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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동 이발소
한주리 지음 / 소동 / 2023년 7월
평점 :
책표지가 상당히 정겨움을 전하고 있는 것 같은 책이다. 만리동 이발소라는 제목도 왠지 아주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어릴 적에 우리 동네에도 작은 이발소가 있었다. 내가 어릴 적에는 남자들은 무조건 이발소를 가야 하고 여자들은 미용실을 가는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가다보니 남녀 구분 없이 모두들 미용실을 찾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우리 동네에서도 이발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간 것 같다. 지금은 이발소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추억의 그림책 같은 책이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어른들도 추억소환을 하면서 이렇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빼곡이 글로 가득한 책들보다 조금은 여백의 미를 갖고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은 성인을 위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글밥이 많아야 책을 읽었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이렇게 그림으로 이미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만리동 이발소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감어린 한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겨볼 수 있었다.
서울의 오래된 동네에서 만나보는 서울의 달과 아주 가까운 이발소인 만리동 이발소는 무려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무려 3대째 대를 이이온 전통있는 장인정신의 실전판이라고 본다. 오래전 옛날 생각을 회상하게 만들고 추억을 돋게 하는 이발소 이야기가 왠지 심쿵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갈수록 정서가 메말라가는 현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하며 주변 풍파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일에 전념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배우게 하는 것 같다.
저자는 이렇게 지금은 사라져버리는 오래된 장소와 물건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의 이발소도 실제 100년 전통의 성우이용원을 그대로 담아둔거라고 한다. 이발소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이 50년은 족히 넘게 사용한 세월의 흔적들을 간직한 거라고 하지만 이발사의 깔끔하게 정돈하는 자세는 지금까지 이 이발소를 어떻게 이어왔는지 한눈에 알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멀리 있는 이발소를 일부로 먼 길을 달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있기에 오늘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이발소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보이는 듯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마치 오래된 흑백영화 한편을 보는 것처럼 정겹고 또 진한 감동이 묻어난다. 단순히 이발소 이야기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옛날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 같아 그리움과 정겨움이 묘하게 겹쳐서 보여진다. 오랜 전통 속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 이발사를 보면서 인생의 지혜와 앞으로 나의 삶의 방향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옛것의 모든 것을 이렇게라도 남기고 싶어했던 저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것 같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