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야철신(4)  

 

  바닥을 딩굴던 새머리가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다리를 물었다. 말머리가 춤을 추듯이 다리를 흔든다. 오른쪽 왼쪽으로 휘젓는데도 끈질기게 붙어있다. 역시 요괴든 사람이든 쓸모없는 건 없는 법이다. 말머리의 주의가 분산되자 이때다싶어 급소를 발로 찼다.

[으으으윽..흐흐윽..]

  말머리는 나를 놓치면서 뒤로 나동그라졌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딩굴거리며 노랜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낸다.

[너..너 이놈~]

  말머리가 딩구는 와중에도 나를 노려보며 손을 뻗었다. 순간 땅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들어 급소를 한 번 더 찔렀다.

[아아아악~]

  말머리는 박통만한 입을 더 크게 벌리며 죽을 것처럼 와들와들 데다 쏜살같이 도망갔다. 놀랍게도 그저 보기만 하는 게 전부였던 내가 요괴를 이긴 것이다.

[도련님, 감사합니다]

  발이 간지러워 내려다보니 새머리가 발 등에 올라와 통통 뛴다. 도련님이란 말은 너무 쑥스러웠다. 고작해야 심부름꾼인 것을..

[다친 데는 없니?] 

[네, 도련님, 괜찮습니다]
[다행이다. 조심해라]

  발을 들자 새머리가 내려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어느새 서쪽으로 좀 움직인 것이 생각보다 지체한 것 같았다. 이러다가는 점심도 없겠다 싶어 전속력으로 뛰었다. 나 같은 막내는 늦으면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 다들 한번에 4-5번씩은 밥을 가져다 먹는데 순서에 늦으면 남은 게 없다. 세상에서 밥 못 먹는 일 만큼 괴로운 것도 없는 법이다. 차라리 잠을 안자고 말지...그리고 혹시라도 반찬이 남으면 살짝 싸가야 한다. 자리 보전한지 오래되신 아버지의 저녁 때문이다.

[아아..다행이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 보니 아직 밥을 먹는 중이었다. 내 몫의 보리밥을 주걱으로 담았다. 입맛이 없으니 물에 말아 먹으려고 큰 그릇에 담아 구석에 앉았다.

[물 말아 드시면 빨리 배고파져서 안 돼요, 도련님. 배 속에서 퉁퉁 불어버리거든요]

  한 숟가락을 막 입에 넣는 찰나에 주머니에서 소리가 들렸다. 입에 밥 수저를 문채로 들여다보니 아까 그 새머리다. 뒷골이 뻑뻑해졌다.

[니가 왜...]

  새머리는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요괴가 미소를 지으니 좀 이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웃고 있다. 게다가 넉살도 좋다. 물 말아 먹지 말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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