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멀고 놀랍도록 가까운 풀빛 청소년 문학 3
토릴 아이데 지음, 모명숙 옮김 / 풀빛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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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일상을 이야기하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표지에 나오는 두 소녀(아마도 엄마와 나라는 주인공의 얼굴?-책의 내용에도 나오지만 아이가 크면 엄마랑 친구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소녀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에 관한 청소년 소설쯤으로 단정을 하였다. 나에게 있는 엄마와 친척들과 친구에 대한 담담한 전개를 따라 주인공은 멀고도 가까운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나'라는 아이는 속칭 사춘기를 겪고 있는 15~16세의 한 소녀이기에 이미 그 시절을 지난 나로서는 이해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교에서 오로지 공부에 시달리고 있을 슬픈 청춘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펼쳐지는지도 궁금하였다. 공부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가치관이 깔려있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소설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도 그 나라의 아이들도 여전히 공부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엄마와 갈등을 빚고 있음을 보면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다.

 1. 아빠의 부재

 어릴 적 아빠를 사고로 잃은 주인공은 항상 아빠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듯 하였다. 그래서 상상의 세계에서 아빠를 만나고 위로를 받기도 하였다. 엄마는 혼자라는 것을 외롭게도 느끼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살아간다. 다만 딸과의 관계는 조금 소홀해보인다. 이것도 나의 가치관인 것 같다. 엄마가 바쁘면 당연히 가족의 유일한 일원인 딸이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책에서 딸이 모두 다 하기에 처음에는 엄마의 무책임으로 보였다. 그래서 주인공은 더 아빠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듯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생 중 이미 이루어진 일에 대한 후회는 아쉬움만 남는다. 엄마는 할머니와 관계를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하는데 그 비밀은 나중에서야 밝혀졌다. 역시 아빠에게 그런 일이 있었기에 엄마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하였다.

2. 섬세한 묘사

 이 책을 따라가는 동안 펼쳐지는 섬세한 묘사는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다.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와 미묘한 첫사랑에 대한 반항까지 참으로 예쁘게 묘사되었다. 작은 떨림까지 표현하는 작가의 감각이 좋았다. 단순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읽혀지는 것도 달라진다. 엄마 또는 친구와 갈등하고 두려워하는 사춘기의 마음이 잘 묘사되었다.

3. 추억-지난 시절은 항상 아름답지 않다

 처음에는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사실 지나고 나면 청춘은 그렇게 힘들게 고민하고 아프지만 추억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바로 지금인 것을 공부나 성장통으로 돌리고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절에도 우리는 항상 대화하고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데 표면적인 성적과 친구와 엄마의 바람으로 진정한 나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4. 딸 그리고 엄마

 딸과 엄마와의 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미묘해진다. 서로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어떤 때에 주저하게 된다. 특히 사춘기의 풋사랑이 엄마의 눈에는 참으로 힘든 여정임을 알 수 있을테니까. 그러나 15살의 감정은 35살이 되어도 마찬가지라는 말이 참으로 이해가 될 듯 안될 듯 하였다. 아마도 나는 45살이 되어도 65살이 되어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가시나무새-SG워너비가 아닌 조성모가 부른 노래; 조성모도 시인과 촌장의 노래를 리메이크 했지만>를 흥얼거렸다. 우리가 서로에게 가시나무새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휴식을 취할 날은 언제일까? 말하지 않아도 그 시절은 그렇게 지나간다.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어도 우리의 삶은 멀다고 느낄 때 오히려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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