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와 막차라는 말은 언제나 시작과 끝을 예견하는 듯 하다.
버스와 전철처럼 대중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있어서 첫차와 막차의 의미는 참으로 묘하게
받아들여진다. 분주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일벌레처럼 새벽녘 어두컴컴한 시간에
첫차를 타기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직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무리들을 볼때면
참으로 부지런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하다는 느낌도 들곤 한다.
막차 역시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직장일로 분주하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하나둘 씩 술에 취해 일에 지쳐서
비틀거리면서도 끝까지 부여잡고 가고 있는 동아줄 같은 존재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아무튼 첫차와 막차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이미 나름대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것만은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첫차와 막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무려 다섯편의 짧은 이야기로 첫차와 막차에 대한 에피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가 아니라 일본이라는 장소라서 조금은 낯선감이 오는것 같긴 한데
책을 읽다보면 이내 책속으로 묘하게 빨려 들어가면서 일본에 신주쿠가 아니라 국내에 있는 서울역 같은 곳으로 묘하게 겹치는 현상이 엿보이는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총 다섯가지 이야기마다 신주쿠 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며 막차에서 내린 사람들 이야기도 실려있고
그들이 막차에서 내리면서 갈곳이 없어 당황하며 위기에 처하는 현상들을 보면서
함께 난처해진 상황을 헤쳐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떠했을까? 어둑한 역주변 골목에서 혹여 괴한이라도 만난다면?
집으로 빨리 가고 싶지만 이미 지나쳐버린 정거장 수습을 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라면?
택시라도 타고 싶지만 딱히 택시를 잡을수도 없고 비용도 어마어마하다면?
근처 숙소라도 찾아봐야 할지 ...음식점이 문을 연 곳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할지...
참으로 막막한것이 한두가지가 아닐터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설정을 참 재미있게 잘 풀어서 나가고 있어서 읽는 독자로서
뺠려들어가듯이 책을 읽도록 만들어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바로 2화에' 스텐바이 미'라 생각한다.
냄새가 심한 노숙자와의 만남으로 두 사람이 함께 버스킹까지 하게되는 과정이
참 재미있기도 하고 사람냄새가 나는 것 같아 묘하게 끌렸다.
그리고 오랜동안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노숙자처럼 바닥으로 떨어질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더 이상 내려갈곳이 없는 노숙자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해 보지만 마음대로 뜻대로 되지 않고
주변에서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처럼 누군가 가까이 손을 내밀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외면할거라 생각하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확 들었다.
사람 일이란 한치앞을 내다볼수도 없는것인데 말이다.
지금 현재 자리에서 유지하는것이 가장 힘들다는 지인의 말이 이 순간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세계에서 우리가 첫차와 막차인생을 살지 않기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과 지금 이순간 내 주변을 돌아보며 앞으로 인생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