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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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외로운가

이 책은 미국의 9.11사태와 그 전의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다. 9.11사태로 아빠를 잃은 소년과 세계대전에서 가족을 잃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등장한다. 그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이 책의 내용이다.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남겨진 자들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데 헤어져야 하고, 가까운 사람이 멀어져야 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겪어야 하는 아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 헤어진다는 것의 부조리함에 대한 고발은 아이의 시각으로 그려서 우리 앞에 보여주는 책이다. 순진한 시각이 더욱 읽는 사람의 공감을 자아내고, 아픔을 절절하게 한다.

한 사람은 살아가던 그 세상이 그대로 남겨지고, 한 사람은 자신의 의사와 관련이 없이 다른 세상으로 옮겨지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그 죽음이라는 다시 되돌릴수 없는 강을 건너가 버린 사람을 그리는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오늘날의 세상에서 잘 다루지 않는 종류의 아픔에 관해 주제를 집중하면서도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기에 더욱 더 애절한 가슴 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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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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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를 규정하는가

이 책은 철저하게 '나'에 관한 책이다. 소설적 기법으로 자아(self)를 찾는 흥미로운 책이다. 무척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흥미로운 글을 읽으며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소설적 재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소설이라는 형식과 자아라는 주제가 절묘하게 잘맞아 떨어진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관의 자녀라는 소설적 설정은 자연스럽게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성장기를 보내도록 한다. 여기서 부터 '나'에 대한 탐구가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나 속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절대적인 성질이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에서 나다움을 찾아가는 교감과 대화의 과정이자 그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에 대한 탐구의 절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성전환이라는 엉뚱한 경험이다. 18세라는 나이는 성정체성에 가장 활발한 관심을 가지게 될만한 나이이다. 그 시기는 또 자아정체성을 탐구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 중요한 시점에 이 책의 내용이 집중되는 것은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가 안내하는 흥미로운 길을 따라 자아란 무엇이며 나를 규정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여행을 떠날수가 있다. 가끔 독서가 불편할 때는 이 책이 나를 일개워줄 때이다. '나' 속에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채 그냥 뭍어두고 있던 정체성의 부재가 이 책의 자극으로 드러날 때이다.

친절한 책이지만 그런 적절한 자극이 없다면 무언가 1%부족한 느낌을 줄 수가 있는 법이다.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나'라는 주제에 대한 것을 둘러보는 여행을 즐겼다면, 약간의 숙제를 받아가는 것도 나쁘지가 않을 것이다. 과연 나는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규정하고, 나는 어디쯤 와있는가. 그런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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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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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이란,

사실은 궁금했었다. 왜 이 책이 그토록 인기가 있는지. 난 왠지 글을 잘쓰는 사람에 대한 질투심이 있다. 그래서 ‚I히 유명한 사람의 책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낀다. 베스트 셀러가 될수록... 그러다 언젠가 도대체 왜 그렇게 유명한거야? 라는 호기심이 나의 거부감을 누를때 나는 책을 읽어보게 된다.

때로는 희열을 느낀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별 내용이 없었구나... 때로는 슬픔을 느낀다. 책의 내용이 좋을 때이다. 책의 내용이 좋을때는 책에 감동을 받아서 슬퍼지기고 하고, 글을 그토록 잘 쓰는 사람에 대한 질투감 때문에 슬퍼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 두가지 모두가 작용해서 나를 퍽 많이도 슬프게 만든 책이다.

각설하고... 우리들에게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있는 것일까. 슬프지 않은 시간 말고, 아파서 몸부림 치는 그런 시간들 말고 삶이 정말로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런 시간들... 요즘같은 세대에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구식인 것은 잘 안다. 그런데 이 책은 바로 그 구식의 용어인 행복을 말하는 책이다. 그래서 더욱 특이하고 그래서 더욱 신기하다.

행복이란 단어는 구닥다리로 여길만한 이 스피디하고 현실적이고 유물론적인 시대에 구태의연한 소재인 사형수를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은 너무 낡은 것이 아닐까 싶지만 책에서 오는 감동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낡은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가슴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부러울뿐이다.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독한 아픔을 가진 사람은 자신과의 동류를 만나고, 사형수라는 운명으로 그렇게 만난 사람은 헤어져야 한다. 이제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졌지만, 그렇게 아픔을 나누며 사랑을 나누었던 대상은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한 시간은 행복했던 시간이라는 과거형으로 변하고 만다.

행복을 알았지만 행복은 떠나가 버렸다. 아픔만을 알고 있던 시절과 행복을 알았지만 행복이 사라져 버린 그 시간들과의 겨루기가 눈물겹다. 영화에서 강동원의 그 맑고 투명하고 깊은 눈동자가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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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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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잘 산다는 것은 도데체 어떤 것일까. 삶의 모퉁이에서 우리는 가끔 이런 의문에 부딛힌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가끔 이런 의문에 부딛힌다니...' 가끔이라는 말이 가슴에 걸린다. 살아가는 것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살아가는 것인데, 우리는 '가끔' 잘 산다는 의문에 부딛힌다는 것이야 말로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가치나 삶의 의미란 것을 너무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닐까. 사춘기시절, 그 꿈많던 시절에는 분명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가지고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어느 순간, 그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내 삶에서 실종되어 버린 것인가. 그저 살아가는 것(생활) 방편적인 삶을 위해 내 귀중한 삶으 시간을 소모하고, 생명을 마모시키고, 삶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며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던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는 언젠가부터 그런 삶을 '안정된' 삶이라고 생각하여 왔던 것이다. 더 이상 삶에 대해서 근원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삶. 삶의 물질적인 목표, 삶의 의미가 아니라, 삶의 수단에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향하여 살아가는 삶을 안정된 삶이라고 생각을 해왔던 것이 아닌가. 그것을 나는 방황하지 않는 삶,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삶이라고 오히려 정당화 한 것은 아니었던가.

호스피스를 하면서 수많은 임종 하는 사람을 대면해 왔던 사람과 정신과 의사가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리한 삶의 의미에 관한 책. 그것이 바로 이 책 인생수업이다. 누구나 삶에는 마지막이란 것이 있고, 그 삶의 마지막에선 의미란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삶의 마지막을 향하여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나는 '삶의 무게'라는 핑계로 한사코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한다. 오히려 삶의 본원적 가치, 정신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인생을 소모하는 것'이라며 도망가려고 하며 살아온 것이다.

이 책은 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이 책을 대하면서 오랫동안 나도 모르게 잊고 살아왔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 어떻게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의 중년이란 고개에 서서 다시 한번 삶을 되돌아보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삶의 순간들에 다시금 찬란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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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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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일러스트, 포근한 글

그림이 멋진 책이다. 기발한 발상을 담고 있다. 감히 해보지도 못했기에 더욱 앙증맞게 느껴지는 상상력이 좋다. 구름이라는 느낌이 가져다 주는 이미지를 잘 살린 가슴이 따뜻한 동화책이다.

이 책에서 좋은 점을 찾아라면 단연 그림이다. 멋진 상상력을 동원하여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빵. 하늘에 떠오른 사람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일찍 어른들의 때를 묻히지 않은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연스러움 속에서 창의력이 우르러 나오기 때문에 자연스러움을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림에 관심이 관심을 가지고, 또 약간의 재능이 있어 보이는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그때문이다. 이제는 산타할아버지가 실제의 인물이 아니란 것을 알 정도로 자라버린 아이지만, 지금도 이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은 아이의 상상력이 제한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활을 할 것 같다.

어른인 내가 보아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풍부한 감성이 멋있다. 이런 감성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은 더 풍부한 감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좋은 책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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