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상대로 숨을 쉬지 않았다. 뱀파이어가 되면 모든 걸 새로 배워야 하는데, 그 속엔 당연히 숨쉬기도 있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공기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만약 수영장에라도 간다면 숨을 안 쉬는 모습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겠는가. (스승님은 내가 연습 끝냈다고 했더니 수영장 물속으로 던져 버리셨다, 얼마 뒤에 물 위로 공기방울이 뽀글거리자 그제야 인정해주셨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내쉬고 들이쉬기가 될 때까지 무한 연습을 한다. 나처럼 약간 비리비리하고 능력이 부족한 뱀파이어는 일주일이 넘도록 걸리고, 천재성이 있는 경우는 1분? 1시간? 하여간 그 정도면 마스터한다. 

[이봐요? 내 말 들려요?] 

그녀가 숨을 쉬지도 않고 움직임도 없는 건 분명하지만, 만약 뱀파이어로 변신이 된 것이라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초창기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청각이 제일 빨리 돌아왔으니까. 

[나도 당신처럼 뱀파이어에요. 내 목소리가 들리면 손가락 끝을 움직여봐요] 

1분..2분..손가락은커녕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갸웃하는데 밖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는 좀 멀듯 하지만 분명 남자의 목소리다. 순간 나는 그녀의 등 쪽으로 두 팔을 밀어 넣고 들어올렸다. 문 쪽으로 다가가 다시 한 번 목소리와의 거리를 가늠해본 뒤 닫았던 문을 발끝으로 열고 나왔다. 내가 들어왔던 벽돌문을 향해 걸어가는 만큼 그 목소리도 가까이 다가와 거리가 조금씩 좁혀져는 게 느껴졌다. 남자는 둘...혹은 셋인데, 나머지 한 명의 느낌이 순수한 뱀파이어 같지 않았다. 반인반뱀이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종류인 듯한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에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끝이 없는 듯한 복도를 살금살금 걸어가면서 나는 왜 이 여자를 데리고 나왔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혼자 도망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갈수록 무겁게 느껴지는, 게다가 뱀파이어가 된 건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그런 여자를... 

[아마도 그녀에게서 너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서..아닐까?] 

머릿속으로 기웅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내 생각을 읽고 답을 찾아준 것이다. 평소 같으면 허락 없이 들여다봤다고 화를 낼 테지만, 지금은 그 말이 망치처럼 후두부를 강타했다. 그 충격은 곧 내 몸 전체를 부르르떨리게 만들었고 더이상의 고민없이 그 여자를 등쪽으로 돌려 업었다. 몸을 돌리는 순간, 희미한 소리들은 어느새 지척에서 느껴져, 제발 그들이 그냥 지나치기를 기도했다.

츠르르르..츠르르르... 

땅에 질질 끌리는 듯한 발자국 소리가 점점 느려지며 뭔가 탐색하는 듯한 느낌이 들자, 내 희망은 공중으로 흩어지듯 무너져버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한후 그녀를 다시 한번 고쳐 안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가까운 방의 문을 연 후, 그들의 실루엣이 옅은 불빛을 배경으로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안으로 다시 숨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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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 2012-07-02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앗 ㅜㅜ 이것으로... 끝인가요.ㅋ.ㅋㅋㅋ
아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