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담은 십대들의 언어>
청소년 시절에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느니 '주변인' 또는 '일탈'이라는 말을 학습했다. 나 자신 아무런 생각이 없어도 이미 도덕 시간에 청소년을 그렇게 규정하였으므로 우리는 그렇게 반항하고 고민하고 슬퍼하고 힘들어하였다. 모든 청소년 뿐만 아니라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는 항상 갈등하고 힘들어한다.
작년에 아이와 함께 팝핀현준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사실 팝핀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연을 보는데 일단 대단한 실력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더 많은 땀을 흘렸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댄서가 되겠다면 난 절대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이중적인 기성세대가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댄스]는 열 네살의 소녀 로빈이 힙합이라는 춤을 통하여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도약"이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또래집단들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로빈은 댄스를 통하여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가족을 생각하고 스스로 변화를 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애티튜트(자세)-샹쥬망(변화)-데벨로페(발전)-앙레르(도약)라는 발레 용어에다 각 스토리에 대한 의미를 또 다른 제목으로 부여하고 있다. 전체 내용이 기-승-전-결의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각 장의 제목을 통하여서도 이야기의 전개를 알 수 있다.
로빈은 아빠 맛시모와 할아버지 알도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럼 엄마는? 로빈의 엄마 쉐인은 미국인이다. 자신의 불우한 가정에 대한 반항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다 이탈리아에 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아빠를 만나고 로빈을 낳았다. 하지만 몇년 후 엄마는 로빈을 두고 세상을 구한다는 이름으로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 자원봉사를 하러 떠났다.
친구들끼리 힙합댄스를 하던 로빈은 무용학원에 가게 되고 거기서 발레를 하는 귀도를 만난다. 로빈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헐렁한 옷에다 말이 없는 편이라면 이와 달리 귀도는 단정한 모습에 상냥하고 배려가 싶은 친구다. 발레와 힙합의 만남처럼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서로의 다른점을 이해하면서 깊은 우정을 느낀다. 그리고 귀도와 함께 발레하는 여자 친구 샹탈이 로빈에게도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세 친구는 한무대에서 힙합과 발레가 어우려진 멋진 공연을 펼친다.
언제나 그렇듯 성장 소설은 고통이 있다. 그렇지만 마지막은 새로운 치유와 희망을 보여준다. 로빈은 엄마의 부재가 혼란스럽다. 아빠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할아버지 알도가 로빈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있다. 귀도는 엄마의 못이룬 꿈을 대신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또한 아빠와 엄마는 어른이어도 로빈처럼 힘들고 상처에 대한 고통으로 얼룩져있다. 그렇지만 로빈은 모두를 수용한다.
또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이 된다.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하여 지금의 고통을 감수하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행복한 마음도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로빈은 춤을 통하여 자신의 열정을 보고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로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힙합 댄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라는 지역적 영향을 떠나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주변에 대한 생각들의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혼란을 나름대로 건전하게 생각하고 이끌어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무용인 힙합과 고전 무용인 발레의 만남을 통하여 소통의 의미까지 알 수 있도록 흥미롭게 구성된 내용이다. 다만 작가도 각 등장인물의 상황을 너무 깊게 따라가다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전체 구성이 어지러운 댄스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삶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