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대장장이를 꿈꾸는 도련님과 신이 되고 싶은 겁장이 요괴"
1.배경
고구려 제 15대 왕인 미천왕이 재위 중인 시기로 그 중 313년~319년 사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시기의 백성들은 생애에 2-3번은 전쟁을 겪은 경험을 가질 정도로 북쪽의 오랑캐 및 백제, 신라 등과의 충돌이 많았다.
삼국 중 철기 기술이 가장 발전하여 대장장이의 위신이 높았으며, 대장장이의 신인 야철신을 숭상하여 벽화를 그렸으며, 다양한 신들을 위한 사당이 존재하는 무속 신앙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야기에 나오는 전쟁은 중국 선비족(鮮卑族)의 일파인 모용부(慕容部)와 고구려 간에 실제로 존재하였던 사건으로 고구려의 패배로 기록되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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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장인물 <사람>
최정진(14), 건장하고 무기를 잘 다루는 아버지와는 달리 약하고 겁 많은 선비 형으로, 서책을 읽는 재미로 살았다. 그러나 잘나가던 것도 잠시, 11살에 아버지가 모함으로 귀족 지위를 잃고 가산을 빼앗긴 후 초가집으로 이사했다.
겁이 많고 여리지만, 자신의 처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성격을 지녔다. 품을 팔아야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어도 좌절하지 않으며, 복수보다는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장간에 들어가 공짜로 밥을 먹고, 월급도 타게 되자 매우 기뻐하며 나아가 고구려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고자하는 희망을 품는다.
더불어 그는 남들이 모르는 특기가 한 가지 있다. 10살 무렵에 마마를 무섭게 앓아 죽을 처지에 놓였다가 살아난 후로 도깨비 등의 각종 요괴들이 사람들처럼 일상 속에서 보인다.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고, 보며 느낄 수 있다.
최무신(40), 정진의 아버지. 대장군을 역임한 무관이나 전쟁에서 패한 후 모함을 받았다. 삭탈관직 후 모진 고초로 깊은 병환을 얻었다. 정진을 믿어주는 성격으로 지혜가 많고 심지가 곧은 사람이다.
신 씨(36), 정진의 어머니. 귀족의 여식으로 고된 품팔이 생활을 하다가 급사했다.
대행수(40), 최무선이 목숨을 구해준 인연이 있어 그의 아들을 대장간에 취직시켜 주었다. 중요한 일이 생기면 최무선을 찾아가 의논한다.
무기직공(53), 20년 이상 대장간 일에 몸담았다. 현재 고구려의 실력자로 알려져 있는 직공이다. 정진에게 애정이 있으나 겉으로 표현을 안한다.
농기구직공(48) 무기직공과 더불어 대장간의 이름난 직공이다. 과묵한 성격으로 대화가 거의 없다.
떡보(22), 대장간 견습생 3년차로, 서열은 끝에서 두 번째다. 심성이 착하기는 하나 막내 정진을 부려먹는다.
오월이(14), 정진에게 마음이 있는 대장간 부엌대기로 정진을 대신하여 그의 아버지에게 식사를 챙겨주기도 한다.
법사(45), 수많은 요괴들을 사역하는 도가 높은 법승. 최초의 마음과는 달리 점차 요괴를 부리는 힘에 빠져 금단의 일을 저지른다.
도승(40), 모용부에서 사신들과 함께 고구려를 방문한 인물. 과거 요괴였으나 오랜 세월을 살면서 삶에 대한 생각의 변화로 불교에 귀의하였다.
예지(15) 벼랑 밑의 오두막 집에 사는 아가씨. 아버지의 요력을 약간 받았으나 특별한 능력은 없다. 요괴와의 싸움에서 병을 얻고 깊은 잠에 빠진 아버지를 간호하며 산다. 아버지가 남겨놓은 서책들을 보며 연구와 정진을 거듭해 결계나 진에 대해 지식이 있다. 또한 요괴들에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
기타: 의원, 농기구 직공, 마을 주민, 하인, 장군, 병사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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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등장인물 <요괴>
새지. 팔색조라는 요괴의 새끼. 일생 동안 2번의 대변신을 한다. 첫 번째 변신에서는 팔색조가 된다. 마지막 변신의 결과는 알려져 있지 않다. 팔색조는 햇빛을 받으면 수만 가지의 색이 나타난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며, 팔색조의 고기는 온 세상을 통틀어 가장 맛있다. 또한 완전한 능력을 갖추면 주작, 현무, 백호, 청룡의 사신들보다도 월등한 존재이다.
그러나 새지는 마음이 여리고 겁이 많으며, 팔색조로 변신할 때의 고통을 참지 못하여 기절을 하는 문제가 있어, 그를 태어나게 해준 사람으로부터 버림 받았다.
마루. 능력이 부족한 하급의 요괴. 진과 결계에 관심이 많아 항상 공부를 하는 스타일. 조용하고 생각이 깊은 성격이나 체력이 매우 떨어져 싸움에서는 불리하다. 요괴로 태어난 이상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천주. 물의 신인 하백의 동자. 막 세상에 나온 새지를 괴롭히며 잡아먹으려고 한다.
화소이. 불 속에 사는 요괴들. 물을 두려워하며 물이 닿으면 고통스럽다.
도깨비. 정진이 아파 누워있을 때 먹으려고 했으나 실패한 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비소. 법사가 구해준 후, 그를 주인으로 모시는 요괴로 상급 능력을 지녔다.
사신. 주작, 현무, 백호, 청룡을 말하는 것으로 동명왕의 무덤을 지키며 사악한 무리를 벌하는 최상의 요괴이다. 이들 중 현무가 가장 인간에 가까운 심성을 지녔다.
죽음의 요괴. 죽음을 따라다니며 시체를 먹는다. 사람이 죽는 곳에는 반드시 나타난다.
숲 속의 요괴. 선비들처럼 부채질을 하며 유유자적하는 성격의 요괴로, 몇 백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 인간보다 더 생각이 깊다. 인간과 요괴의 사이가 벌어진 것을 안타까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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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야철신(1)
대장간 일을 하기 시작한지 몇 달 밖에 안 되어 나는 이곳의 막내다. 내 일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말은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하루가 500시간이어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
[어~이, 물이 비었다, 빨리 새로 부어!]
[야~, 나무 더 가져와]
[네~곧 가져갈게요!]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말들에 일단 대답부터 하고 뛴다. 내 이름은 바를 정, 보배 진, 최정진이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어이] 내지는 [야]가 대부분이며, 그나마 좀 나은 게 [꼬마]다. 아, 물론 행수님은 [정진아]라고 해주시는 유일한 분이다. 그 분 덕분에 들어왔으니 나를 뭐라고 부르든 괜찮은데 오히려 제대로 말씀하시니 참 기분 묘하다.
바가지로 얼른 빈 물통에 한가득 물을 채우고서 물레방아 뒤쪽에 쌓여있는 나무토막을 들을 수 있는 만큼 가득 들고 뛰어왔다. 눈짓에 따라 나무를 화롯가에 두고는 한숨을 쉬며 싸리 빗자루를 들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은 정해져 있다. 물 길어다 통에 채우기, 나무 가져다주기, 바닥 쓸기, 밤에 불 지키기. 이것들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불을 지키는 일이다. 대장간에서 불이란 귀족집의 아궁이 불씨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는 살다보면 불씨가 꺼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지만, 여기서는 절대로, 절대로 있으면 안 된다. 일단 불이 꺼지고 나면 화로를 다시 데우는데 반나절은 꼬박 걸리는 고로, 그런 일이 생기면 쫓겨날 수도 있다. 하여 요즘은 나랑 3년 선배 떡보가 하루씩 번갈아 밤을 새며 지킨다.
[뒷간 다녀올 동안에 불 좀 봐라]
[네에..]
화로 옆에 앉아 불길을 살피던 떡보가 갑자기 소피가 급하다며 바지춤을 잡고는 나를 불렀다. 바닥에 흩어진 철 부스러기들을 쓸어 모으다가 잽싸게 달려갔다. 요즘은 춘절이 다가오는 시기라 겨울이 다 끝나가는 길목이기는 하나, 어쨌든 아직은 겨울이다 보니 따뜻한 불 옆에 갈 일이 생기는 게 너무 좋다. 불은 화로 안에서 붉게 타오른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날름날름 혓바닥을 보이는 개처럼 춤을 춘다. 얇은 홑저고리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굳은 몸을 푸는데 불씨가 팅긴다. 자세히 보니 불씨라고 생각했던 것은 화소이들이다. 작은 화소이는 불 속에서 종종 보이는 요괴다. 만세를 부르듯이 손을 번쩍 들어도 내 무릎보다 키가 작으며, 팔과 다리가 뭉퉁뭉퉁해서 초보 목수가 대충 깎아놓은 상다리 같다.
오늘은 불길이 좀 센 편인지 화소이가 5마리나 보인다. 눈은 이미 한 참 전에 내리깔아 그들을 쳐다보지 않지만, 귀를 기울여 동태를 살핀다. 그들은 내가 볼 수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인지 꽤나 야단스럽게 통통 뛰어다니며 자기네들 끼리 떠들었다.
[삼일 뒤 밤이지?]
[응. 갈 거야?]
[술은 안 마셔도 싸움은 꼭 봐야지. 진짜 장관일 거야!]
[가자!]
[가자!]
[가자!]
그들은 합창을 하듯이 똑같은 말을 외쳤다. 다만 시간차가 있어서 메아리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