 부를 나누더라도 거기에 정치적인 것과 상술이 포함된거 같다. 부(富)의 소유는 남을 돕는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척 피니의 재산이 면세업으로 눈덩이가 굴러가듯 불어났을 때에 그의 친구들은 화려한 저택과 파티, 휘황찬란한 사교계 인사가 되어 그 부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부자가 이러할 것이다. 하지만 척 피니는 그들과 생각이 달랐다. 엄청난 재산 앞에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며 이런 고민을 하였다.

‘나는 이토록 많은 돈을 가질 권리가 있는가?’

한 평생 단 한번이라도 돈방석에 앉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는 철저히 짓누르며 돈이 주는 행복에 취하지 않고 재산과 비례하여 책임감을 느꼈다. 즉 척 피니는 이 돈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것은 옳지 않으며 다른 이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곳에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저한 성격의 그는 자신의 부를 제대로 쓸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자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무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이 요청해서가 아닌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기부를 하고 싶었다.

그는 기부를 진행할 때의 척도는

금액이 아닌 '가치'였다.

-아일랜드 국가 교육 혁신을 할 수 있도록 1.25억 달러(1997년 당시 아일랜드 GDP 약 828억 달러) 기부

-뉴욕의 버려진 땅에 꽃 피울 첨단 기술을 위해 3.5억 달러를 기부

-홍콩에서 아래층에 사는 청각 장애인 소녀 수재나가 최고의 치료를 받도록 갖은 애를 썼다.

-베트남의 의료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대학교를 짓는 등 현지에서 지속해서 인재가 나와 자생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였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척피니는 돈이 쌓이는 것에 기쁨을 두지 않았다. 또한 부자는 부를 과시하는 행위나 마땅히 값비싼 물건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저자가 척 피니에게 현재 부자냐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이렇게 대답했다.

"재산이 얼마나 많아야 부자일까요? 사람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어야겠지요. 말하자면 내가 받아 마땅한 정도를 넘어서야 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돈이나 값비싼 요트, 온갖 그럴싸한 물건들에 매력을 느끼지 않더군요." p136

척 피니는 부를 과시하는 행동을 굉장히 혐오했다. 홍콩의 부유한 사교계 명사들의 삶을 정말 경멸하였다. 겉치레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옷차림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DFS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던 토머스 하빌이 척의 첫 인상을 이렇게 들려준다.

"맨해튼의 컨설팅 회사 크래섭, 매코믹&패짓에서 일할 때 DFS에 의뢰받은 일본의 관광 흐름을 보고하러 호놀롤루로 날아가 DFS 경영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빛바랜 알로하 셔츠에 하얀 멜빵 바지, 맨발에 구두를 신은 남자가 걸어들어오더군요. 그 사람이 척 피니였어요."

척은 검소한 삶을 더 좋아하고 일부러 그런 생활을 추구한다. 값싼 타이멕스 시계를 차고 중고 볼보를 몬다. 대양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비향에서마저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식구들까지 일반석에 타게 한다. 그리고 파리와 몬테카를로에서 열리는 정장 차림의 만찬에 마지못해 두어 번 참석했는데, 주간지 <파리마치>에 자신과 다니엘의 사진이 실리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그런 행사에 아예 발길을 끊었다. 그뿐이 아니었는데 이제 막 얼굴을 익힌 프랑스 남부 사회의 부유층과도 모조리 인연을 끊는다. 특이한 인물로 보이지만 뭔가 다른 인물임을 직감하게 된다. 아버지의 부를 힘입어 자녀들이 "페라리 스포츠카"를 끌고 한껏 부를 자랑하며 도로에서 자신을 뽐낼 때 진짜 부자는 자신이 가진 부(富)를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곳에 쓸까를 고민하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인 척 피니가 검소한 차림을 고수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척이 살던 당시 이탈리아는 아이를 유괴하는 일이 많았다. 척이 사는 생장카프페라는 이탈리아 국경에서 겨우 48km이다. 당시 어린이 유괴가 무려 512건이 있었다.(1970-1982년 까지) 그 중에 18살이던 이탈리아 소녀 크리스티나는 몸값으로 200만 달러를 치르고서도 끝내 살해 당했다. 척은 바로 이것을 두려워 했다. 그래서 척의 딸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이탈리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막는다. 게다가 둘째 딸이 이탈리아 영화제작자이자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새라>의 발행인 안젤로 리졸리의 딸과 친구가 된다. 한 마디로 눈에 띄는 목표물이 된 것이다. 그래서 늘 걱정스러웠다. 그 집은 여봐란듯이 돈을 펑펑 쓰고 학교에 커다란 차를 몰고 왔다. 그 집 딸은 척의 가족을 무척 좋아했다. 다행히 몇 년 뒤 척의 가족은 미국으로 오게 되는데 그런데 말이다. 그 집 딸이 자기도 미국에 보내 달라고 하묘 졸랐지만 부모는 그 딸을 부유층이 다니는 스위스 학교에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척의 둘째 딸 친구인 '이사벨라'는 마약에 중독이 된다. 그리고 23살 생일을 맞은지 한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사벨라의 짧은 삶은 척에게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피부에 와 닿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척은 이사벨라처럼 갈피를 못 잡고 불행에 빠진 사람들, 특히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기꺼이 집으로 맞아들인다. 십대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거나 대학에 보내고 조언자가 되었으며 척의 자녀들은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척은 뉴저지에서 살던 십대 시절에도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돌보기로 유명했다. 어느 여름밤에는 한부모 가정의 사내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여름 내내 머물게 한 적도 있었다.

척은 이렇게 부는 자랑하고 보여주려고 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눠주고 돌봐주기 위해서, 필요한 자들에게 무언가를 내주기 위해서 부를 소유하여야 함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제 그의 배경을 조금 들여다 보자. 그가 태어날 때(1931년 4월 23일)는 미국의 대공황 시절이다. 은행이 파산하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아버지 레오는 보험사에서 일했고, 어머니 매덜린은 간호사로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갔다. 그리하여 어려운 대공황을 여느 이웃보다 위기를 잘 넘겼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웃을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분이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아버지도 자주 시간을 내어 남을 도우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척 또한 남을 돕고 선행을 행하며 기부를 행하는 것에 스스럼 없다. 부모의 삶이 자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여주는 귀한 사례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던 척은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어릴 때부터 스스로 용돈을 버는 능력이 있었다. 10살의 나이에 크리스마스카드 판매로 돈을 벌었으며, 고등학생 때는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고 용돈을 벌었다. 또한 여름이면 해변에서 파라솔을 빌려주거나 물풍선을 얼굴로 맞으며 돈을 벌었다. 대학을 졸업하던 즈음 세계는 전쟁의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고 글로벌 경제는 대공황의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재도약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싶었던 척은 미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 사업은 바로 면세점 사업이다. 유럽에 주둔하던 미군이 제대할 때 유럽산 술을 세금이 면제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면세점 사업을 구상하며 정립시켜 나간다. 그런데 그게 크게 성공하면서 DFS는 외국에서 엔화를 벌어들이는 미국의 주요 업체가 됐다. 처음 시작할 때는 보따리상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였지만, 면세품 시장 전망을 확신한 그는 과감하게 하와이와 홍콩 공항 면세점에 입찰을 한다. 그의 이런 결정은 일본의 경제 호황과 맞물려 DFS는 외국에서 엔화를 가장 많이 받는 주요 업체가 되었다. 또 그는 1970년대 초 벌어들인 엔화로 부동산 혹은 단기 국채에 투자해 사업 외에도 큰 수익을 거뒀으며 이후 괌, 사이판, 알래스카, 캐나다 등에 DFS를 세우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놀랍다. 이미 그의 DNA는 사업적 DNA로 설계된 존재 같다.

하지만 척 피니의 진정한 이야기는 그 이후부터다. 포브스 선정 400대 부자에서 23위에 올랐을 정도로 엄청난 부를 벌어들였지만 그에게 사업이란 자기 생각을 펼쳐 구체화하는 도구였을 뿐이다. 돈은 그저 결과물이었고 정작 돈을 쓰는 일에 별 관심이 없었던 척은 기부 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Atlantic philanthropies)를 설립하며 그의 모든 재산을 비밀스럽게 기부한다. 기부 금액은 이미 위에서 말했다. 이곳에 가진 모든 재산을 넘긴 그는 본격적으로 베트남, 호주, 아일랜드, 미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곳곳에 비밀리에 기부 활동을 시작하는 인생을 살아갔다.

‘“돈이 넉넉하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돈은 내 삶의 원동력이 아닙니다. 나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인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돈에 끌리지만, 누구도 한 번에 구두 두 켤레를 신지는 못합니다.” 세세한 사생활도 몇 가지 알려줬다. “네 맞습니다. 내 친구들이 말한 그대로예요. 나는 비행기를 일반석을 타고 15달러짜리 시계를 찹니다.” 다음날 <뉴욕 타임스>는 ‘척 피니, 아무도 모르게 6억 달러 기부’라는 제목으로 이 이야기를 대서특필했다.’ p.307-308

“척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원하는 만큼 양껏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일구는 것이었다.“우리는 삶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사업, 가족, 배우고 가르칠 기회의 균형을요.” p.150

척 피니는 가히 엄청난 인간이다. 돈을 쫓아 가는 인생이 아니라 돈을 지배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이 책은 모든 경영인들이나 정치인들이 정독을 하며 읽어야 할 도서라고 생각된다. 최근 뉴스를 보니 미국 국무부가 4월 12일(현지시간) 기사에 한국 정부 내 모든 계층에서 많은 부정부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표적 부패 사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 수사 ▲성남시 대장동 택지 개발 비리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씨 자녀 입시 비리를 들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얘기다. 오로지 돈 밖에 모르고 권력 밖에 모르는 한국 사회가 되었다.

부끄러운 사회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이며 유산이다. 이제는 이런 악의 유산을 버릴 때가 되었다. 어떻게 돈을 버는 벌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지만 어떻게 쓰는 것인가에 대해 이젠 진지하게 배워야 할 시대가 온 거 같다. 척 피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보다 뛰어난 존재가 이 땅 가운데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척 피니는 독자인 나에게 매우 충격적인 삶의 자세를 가르쳐 주고 있다. 나의 미래와 삶의 비전을 바꿔주는 그의 가치관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고, 이제는 새로운 인생으로 살아가리라. 모든 도서관, 관공서, 교육 기관, 종교 시설에 이 책은 꼭 비치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척은 어떤 자선 활동을 하든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 만약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 틀림없이 다른 기부자들이 자신과 같은 곳에 기부할 마음을 접을 테니, 그런 일도 막고 싶었다. 코넬대에 꽤 많은 돈을 기부했을 때처럼 기부 요청이 쏟아지는 일도 피하고 싶었다. p.153

누구든 마지막에는 관에 들어갑니다. 그때 돈으로 휘감고 들어갈 수는 없죠.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부를 쌓으려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부를 쌓으려 합니다. 이런 일을 하면 사람들을 도울 생각만 하지 돈 생각은 안 합니다. [...] 기부란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겁니다. 언젠가는 그 사람들이 교육받고 멋진 기회를 얻어 서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면서요. p.337

“나는 어릴적 부터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어떤 낭비도 싫어한다는 의미에서 검소한 사람입니다. 시간이 딱딱 맞는 시계를15달러면 살 수 있는데 무엇하러 롤렉스에 헛돈을 씁니까? 옷을 맵시 나게 입을 줄을 아는 헬가도 검소하기는 마찬가지라, 부부는 싼 물건을 즐겨 샀다. 땅에 있을 때 척은 리무진이 아니라 버스와 택시를탔다. 문 여섯 개짜리 캐딜락에 나를 태우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리무진이나 택시나 좌석은 꼭같잖습니까? 그리고 걸으면 더 오래 살고요.” p413

“알다시피 나는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를 꺼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해보세요.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기부하는 것이 죽은 다음에 기부하는 것보다 분명히 더 낫습니다.” p.421

“예순다섯 살이 넘어 기부를 시작하면 무척 힘이 듭니다. 기부란 게 하룻밤 새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이왕 기부할 생각이면 살아있는 동안 기부 하는 쪽을 고려해 보세요.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을 얻을 테니까요. 게다가 더 재미있습니다.” p.483

“부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자기 부 일부를 미래 세대에 문제를 일으키는 데 쓰기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쓸 의무를 느끼느냐는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p.497

“돈을 쓰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의미 있게 쓰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지요.” p.497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