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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이 '나'를 규정하는가
이 책은 철저하게 '나'에 관한 책이다. 소설적 기법으로 자아(self)를 찾는 흥미로운 책이다. 무척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흥미로운 글을 읽으며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소설적 재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소설이라는 형식과 자아라는 주제가 절묘하게 잘맞아 떨어진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관의 자녀라는 소설적 설정은 자연스럽게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성장기를 보내도록 한다. 여기서 부터 '나'에 대한 탐구가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나 속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절대적인 성질이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에서 나다움을 찾아가는 교감과 대화의 과정이자 그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에 대한 탐구의 절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성전환이라는 엉뚱한 경험이다. 18세라는 나이는 성정체성에 가장 활발한 관심을 가지게 될만한 나이이다. 그 시기는 또 자아정체성을 탐구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 중요한 시점에 이 책의 내용이 집중되는 것은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가 안내하는 흥미로운 길을 따라 자아란 무엇이며 나를 규정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여행을 떠날수가 있다. 가끔 독서가 불편할 때는 이 책이 나를 일개워줄 때이다. '나' 속에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채 그냥 뭍어두고 있던 정체성의 부재가 이 책의 자극으로 드러날 때이다.
친절한 책이지만 그런 적절한 자극이 없다면 무언가 1%부족한 느낌을 줄 수가 있는 법이다.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나'라는 주제에 대한 것을 둘러보는 여행을 즐겼다면, 약간의 숙제를 받아가는 것도 나쁘지가 않을 것이다. 과연 나는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규정하고, 나는 어디쯤 와있는가. 그런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