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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한 사람들 가운데 나 역시도 포함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면 다 이상한 걸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상함이 사실 별게 아니구나 싶어서 그저 피식 웃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다 이상한 구석이 하나씩은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저자는 500만명이 열광한 ‘썩어라 수시생’의 애칭 김씅팡이다. 별뜻이 없다는 애칭이 상당히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건 나만 그런건가 싶다. 자신을 소심하다고 말하며 첫 그림에세이를 출간한 이 책은 두툼한 책이기에 읽기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며 책장을 열어보고서 깜짝 놀랐다. 마치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위트있는 이야기들을 노트에 빼곡이 적어놓은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자신만의 비밀일기장에 하루하루 써내려 간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것 같은 기분에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노래를 잘하지 못하지만 노래를 사랑할 수도 있고 영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영어를 가르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지만 엉뚱하게도 전혀 다른길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볼때면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도 가끔씩은 하게 된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노래를 배우려고 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씅팡이라니 정말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미난건 내 인생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보여서인 것 같다.
로마하우스에서 함께 살던 룸메언냐들과 헤어졌다가 다시 또 만나는 과정도 그렇고 유럽에서 조금만 방심하면 사기에 소매치기를 당하고 울게 되는 경우도 그렇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상 속에 일들을 저자는 하나하나 소소하게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들과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하는 책인 것 같아 정겹다. 가족도 아닌데 마치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것 같다. 그저 읽는 재미로만 치우치지 않고 짧은 글과 그림 속에서 인생에 대한 지혜와 깨우침을 찾아보도록 하는 것 같다. 도둑이 들었던 로마하우스 이야기를 할 때는 낯선 땅에서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고 엄마와 함께 여행하고 나서 편지를 읽을 때면 모녀간의 애틋한 사랑에 대해서도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세상사 요지경인데 어떻게 이론처럼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반듯하게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때로는 실수도 하고 때로는 실패도 보면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남은 생을 더 열심히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소한 기쁨과 안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