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The Old Man and the Sea 원서 전문 수록 한정판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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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살아서인지
그저 바다가 좋아서인지는 모르지만
바다에 대한 알 수 없는 동경과 환상을 늘 갖고 살아왔다. 자주 갈 기회가 없었기에 상상력을 동원하고 나만의 바닷가를 만들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의 바다 역시 나에게는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며 소재였다. 물론, 낚시를 주업으로 하는 어부들이 갖는 <바다>의 의미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불후의 명작 헤밍웨이의 작품<노인과 바다>는 길이도 짧은 편이지만 줄거리 자체도 아주 간단하다.

주인공 산티아고 노인은 84일이나 고기를 못 잡다가 마침내 바다 멀리 나가서 굉장히 큰 청새치 한마리를 낚는다. 그는 이틀 낮과 밤을 꼬박 물고기와 싸운 끝에 길이가 5.5미터 가까이 되고 무게가 700킬로그램 가량 되는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배 옆에 물고기를 매달고 돌아오던 중 상어들의 연이은 공격을 받아 물고기는 뼈와 머리만 앙상하게 남았을 뿐이다. 노인은 결국 상어들에게 물고기의 살점을 내어주고 빈손과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든다.​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고 생각보다 커다란 물고기 덕분에 행복한 밤과 낮을 버틴다. 노인의 경험에서 온 노련함과 노장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것은 잠시였을 뿐이다.

커다란 물고기 청새치에 끌려가며 먼 바다에서 고통을 견디는 과정, 이윽고 얻은 성공에도 아랑곳없이 배 옆에 매달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의 공격으로 맥없이 물고기의 살점을 내어줄 수 밖에 없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등장인물 역시 초반과 마지막에 소년이 잠시 나오는 것 외에는 노인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노인이 배 위에서 하는 생각과 독백 혹은 혼자하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단순한 줄거리와 다소 밋밋한 구성의 <노인과 바다>는 작가 헤밍웨이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로서 노인의 작은 독백 속에 깃든 인간미와 인생관으로 잔잔한 감동이 스민다.

복잡한 감정이나 심리 묘사도 없이 사실적인 문장으로만 전달하는 형식이 오히려 이야기를 명쾌하게 이끌어간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바다로 나갔지만 84일동안 물고기를 허탕친
주인공 산티아고는 불운에 이른 상황에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도전하는 자세로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또한 자신의 경험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꼬박 이틀 밤낮에 걸쳐 고통스러운 사투를 벌이지만 인내와 용기와 그동안의 경험들로 물고기를 잡는데 그치지 않고 몰아치는 상어들의 공격에도 끝까지 싸운다.

커다란 물고기가 점점 상어들의 밥이 되어 사라질 때 얼마나 허망했을까? 노인 산티아고는 집으로 가는 배의 무게가 가벼워졌다고 지친 자신을 위로한다.
이런 삶의 태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진정한 삶의 승자에게서 풍기는 여유로움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사람들의 눈에는 큰 물고기의 실체가 보이지 않아 불운이나 실패로 보일지 모르지만 노인은 그조차 담담히 받아들이고 평안하다.

낚시하며 죽여야하는 청새치와 상어들에 대해서도 노인은 자연의 생존법칙 안에서 서로 죽이고 공격하도록 창조되었지만 나름대로 존재 이유와 가치를 두고 모든 것을 친구와 형제로 바라보는 장면들도 꽤 인상적이다.

홀로 외로운 삶 속에서 소박한 것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도 나타난다. 혼자임을 느끼고 힘이 부족할 때마다 소년을 그리워하며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아쉬워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힘들게 잡은 물고기가 상어들의 밥이 되어 사라지는 상황조차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텅빈 배로 돌아와 잠이 드는 노인의 모습은 인생의 달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전 삶의 고수가 되고 싶다는 글을 썼는데 아런 삶의 태도가 바로 인생의 고수가 되는 것이 아닐까.
패배를 인정하고 결코 용기를 잃지 않으며 힘든 일에도 용기와 의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나이를 핑계로 게을러지고 나약해지는 것들을 말끔하게 지워준다.

자연과 인생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과정을 즐기는 노인의 모습이 참으로 인간적인, 그래서 담담하면서도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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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와 108유희
일취 지음 / 코치커뮤니케이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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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책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는 드물었다. 지금이야 자유로운 종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모태신앙이라는 그늘 아래 기독교의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환경이 지배적이었다. 폐쇄적인 종교관에서 벗어나 성경이 아닌 다른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더욱 풍성해지는 요즘이다.

막연히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한문이 어렵고 번역을 해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문용어가 많아서 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 선입견도 있었다.

이 책은 108편의 경문을 한편 한편을 시와 에세이처럼 잔잔하게 풀어서 이해하기 쉽게 해설을 해주셨다. 더구나 산 속의 여러가지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서 마음과 눈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친절한 설명 덕분에 어렵지 않게 부처님의 말씀과 가르침에 귀기울가며 며칠 동안 잔잔하게 읽어내리며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올 한해 다사다난하고 마음이 시끄럽게 요동쳐서 여러가지로 정리가 필요했는데 고요한 말씀으로 심오함과 비움의 가벼움 등의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신 책으로 위안을 받았다.

"이대로 살 것인가

향을 쌌던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에서는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본래는 깨끗하지만 차츰 물들어 친해지면서
본인이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불설 비유경>

사랑의 실천
사랑하는 대상은 설사 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두 평등하다.
사랑에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본생경>

부처님의 말씀은 큰 배를 운항하는 사공과 같아서
그 말씀을 잘 지키고 잘 따르면 삶의 고통을 잘 견딘다고 한다. 스님들은 그런 말씀을 항상 맑은 물로 닦아내고 씻어내며 꺠끗한 마음으로 수행하므로 인생의 길잡이를 삼아내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세상을 홀로 살아가지 못한다.
좋은 친구와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올바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스승과 사공같은 길잡이가 필요하다.
어떤 이는 책에서, 어떤 이는 종교에서
또 어떤이는 사람으로 힘을 얻으며 살아간다.

살다보니, 많은 친구도 필요치않고 곁에 있어서 서로가 소중한 존재로서 외로울때나 슬플 때, 즐거울 때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족하다. 한명도 좋고 두 명도 좋다.
한해를 뒤돌아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친구와 진실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있는지 살펴볼 때이다.

그러면서, 이전과 달리 누가 내 곁에 있기를 바라기 보다는 내가 먼저 아낌없이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발전한 내 모습을 만나는 것 같아 스스로 위안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소중함이 더 커진다.

"진실한 친구
친구 간에 네 가지 품격이 있는데
첫째는, 꽃과 같은 친구
둘째, 저울과 같은 친구
셋째, 산과 같은 친구
넷째, 대지와 같은 친구이다.
<불설패경초>


사람관계와 더불어 생각하는 것이 말과 글에 대한 공해이다. 너무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 시대에 살면서 하고 싶은 말들이 넘쳐나고 있는 반면에 들어주는 사람은 적다. 좋은 말도 지나치면 해가 되는데 하물며 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수많은 글들과 비수에 꽂히는 말들이 있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항상 조심스럽게 나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가르침을 준다. 말과 글을 내뱉기 전에 남에게 독이 될 만한 것들은 걸러내며 한마디의 말이라도 사람을 살리는 말과 글을 쓰고 싶다.


"말의 공해

자기가 내뱉은 말이 자신을 번민하게 만들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면
그 말은 좋은 말이요,
또한 그 말을 듣는 사람이 기쁘고 즐거우면 유쾌한 말이다. 항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선에서 유쾌한 말을 하라.
<잡아함경>

자기 마음을 다스리며 가장 소중한 나를 발견하고, 탐욕에서 오는 번민을 내려놓고 좋은 씨앗을 뿌려놓고 바람처럼 살며 잠시 머물다 가는 세상에 욕심버리는 대신 좋은 마음을 챙기고 살아가려는 스님의 말씀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산사에서 함께 기도를 하는 마음이 든다.
번민을 고요하게 잠재우고 싶을 때 책장에서 종종 꺼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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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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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은 밀려서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꺼내놓고 시간은 많은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서평단도 거의 끝나서 이제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주어지니 책과 멀어지는듯 했다.

그러던 중 2014년에 나온 권여선 작가의 소설
<토우의 집>이 재출간되어 선물처럼 내게로 왔다.
권여선 작가의 작품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 궁금한 마음에 다른 책들을 제치고 먼저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고 흥미롭게, 혼자 가슴이 간지럽게 웃으며 읽어가던 소설은 마지막 몇 장을 남기고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고통에 시선을 돌리고 그들의 꿈을,
작은 고통이 세상의 커다란 고통의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의 온기를 위해 글을 써왔다는 작가의 말처럼,
마지막 토우의 집에서 부르는 노래처럼
그들의 고통들이 품에 안겨 뜨뜻해진 눈물이 흘렀다.

한지붕 세가족처럼 삼벌레 고개 우물집 안주인 순분네와 새로 이사온 새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의 아들 금철이와 은철이, 새댁의 딸들 영이와 원
그리고 주변의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람냄새를 풍기며 빠져읽게 만든다.

아이들의 순진한 놀이들과 여러 계단 위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드라마처럼 상상하며 읽는 시간은 소설을 읽는 재미난 묘미이다.​

새댁이 해주는 맛난 음식과 효자 효녀 이야기를 듣고 상상하는 은철의 생각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은철은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언제나 본의 아니게 새댁과 대조되는 행동만 선보이는 순분이 그날 저녁에 하필 고추장에 버무린 닭발을 한 냄비 가득 흉측하게 볶았기 때문이다. 닭발이 먹기 싫은 것도 싫은 것이지만, 나중에 아빠나 엄마가 병이 들어 닭발이나 족발 같은 게 먹고 싶다하면 자기 손발도 잘라 벌겋게 볶아 내놓아야 할 것 같아 은철은 더욱 서럽게 울었다.」

은철에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옛날 부모들이 무섭게 먹을 걸 밝혔다는 점이었다. 한겨울에 잉어가 먹고 싶다하고, 가을에 앵두가 먹고 싶다 하고, 고기가 먹고 싶다, 흰쌀밥이 먹고 싶다, 식탐이 한도 끝도 없었다. 어떤 효자는 병든 부모가 고기가 먹고 싶다 하여 자기 허벅지 살을 잘라 양념을 하여 올렸다하니, 식탐많은 아빠가 걱정인 것이다. 만약 아빠가 병이 나서 날간이나 곱창이 먹고 싶다하면 자기의 간과 창자를 빼주어야 하는지 은철의 마음이 복잡했다는 대목에서 아이들의 생각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오래전 이 곳에 삼악산이 있었지
북쪽은 험하고 아득해 모르네
남쪽은 사람이 토우가 되어 묻히고
토우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네
그래봤자 토우의 집은 캄캄한 무덤"

그 어떤 인생도 소설같지 않은 인생은 없다.
누구든지 삶의 굴곡을 들여다보면 쉬운 인생이 하나도 없으니 소설처럼 엮어내기도 잘한다.

살면서 얻는 행복이란 큰 것이 아니었음을 소홀하게 여기고 지나치던 작은 것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무릎을 다치고 동생의 건강을 생각하는 금철이,
식모가 나가고 나서야 난쟁이 식모가 궁해지는 순분이,
아픈 손가락을 동여맨 딸 원이를 보고 안타까운 덕규,
뚜벅이 할배를 잃고 부재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동순 할매가 떠난 이유들도 모두 곁에서 다시 볼 수 없다는 슬픔의 생생한 느낌으로 감당하지 못함이다.

「아침 설거지를 하다 말고, 빨랫감을 담가놓은 채로, 방을 닦다 걸레를 집어 던지고 새댁은 집을 나갔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중간에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덕규의 무덤에 갔다.
"새댁, 애들 생각도 해야지. 영이랑 원이 불쌍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애들이 있으니 제가 살아 있기는 해야겠지요?"​
"그런 말이 어딨어? 어떻게든 견디고 살아야지"
"뭐든 다 빼앗아 가는 세상이에요"
"그래도 자식보고 견뎌야지. 살다보면 살아져"」

내가 힘들 때 따라 부르는 노랫말이 생각이 났다.
차지연의 "살다보면 살아진다"라고 했던가...
남편의 무덤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꾸만 달려가는 새댁, 자식 때문에 정신줄을 잡고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새댁의 모습에서 왈칵 울음이 터졌다.

혼자된 후 어린 딸과 작은 방으로 이사해놓고
추운 겨울 가슴이 답답해서 공원 눈밭으로 뛰쳐나가던 내 모습이 보였다.
딸아이 재워놓고 잠이 오지 않아 몸부림치며 까만밤이 하얗게 밝아오던 숱한 밤들도 지나갔다.
자식이 있으니 살기는 살아야겠고 사는 것이 막막했던 시절이 떠올라 소매로 눈물을 훔쳐가며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무덤 앞으로 달려가는 심정은 어떠할지 심장이 쪼그라들고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두 아이는 각자의 서러움에 복받쳐 울었다. 애초부터 계란 볶음밥 같은 건 문제도 아니었다. 어린 스파이들은 회복할 수 없이 망가진 것들 때문에 울었다.
일 년도 안 된 지난 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울었다.​
이 모든 일이 어린 그들에게 지나치게 억울하고 가혹해서 울었다.」

일 년도 안된 지난 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이란 지금 우리의 상황과 같지 않은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별 차이가 없는 일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계가 끊어지는 막막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일 년도 안된 지난 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다가온 상황에 때로는 지나치게 억울하고 가혹해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갯길 중턱, 그 위로는 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과 그 아래로는 조금 풍족한 사람들이 사는 경계에서 가난의 정상과 풍요의 들판을 잇는 축의 중심에 다리를 벌리고 늠름하게 서있는 금철의 씩씩함이 돋보인다.
원이의 쫑알거림을 지켜주지 못한 새댁과 달리
사랑하는 딸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지켜줄 수 있었음에 속울음을 삼키며 정신줄 놓지않고 살아낸 보람을 느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어머니, 어머니하며 고운 마음 드러낸 원이의 사랑스러운 쫑알거림이 맴돌아 가슴팍 언저리에 저릿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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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리미티드 에디션)
이평 지음 / 부크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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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삐거덕거리며 힘들어질 때 과연 잘 살아온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을 한번쯤 던지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 사랑을 하며 살기도 바쁜 인생인데 사소하지만 복잡한 인간관계까지 신경써야 한다니. 보통일은 아니다. 어떤 관계든지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찾아가고 주기적인 관계정리를 하며 현재의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며 쓴 산문집이다.
/
아니다 싶으면 매몰차게 관계를 잘라내는 사람들, 그러한 성향인 사람이 때로는 부럽다. 아니다 싶으면 상황부터 모면하고 보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 먼저 떳떳하게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사람들이 부럽다.

몰론 관계에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 다시 말해 온전하지 않으니 때에 따라서 다각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는 뜻이다.

/
소중한 사람에게는 정말 소중하게 대해 주어야 한다. 소중한 사람과는 소중한 이야기만 좋은 사람과는 좋은 말만 공유하며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나의 호의를 권리로 여기는 사람말고, 그러한 호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
진짜 '으른'의 만남이란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것.
반드시 걸러야 할 사람의 유형이 보이는 것.
대부분의 사람은 아군도 적군도 아님을 아는 것,
관계에서의 실망은 계절처럼 찾아오는 거라 여기며,
순간의 감정에 오래된 관계를 망치지 않는 것.
정도를 지키며 행복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것.

/
행복해지는 방법은 저마다 설명서가 달라서 섣불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읽는 방법 또한 제각각이기에 달리 설명이 필요없다.
사람을 대할 때 어떠한 충고보다 맘으로 와닿는 건 위로, 위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여하지 않는 배려의 마음이다.

/
삶이란 사사로우면서 자유로운 것.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저 개인의 소신과 가치관을 담아내면 된다. 가능한 한 단순하고 명쾌하게 말이다. 혹시나 다른 누군가의 조언을 듣게 된다면 그것을 본보기 삼거나 사례로 삼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 그것이 바로 삶이다.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는 삶 앞에서 동등하면서 자유로워야 한다.
/
다만 이처럼 소중한 당신이 마냥 참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내하고 견디는 삶도 괜찮다. 참지 않고 분출하는 삶도 괜찮다. 어떤 삶이든 행복을 소원한다. 다만 비정상적으로 버티지만 말아라.

/
우리 모두 배운 사람을 좋아한다. 여기서 말한 '배움'이 그다지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조금만 더 조심하고 조금만 더 남을 생각하는 마음, 말의 위력을 알고 남과 허투루 말을 섞지 않는 사람. 솔직함을 가장해 무례하게 굴지 않는 사람.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배운 사람이 되어야한다.

/
본질에 가까운 삶을 사는 것.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 이 속도로 흘러가는 게 처지에 맞으면 그것은 합리적인 걸음이다.

/
나부터 행복해지는 법. 아주 쉽고 간단한 것들로 시작하면 된다. 바로 나의 삶 구석구석 예뻐해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사랑은 마음이면서 표현이기도 하다. 마음을 꺼내서 보여줄 수 없으니 표현이 필요한 것이다. 마음과 표현은 사랑하는 동안 항상 동행해야 한다.

*이전의 세상보다 좁혀지는 관계 속에서 나를 잊고 살다보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곤 한다. 모든 중심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말고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며 떳떳하게 자신을 아끼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의 행복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으므로 나 자신이 만들어 가야하며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
아름다운 관계란 상호적인 마음의 교류이기에 홀로 일방적인 관계는 유지하기 힘들다.

조금 덜 아픈 사람이 조금 더 아픈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전해주는 따스한 온기로 세상은 따뜻해진다. 내 마음을 참기만하지말고 제대로 표현하는 것도 관계에 도움이 된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는 노력은 결국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삶을 자유롭게 바라보는 배려에서 시작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둘러보면 오랜 인연을 맺어 끈끈하게 이어온 사람들.
잠시 인연의 끈에서 떨어져버린 사람들.
손을 이제 막 잡은 사람들..
모든 관계에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서로를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만큼은 정말 온 마음을 열어 아름다운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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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초록 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 - 선인장도 못 키우는 왕초보를 위한 4주 완성 가드닝 클래스 소원풀이 시리즈 15
허성하 지음 / 한빛라이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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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가드너를 위한 건강한 식물키우기 노하우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나만의 행복한 취미생활을 갖고싶은 사람들을 위한 한빛라이프의 일명 소원풀이 시리즈 중의 한권이다.
나처럼 자꾸 죽이기만해서 의기소침해 있는 초보들에게 어떤 식물이 좋은지, 물은 언제 주고 분갈이는 언제 어떻게 하면 되는지, 키우기 쉽다더니 왜 우리 집에만 오면 죽는 건지 하나씩 알려준다.

작가 허성하는 가드닝 숍 '폭스더그린'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초록식물과 함께 하는 가드닝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20년간 가구, 건축,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삼성, 엘지, 네이버 등 여러 기업과 성수연방, 가로골목, 디자인페어 같은 문화공간의 플렌테리어를 맡았다.

뭔가 자기가 할 일을 다양한 분야에서 펼치고 있는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역시 식물을 기르게 된 동기는 복잡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식물을 키우는 분들이 좀 더 쉽게 시작하며 식물을 통해 마음에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꽃 몇 송이를 사오는 것과 달리 식물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무조건 키우기 쉬운 식물이나 어려운 식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생활습관이나 주거 환경에 맞거나 혹은 맞지 않는 식물이 있을 뿐이다. 식물은 많이 키워봐야 잘 키울 수 있다고 하니 죽이는 것을 겁내지 말아야겠다.

싱그러운 초록이들과 함께 하기 시작한 것이 4월말부터 였으니 7개월이 넘어간다. 씨앗을 뿌려 까꿍하고 새싹을 보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고 꽃을 기다리고 만나기도 하며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고, 그러다가 아이들이 원인도 모르게 죽을 때는 속상하기도 했다. 가끔은 자신도 없고 역시 나는 안되나보다 마음이 아프기도 했는데 그저 즐기는 것으로 자신감을 가져볼 마음을 갖게 되었다.

도무지 식물의 마음 속을 알 수 없어서 물은 언제 주는지, 키우던 식물이 말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사라질 때 미안하고 속상했다. 나름대로 공부하고 배우고해도 경험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가장 중요한 해와 물, 바람이 키우는 자연을 집 안으로 들여왔으니 쉽지 않은 일이다.

가드닝 책을 지난 번 <산타벨라처럼 회초키우기>도 도움이 많이 되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를 하며 읽었다. 사실 가장 어려운 물주기는 어느 정도는 알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물을 주게 되는 것을 놓치게된다. 차라리 많이 주는 것보다 적게 주는 것이 낫다는 것을 머리속으로는 알면서도 아이들만 보면 자꾸 물을 주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역시 초보에겐 안성맞춤인 수경재배부터 시작하길 잘했다 싶은 마음이고, 어렵지만 향기나는 허브화분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라벤더나 민트, 애플민트와 로즈마리까지 키울 수 있는 날을 위하여..
식물 공부는 끝이 없지만 관심과 사랑을 갖게 되는 것이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서 삶에 위로를 받은 나날들이다.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비대면의 시간들을 초록이들이 대신 해줬으니 올 한해 코로나가 준 선물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딱 내맘과 같은 책 제목이다.
나도 초록 식물 잘키우면 소원이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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