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떻게 살아난 건가요?] 

저녁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 집 뒤의 회색빛 숲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머리를 뒤로 한 채 서 있는데, 스승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희한한 것은 두 번 째 삶을 시작한 후부터 청각이 놀라울 만큼 뛰어나졌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500미터까지 들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 3배쯤 까지 가능하다. 그래서 스승님이 현관문을 열고 이곳으로 걸어오는 걸 미리 알 수 있었다. 

[전 분명히 죽었어요. 제 스스로 죽음을 느꼈으니까..] 

스승님은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셨다. 

[그래, 넌 죽었지.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넌 죽은 상태였어] 

[그런데..어떻게?]
[나는 힘이 있다. 죽은 뱀파이어를 살려낼 수 있는 힘] 

나는 달을 쳐다보던 눈길을 돌려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그의 얼굴은 두려움과 괴로움을 담고 나를 탐색하듯 응시했다. 그는 지금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게 틀림없다. 나는 머리 속으로 그가 이 세상에 몇 명 밖에 없다는 초대 뱀파이어인지 물었다. 그는 천천히 끄덕였다. 

[스승님은..저에게 많은 걸 숨기셨군요. 하지만 괜찮아요. 앞으로 또 무엇을 알게 되던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없을 테니까..]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비록 심장은 터져나갈 것처럼 아프게 움직였지만, 그것을 들켜 스승님의 죄책감이 깊어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힘들고 괴로운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괴물 같지 않니?] 

나는 발끝을 들어 스승님의 목을 감싸 안으며 몸을 기댔다. 조심스럽게 내 허리에 팔을 두르는 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저도 괴물이에요. 두 번이나 살아난 데다 마타잖아요. 다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절대로 허락 없이 내 마음을 읽지 마세요. 그랬다가는..] 

나는 발로 그의 정강이를 살짝 걷어찼다. 워낙 단단해 조금도 달라질 건 없지만, 그는 온 몸으로 움찔했다.

[시영아, 너 한테만은 자꾸만 그 힘이 쓰고 싶어진다.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원하는지, 싫어하는지..모든 걸 알고 싶어져서..] 

내 목에 머리를 뭍은 스승님이 모기만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문득 회색빛 숲이 흔들리는 것 같이 느껴져 눈을 들었더니 그 어둠 속에 프릭스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머릿속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조만간 동맹 문제로 만나러 가겠다는 말도 함께 보냈다. 

나는 스승님에게서 떨어져 나와 그의 손을 잡았다.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면서 기웅이와 한 때 스승님이 사랑했다는 다른 마타에 대해 생각했다. 또한 그레고리에게 진 빚과 그가 무엇을 요구할지, 그리고 그가 왜 그 저택에 있었는지도. 짐승처럼 행동하는 뱀파이어들이 왜 지하에 같혀 있었는지,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이제 나의 두 번째 삶이 좀 더 복잡해졌음을 느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약간은 겁이 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두근거리는 일은 스승님의 비밀을 자세히 알아낼 계획을 짜는 것이다. 나는 밝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왜?]
[사랑한다는 말 정말 안 할거에요?] 

그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마침내 조그맣게 사랑한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나를 번쩍 안고 현관문을 넘어갔다. 우리의 뒤에서 문이 조용히 닫혔다.

----------------1부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2부에서는 두번째 삶을 시작하는 뱀파이어 시영이의 새로운 모습과 더 복잡하게 얽혀가는 뱀파이어들간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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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읽기 2011-05-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죽음으로 지켜낸 사랑이 빛이 나기를....
2부를 기대해 볼까요..
현진님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네요

최현진 2011-05-03 08:29   좋아요 0 | URL
1부가 생각보다 길었어요...
2부도 거의 그만큼 될거라고 예상은 하는데..

앞으로도 열심히 쓸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알비 2012-07-0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첨부터 끝까지 쭉읽었어요오늘...
나도모르게 빠져들어서 시간가는줄 몰랐네요 ^^*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 기대할게용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