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혜화동 한옥에서 세계 여행한다 -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안방에서 즐기는 세계 여행 스토리
김영연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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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속 한옥 게스트 하우스에서 전 세계인을 만나는 일은 어떤 다양한 삶을 만나게 될 지 상상만으로도 근사해진다.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문화와 생활 방식을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지내 온 10년간의 흔적이 차곡차곡 담긴 한옥.
<유진 하우스>라는 게스트 하우스는 이미 유명한 세계인의 성지라고 한다.
고풍스런 한옥 단지는 아니지만 도심 속에 커다란 한옥을 게스트 하우스로 만들면서 조금씩 각자가 삶의 여유를 찾는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김영연 작가의 삶을 들여다 보는 프롤로그.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와 서강대 경제대학원을 졸업하고 법률사무소와 국회에서 일했다. 바쁘고 지친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일본에 가서 일본어를 배우고, 다시 중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러한 삶의 여정이 있었기에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외국어를 두려움없이 언어소통이 가능했다.
결혼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다가
아이 유진이를 뒤늦게 갖게 되면서 정착하게 된 한옥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살아가기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다 가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가족처럼 친구처럼 만나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것들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자연스런 언어구사와 문화 소통들이 유진이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것 같았다.
꿈도 글로벌하게 열린 생각을 갖게 되는 색다른 세계를 열어준 것은 유진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이다.

오가는 게스트들이 한국에 대해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고 기억하는 곳, 삶에 지친 이들이 쉼을 얻고 새로운 힘을 공급받는 힐링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인간간계가 힘들어진 삼들이 많아졌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싫어서 혼자 고독한 삶을 살다가 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을 홀로 지내기는 어렵다. 단조로운 삶을 벗어나고 삶에 새로운 변화를 갖고 싶어온다.
유진 하우스에서 하루를 머무는 것은 숙박이 아니라 힐링이다. 어릴 적 혜화동에 살았던 분들, 해외로 이민을 갔던 분들이 고향이 그리워서 향수를 달래러 온다. 해외로 입양되었던 분들이 뿌리를 찾으러 온다.

"세계 여러 나라로 여행을 다닌 사람이 주변에 많다. 세계 여행 자랑에 나도 빠질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서 직접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간다. 하지만 나는 세계인들이 우리 집으로 직접 와 주니, 안방에서 여행하는 셈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도 일상생활에서 자꾸 사용하다보니 어휘력도 점점 늘어간다. 현지에 가지 않고도 훌륭한 선생님들이 직접 와서 무료로 외국어를 가르쳐 준다."

세상에~!!!
정말 부러운 대목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외국인이고 대부분 영어권 나라들이 많다보니 영어는 원어민에게 직접 배우는 것이다. 어학연수가 따로 필요없겠다.^^
물론 언어 뿐 아니라 음식과 생활등의 문화교류까지 다채로운 생활이 궁금하고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사람은 모름지기 특별한 감각과 앞서가는 선견지명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언어도 배우지만 우리 한국의 것들을 집안 곳곳에 배치하고 삶에 녹아들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소개된 우리 문화 중에서 온돌이 인상적이다.
어릴 때 아궁이나 보일러를 돌리면 아랫목이 따뜻해서 그냥 잠이 솔솔 오던 그 온돌방.
추억이 서린 그 때가 떠오른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기억.
지하실 연탄 보일러를 쓰던 시절에 엄마는 하루에 서너 번 연탄을 갈러 내려가시고 겨울이면 연탄을 들여놓던 시절,
그리고 기름 보일러로 집 안에서 보일러를 가동할 수 있게 되고 엄마가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른다.
연탄불을 갈 던 그 시절에 고생많았던 우리의 엄마들.
뜨끈한 온돌에 누워 간식거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한옥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남과 인연들은 단단하게 묶여 지내게 될 것이다.

힘들다고 해도 뭐니뭐니해도 한옥은 우리 정서의 힘인 끈끈한 유대관계의 문화가 대표적인다. 대가족이 모여 살던 한옥 유진하우스에서는 마당으로 나가려면 툇마루를 거치고 신발을 신고 마당을 걷는다.
빠르고 변화하는 것을 원하는 시대에서 조금은 천천히 여유로운 한옥에서의 느긋한 생활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될 것이다.

유진이가 부러웠지만 딱 한가지 마음 아픈 문단이 있었다.
바로 이별을 연습하는 어린 아이의 서툰 감정들이다.
이제는 익숙해질 나이가 되었을테지만
세계 여행을 집에서 하는 만큼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한다는 것을 일찍 터득했을 유진이의 마음을 감싸주고 싶다.

"유진이는 이렇게 수많은이별을 해왔다. 이별에 면역이 생겨 조금 익숙할 때가 되었건만, 이별 앞에서는 늘 처음처럼 서툴다.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슬픔 사이를 오가면 짧고 긴 여행을 하고 산다."

특별한 여행을 누리는 유진하우스에 녹아든 이야기들로 읽는 동안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기분도 들고 온돌에 누운 것처럼 마음이 뜨끈해졌다.
서울 성곽길을 따라올라가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이나 이틀밤을 종종 지내고 올 걸 그랬나 싶다.
아는만큼 보인다는데 정말 내가 아는 것은 너무나 작은 하늘뿐!!
그 하늘을 나의 딸이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담북스 서포터즈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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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 2020-08-1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옛날 추억들이 많이 떠오르기도 하지요. 한옥에서의 삶은 우리것이 녹아 있어서 더욱 그런듯합니다. 이렇게 많은 책을 읽고 계시는군요!! 서평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