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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야철신(5)
[너 왜 여기 있는 거야?]
[생명의 은인이신 도련님께 의탁하려고요. 다른 반찬 좀 가져다 드릴까요? 저기~저 놈이 먹는 게 좋아 보이네요]
새머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무기 직공의 밥상이다. 나야 짠지 하나로 밥 먹는 게 다지만, 그 정도의 지위면 최소한 3가지 찬은 가능하다. 내가 뭐랄 사이도 없이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새머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찬 그릇 하나를 공중에 띄웠다.
[으아아악~]
반찬을 집으려던 무기 직공이 뒤로 넘어가며 비명을 질렀다. 다들 밥 수저를 내팽개치고 도망간다. 아주 잠깐의 순간에 대장간에 딸린 부엌이 휑해졌다. 나는 얼른 쫓아가 새머리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찬 그릇도 붙들었다.
[오오~역시 도련님! 재주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새머리는 머리통이 작아서 그런 건지 도무지 눈치란 게 없다.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벌린 건지 생각도 안 하고 내 손에 있는 찬 그릇에만 정신을 쏟는다.
[사람들 앞에서 그런 짓을 하면 어떡해!]
[그 놈만 반찬을 맛있는 걸 먹으니까 그렇죠. 도련님은 그런 거나 드시고..공평하지 않잖아요]
[공평은 무슨..난 원래 그렇게 먹어! 하여간 너 다시는 이러지 마라. 아니...너 빨리 가라!]
열심히 도리질을 치는 새머리. 그 때쯤에 부엌문이 빠끔히 열리며 떡보의 얼굴이 나타났다.
[어이~, 괜찮냐?]
[네. 들어오세요]
떡보가 주변을 한 번 살펴본 뒤에 들어섰다. 그 뒤로 짚에 엮인 굴비처럼 나머지도 한 명씩 따라온다. 쭈뻣쭈뻣 자신의 자리에 앉아 밥을 입에 쑤셔 넣는다. 빨리 먹고 일어서려는 것이리라.
[너는 귀신이 안 무서워?]
떡보가 소곤소곤 물어본다. 무기 직공은 밥 먹을 때 말하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 아무 것도 못 봤어요. 다들 갑자기 뛰쳐나가서 오히려 놀랐다고요]
[그래?]
고개를 갸웃하던 떡보는 나머지 몇 수저 남은 밥을 대충 먹고는 대장간으로 가버렸다. 그 동안에도 나는 손에 든 새머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도련님~숨이 막힙니다요. 이러다 죽겠습니다]
[요괴 주제에 내 손에 죽으면 넌 사람만도 못한 거지]
[천주를 물리치신 도련님이신데, 저를 죽이시는 건 일도 아닐거라구요]
[천주? 그게 뭐야?]
새머리의 설명에 따르면 물을 관장하는 하백의 동자라고 한다. 하백이라면 동명왕의 할아버지였던 거 같은데...맞나? 그 왜 우리나라를 세웠다는 동명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