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아까 같이 이야기하던 남자도 보였다. 그는 입에 손가락을 대고 말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승님은 입에서 손을 떼셨다. 

[뭐야, 너희들?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 

프릭스들이 들어있는 방 앞에 도착한 누군가가 거칠게 소리를 지렀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여러번 들어 익숙해 누군지 이내 알았다. 그는 잠에서 깨어 뛰어 온 것에 짜증이 난 듯 발로 문을 여러 번 걷어찼다. 프릭스들의 비명이 문을 넘어 복도에 메아리쳤다. 나는 그들을 달래며 최대한 조용히 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은 차츰 흥분을 가라앉히며 나에게 꺼내달라고 애원하는 말을 했다. 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자꾸 이러면 너희들부터 처리해버린다!] 

프릭스들이 마침내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자신의 협박 때문에 그들이 조용해졌다고 생각하는지 매우 만족스러운 신음소리를 낸 후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차 안에 있으라고 했을텐데..]
[그러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프릭스들을 어떻게 했기에, 갑자기 흥분한건가요?] 

옆에서 나를 쳐다보던 남자가 물었다.  

[그냥...다가갔더니..] 

그는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내 이리저리 돌리며 소리를 들으려고 귀에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지하라 잡히지가 않습니다] 

스승님은 그에게 나를 데리고 먼저 빠져나가서 상황을 알리라고 명령했다. 

[같이 안가요?]
[좀 더 확인할 것이 있어. 바로 따라갈 테니 이번엔 꼭 차 안에 있어라] 

스승님은 갑자기 나를 안아주셨다. 그리고는 내 체취를 기억하려는 것처럼 목에 코를 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자, 명령을 받은 남자가 바로 내 팔을 잡아당겨 나는 어쩔 수 없이 먼저 방에서 나왔다. 문이 닫히기 전에 스승님과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이내 더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나는 남자의 뒤를 따라 걸어왔던 복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뒷모습은 긴장한 듯 어깨가 잔뜩 올라가있고 자주 양 옆을 확인하려는 듯 멈춰 섰다. 아까 본 말뚝 박힌 뱀파이어가 있는 방에 가까이 왔을 때 뒤에서 섬뜩한 비명 소리와 복도를 울리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곧바로 그 방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갈색 머리 뱀파이어가 뛰어나왔다. 그는 우리를 본 순간 바로 달려들었지만, 나와 함께 나온 남자가 한 발 빨리 움직여 그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 그는 문 쪽으로 날아가 모서리에 머리를 찧으면서 바닥에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그의 상태를 확인한 남자는 나를 들어 올려 어깨에 들쳐 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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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2011-02-14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느새 연재 1년입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꿈 읽기 2011-02-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무 재미있게 또 즐겁게 잘 읽고 있습니다.
독자의 욕심으로야 연재가 빨리빨리 올라와 주면 고맙겠지만..쓰시는 분은 힘드시겠지요?.. 올 겨울 너무 혹독하여 잔뜩 움추렸었는데 다행이 오늘 풀리네요..건강 조심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