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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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살짝 마음에 들지않아 밀어낸 책이다. 첫인상처럼 겉표지가 책에도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선입견과 편견을 접어두고 일단 책을 잡으니 술술 재밌게 잘 읽어졌다. 보이는게 전부는 아닌거다~^^;;

동네 언니가 말해주는 친근한 조카 녀석의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면서 현실감이 느껴지는 자전적인 소설이다.

내 친구 중에서도 유난스러운 헬리콥터맘이 있다. 종일 종종 걸음으로 영어 유치원부터 고3 과외에 학원들까지. 독서실에 픽업하러 다니고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대학가서도 여전히 나르고 퍼다 주는 헬리콥터 맘.

어릴 때부터 조금 특별함이 보이면 모든 엄마들은 자기 자식을 영재처럼 여기게 마련이다. 이런 저런 일들로 서울대 나라의 교주들이 되어 아이의 마음과 아랑곳없이 오직 한가지 목표만을 위해 내달린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등학교 입학!!
누구보다 빼어나게 옷을 입고 입학식에 가고 싶던 마순영은 아들에게 입힐 옷을 사기위해 백화점에 간다. 당장 내일 입을 옷이니 신중하게 고르는데 벌써 입학식을 마치고 돌아다니는 아이를 만나 아연실색한다. 아뿔싸!!

입학식 날짜를 착각하고 입학식 당일에 학교대신 쇼핑을 한 것이다. 이 때부터 너무 웃기기 시작했다. 정신없고 다혈질인 엄마가 성질을 죽여가며 아이를 위해 뒷바라지 하고 고생하며 함께 성장해간다.

사춘기를 겪고 전쟁을 치르고 공부!
오직 공부에 매달리고 생사를 넘나들며 투쟁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익숙한 전쟁이다.

마순영 씨는 거의 아동학대수준으로 아이를 공부로 몰아세우면서도 저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너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장래를 위하는 것이라고.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다. 사랑이 아니라 사육인 줄도 몰랐다.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임을 알지 못했다.

내 아이는 무조건 남들보다 뛰어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서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있었다. 마순영 씨와 같은 부류의 엄마들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비교만 하지 않으면 모든 존재는 모든 아이는 그 자체로 완벽허며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으며, 존재 자체가 찬란한 빛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유치원 시절부터 남달리 수학 학습만화를 꿰차고 보는 아이에게 온갖 기대를 걸어 버리는 엄마. 그 시작은 친구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마순영 자신의 복수에서 시작했다.

학창시절 함께 공부를 잘했지만 잘난 친구는 서울대에 가고 본인이 지방대에 간 것을 자식으로 풀어내려는 보상심리가 작용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일부터 아이를 학습하는 일에 집중을 했다. 초1부터 고3까지 1년 단위로 각 장마다 리얼한 생활 이야기가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학년이 바뀌면서 생기는 변화들을 재밌는 에피소드로 엮어서 가독성도 좋고 진행이 빨라서 숨쉴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 하며 고등학교 생활과 성적관리 등을 통해 입시의 숨막힘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학종이니 수시니 정시니 하는 것들을 마치 속속들이 아는 컨설팅처럼 대단한 정보력을 가진 헬리콥터맘의 고충도 나타난다. 힘든 상황에서도 이사를 감행하며 오로지 아들의 서울대 입성을 부르짖는 엄마의 삶은 무엇일까? 금수저와 흙수저를 운운하며 생존 서바이벌같은 입시전쟁을 속속들이 알고나니 내 아이는 이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 홀로 자기주도 학습하는 아이를 들들 볶는 헬리콥터맘이 아니라 다행이다.

내 아이는 안녕하신가?^^ 친구와 잘 놀고 들어와 축제연습으로 고단한지 잠이 들어있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의 미래가 오로지 서울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반짝 반짝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내 아이의 꿈을 응원해 본다.

자신의 꿈이 아닌 엄마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했던 아들의 미래는 어찌 되었을까? 마지막까지 고군부투하는 엄마와 아들의 학습내용이 장차 다가올 나에게 약간의 긴장감을 주긴 했다. 어디까지나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한 아이의 성장일지같아 재밌게 읽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자식에게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아이와 별개로 얻어진 것에 따른 책임도 감당해야하는 심판대 앞에 서게 될 날은 분명 온다.

과연 서로가 행복한 날이었을까?
오직 한가지 서울대만을 목표로 달려온 엄마의 씁쓸함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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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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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세상이 움직이는 방향, 속도, 온도를 느끼면서 살고 싶어 기자가 되었다는 작가 이고은.

경향신문 사회부와 정치부에서 전형적인 신문기자로 살다가 불친절하고 오만하며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 기성 언론의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한다.
두 아이를 낳은 후 경력이 단절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사유를 기자의 명함대신 새로운 자신을 향한 글쓰기로 문을 두드린다.
오랜 기자생활을 했다는 소개에 비추어 사실과 맥락을 중요시하며 정확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는 글쓰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두 세장 넘길 때마다 책을 접어둘 만큼 공감되는 글과 소신있는 주장이 많은 책이었다. 자신의 기자 생활을 토대로 한 글쓰기와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기자로서 받아왔던 부당함과 억눌린 글쓰기를 아낌없이 퍼붓고 있다.

이 책을 쓰고자 마음 먹은 이유가 있다. 가장 직관적이고 솔직한 이유부터 말하자면, 내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절실함에서다.
돈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에 가치를 매기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한계 때문에 나를 존재케 하는 일을 멈출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싶었다.
또한 글씨기의 고통과 기쁨에 대해 말하고, 나누고 싶었다. (중략)
마지막으로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이유가 되었다. 이는 여성의 한계 그리고 동시에 가능성에 대한 명제이기도 하다.

글쓰기야말로 여성이 삶 속에서 비교적 물리적으로 표현하기 좋은 매개이다. 글쓰기 강좌를 하다보면 은유작가님 말씀대로 10명중에 두세명이 남자일 뿐 대부분이 여자라는 점이다. 그동안 드러내지 못한 것들을 표현할 것이 너무도 많은 여성이다. 남성은 그동안 충분히 누려왔기에 이미 글로 쓸만한 주제가 노출되지 않고 불분명하다.
남성을 기본값으로 삼아온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모든 여성은 언제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숙명에 놓인다. 글쓰기가 나로부터 출발해 주변을 관찰하고, 공감하고,흡수하고, 대화해 가는 소통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남성의 언어로 대변해 온 역사, 주류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여성의 언어는 주변적 존재에 머무를 때가 많았다고 주장하며 두아이를 키우며 경력이 단절된 자신의 결핍과 충족의 글쓰기를 채워 나가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
자아를 찾는 글쓰기부터 사회 연대적 글쓰기까지 구성과 문장의 흐름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이다.

기록은 자신을 더욱 선명하게 규정한다. 인생을 눌러 담아 쓰는 글에는 확장된 나의 세계가 담긴다. 꾸준한 성찰과 결과가 쌓이면서 내 삶의 반경이 넓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넓어진 시야 속에서 사고는 더욱 깊어지고 글감은 더욱 풍성하게 발견된다.
결국 글은 삶으로, 삶은 글로 선순환된다.

울프는 <자기만의 방>을 쓰면서 100년 후쯤 되면 여성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사라지고 완전한 남녀평등의 시대가 올 것을 기대했다. 그가 제시한 마감 시한은 불과 10년밖에 남지 않았다. 진보의 발걸음은 예상보다 훨씬 더디고 무겁다.
p126

자기만의 방을 찾아 전전하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글쓰기의 전략과 기술 그리고 의미들에 대한 이야기를 끝까지 힘있게 밀어부치는 것이 인상적이다. 누구가 혼자서 떠도는 부표같음을 느낄 때 글쓰기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그것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온다. 자신의 경험을 함께 공우하며 쓴다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살기위해 목구멍으로 삼켜버린 말들을 내가 가진 힘으로 표현해보는 일이다.
여성으로서의 당당한 글쓰기 뿐만이 아니라 진실한 글쓰기를 위한 목록들을 살뜰하게 챙겨 넣었다.

우리의 언어가 세상 밖으로 꺼내져
나올 때, 아주 미세한 진동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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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인생응원가 - 스승의 글과 말씀으로 명상한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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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때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 불행을 회피하지 말라
자기 삶을 순간순간 살피어 보라
멈추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릴 때부터 교회는 가까이 했지만 그 외의 종교는 접해 볼 기회가 드물었다. 친구가 학창시절에 성당 문학의 밤 행사에 초청해서 처음 가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정도이다. 절은 수학여행이나 산행길에 잠시 둘러보고 나오면 그만이었다. 폐쇄적이고 협소했던 나의 종교관이 차츰 열리게 된 것은 40대 이후에 생긴 관대함 때문일까?^^ 혜민스님과 정목스님의 책을 거부감없이 읽으면서 종교를 막론하고 좋은 글은 가리지 않게 되었다. 법정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소장하고 좋아하는 책이 된 것은 예전의 기독교관념으로서는 의아했을 일이다.

작가 정찬주님은 십수년간 샘터사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을 만들면서 스님과 각별한 재가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귀한 글로 담아내어 한 장,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조용한 산사에서 자연을 벗삼아 차 한잔 마시는 듯 안온해진다.

정호승 시인의 추천사처럼 우리 시대 영혼의 스승같은 법정스님의 말씀을 읽으며 혼탁한 마음이 잠시나마 쉼을 얻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 아닌 새 날이다. 겉으로 보면 같은 달력에 박힌 비슷한 날 같지만
어제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사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 있음이다.
어제나 내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이다.

삶을 소유물로 생각하기에 우리는 그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이니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한다.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고 따뜻한 말을 나눈다든가, 눈매를 나눈다든가, 일을 나눈다든가, 시간을 함께 나눈다든가.
나누는 기쁨이 없다면 사는 기쁨도 없다.

산다는 것에 대한 말씀들을 음미해 보았다.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 나대로 살아가되 지금 이 순간에 소중한 시간과 삶을 함께 나누어 가는 것. 그리고 어제보다 조금씩 새롭게 달라지는 나의 모습으로 최선을 다 할때 두려움없이 살아가는 것이 될까?

결국 삶이든 행복이든 내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생각했다.
고인물이 굳어지고 생기를 잃듯이 틀에 갇혀 안주하지 말고 새로움으로 하나의 흐름이 되도록..
큰 한걸음이 아니라도 조금씩 나아가는 용기를 조용히 불어 넣는다.

또 한가지!! 무엇이든 나눌게 있으면 나누고 사는 기쁨이 바로 사는 것이라는 말씀에 공감이 된다. 물건도 나누고 정도 나누고 관심도 나누면서 사는 것이 정말 사람사는 냄새 풍겨대는 삶이다. 우리 집엔 항상 사람이 들끓었다. 청년들 먹이고 재우고 놀고... 가진건 없어도 갈곳 없는 아이들 재우고 배고픈 애들 먹이고 김치국수라도 해서 함께 먹으면 밤이고 낮이고 행복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너무 뛰지 말라.
조급하게 서둘지 말라.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그 어디도 아닌 우리들 자신의 자리다.

고독할 수는 있어도 고립되어서는 안된다.
고독에는 관계가 따르지만
고립에는 관계가 따르지 않는다.

사람은 어느 때 가장 맑을까?
산에 사는 사람들운 가을에 귀가 밝다.
가을 바람에 감성의 줄이 팽팽해져서 창밖에 곤충이 기어가는 소리까지도 다 잡힌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은
밖으로 부자가 되는 일 못지않게 인생의 중요한 몫이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
더 가지고 싶은 욕망에 허덕이고, 남과 비교하며 늘 허기지고 목이 마른 상태이다. 겉으로는 번쩍이는 옷과 집을 가지고도 정신적으로는 초라하고 궁핍하다.
크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원하는 삶이 아니라 작고 사랑스럽고 고마운 것들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겠다. 어느 한 장, 한 말씀 조차 허투루 다룰 수 없는 말씀들을 오래오래 되새김하고 싶은 귀한 책이다. 삶을 한 걸음 뒤에서 성찰하며 자연에서 얻는 생명의 가치를 몸소 실천해 나가신 법정스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숙연해지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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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The Cat Edition)
손힘찬 지음 / 부크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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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하루의 끝에는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

손에 들고 다니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이미 알음알음 유명세를 치르는 작가인 듯하다. 1년 남짓만에 20쇄를 발행하고 2판을 찍으며 새롭게 단장을 했다.
The Cat Edition 에 당첨~^^
포근한 파스텔톤의 일러스트가 작가의 글과 잘 어우러져서 편안한 느낌이다.

고양이가 소파에서 쉬고 있는 표지그림도 귀여운 느낌인데다가 책 속을 따뜻하게 채우는 삽화도 정감있다. 혼자 그네를 타고 있는 그림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만난 내 모습과 겹쳐졌다. 가끔 동네 놀이터 그네에 앉아 별을 보며 앉아있는 시간을 즐기곤 했었다. 그림과 글을 보며 문득 문득 내 젊은 날이 떠올랐다.

작가는 20대 초반의 아주 젊은 청년이다. 내가 20대에 이런 글을 썼을까 싶을만큼 잔잔하고 공감되는 언어를 구사한다. 읽다보니 속으로 상처를 받은 시절을 보냈기에 아픔을 바라보고 치유하는 법을 터득하고 위로가 되는 말들을 나열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글들은 진솔하고 마음을 움직인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의 고민은 전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그가 주장한 말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
"정말 사람들의 고민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직까지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인간관계는 영원한 과제라는 점이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으로부터 책은 시작한다.
진실된 사람과 가짜를 거르는 계기는 반드시 온다. 대화를 해도 일방통행이고, 이해와 존중이 없는 사람에게 감정낭비 하는 일을 겪다보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지 않아도 껄끄럽고 불편해진다. 스스로를 탓할 필요도 타인을 몰아세울 필요도 없다. 그냥 거기까지가 최선의 관계였을 것이다. 사람 마음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나무처럼 할결같은 사람도 있다.

오랜 친구들을 10년정도 만나지 못했을 때가 있었다. 아이키우면서 각자 바빠서 혹은 기타의 이유 등으로 해서 멀어진 틈도 모를만큼 지났던 고등학교 4인방은 다시 만나자마자 어제 만난듯이 반가웠다. 이렇듯 관계란 변함없는 사람들도 있고, 많은 모습들 중에 한가지 모습만 보고 단정짓고 떠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어릴 때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었는데, 나이를 먹어 갈수록 쓴 것은 삼키려 한다. 그러나 살면서 겪은 스트레스, 감정 상하는 일들울 모두 참고 넘어가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자신에게 엄격해지면 나중에 스스로가 극복했다고 하지만, 실은 아픔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외면하고 있던 것에 불과하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솔직한 것이지 나약한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용기있는 작가였다. 일본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와서 살면서 예민했던 시절 겪어냈던 이야기를 읽으며 응원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 한국에서 제일 먼저 배운 말은 욕이었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쪽발이"였다고 한다. 가난했고 힘들었고 죽음도 생각했던 작가의 단단해진 내면의 이야기가 상처없던 사람처럼 따스하게 위로해 준다.)

그는 나와 다른 점이 불편하다면 비난을 하지말고 비판을 하라고 말한다. 어떤 사회문제든 강하게 주장을 펼치거나 모른다고 해도 인권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작가의 감성적인 글 속에 명확한 자기의 소신을 글로 엮어내는 모습이 흐뭇했다.

나의 20대에는 이런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았는데 젊은 작가들의 글을 만나면 많이 부끄러워진다. 좀 더 열심히 살아볼 걸..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짧지만 울림있는 글이 핑크색 표지처럼 따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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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꽃 한아름
김상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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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을 지나 중심으로 접어둘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피끓는 청춘이고 싶다.

지은이는 시집을 내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세월속에서 끌어올린 시들을 모아 부끄럽지만 책으로 엮었다.
기성 작가들처럼 화려하거나
멋스러운 시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감정들을 이야기하듯이
편지쓰듯이
일기쓰듯이 편히 읽을수 있게 썼다.

문득문득 뜬금없이 밥풀때기같운 언어들을 만난다.
누구나 자기 감정에 귀기울이는 세밀함을 가지면
시인이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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