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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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잘 산다는 것은 도데체 어떤 것일까. 삶의 모퉁이에서 우리는 가끔 이런 의문에 부딛힌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가끔 이런 의문에 부딛힌다니...' 가끔이라는 말이 가슴에 걸린다. 살아가는 것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살아가는 것인데, 우리는 '가끔' 잘 산다는 의문에 부딛힌다는 것이야 말로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가치나 삶의 의미란 것을 너무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닐까. 사춘기시절, 그 꿈많던 시절에는 분명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가지고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어느 순간, 그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내 삶에서 실종되어 버린 것인가. 그저 살아가는 것(생활) 방편적인 삶을 위해 내 귀중한 삶으 시간을 소모하고, 생명을 마모시키고, 삶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며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던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는 언젠가부터 그런 삶을 '안정된' 삶이라고 생각하여 왔던 것이다. 더 이상 삶에 대해서 근원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삶. 삶의 물질적인 목표, 삶의 의미가 아니라, 삶의 수단에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향하여 살아가는 삶을 안정된 삶이라고 생각을 해왔던 것이 아닌가. 그것을 나는 방황하지 않는 삶,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삶이라고 오히려 정당화 한 것은 아니었던가.

호스피스를 하면서 수많은 임종 하는 사람을 대면해 왔던 사람과 정신과 의사가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리한 삶의 의미에 관한 책. 그것이 바로 이 책 인생수업이다. 누구나 삶에는 마지막이란 것이 있고, 그 삶의 마지막에선 의미란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삶의 마지막을 향하여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나는 '삶의 무게'라는 핑계로 한사코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한다. 오히려 삶의 본원적 가치, 정신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인생을 소모하는 것'이라며 도망가려고 하며 살아온 것이다.

이 책은 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이 책을 대하면서 오랫동안 나도 모르게 잊고 살아왔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 어떻게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의 중년이란 고개에 서서 다시 한번 삶을 되돌아보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삶의 순간들에 다시금 찬란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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