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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의 특별한 뉴스 브리핑 -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법
김한규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1월
평점 :
'법이라는 것은 참 어렵고 법을 해설해 놓은 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라는 이인복 전 대법관의 말이 실감난다. 빼어난 실력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나 여전히
어렵다. 사건에 대한 소개에는 쉽게 흥미를 느끼나 적용과 법조항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면
이내 한계를 느낀다. 대학 시절 은사님이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일 많이
꼬아 놓은 문제를 풀은 사람'이라고 하셨던 말이 떠오를 정도로 법해석은 낱말 하나 단어 하나를 비비 꼬아 놓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것은 저자가 소개하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던 것들이라는 것인데 이마저도 어렵긴 매 한가지다.
책의 내용 중 유독 자주 사용되는 단어 하나가 있다. '타인의'라는 단어이다. 사람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라는 대전제를 마주하지만 '타인의'라는
단어는 여전히 '왜?'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나 나역시도 누군가에게는 '타인'이 된다는
사실에 빠른 수긍을 했다.사실 법은 그 자체로 사람에게 장애물이 되기도 하고,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법이 사람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실제로 대부분의 약자들은 '법'이라는 소리만으로도 위축된다) 법은 사람을 위한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I can't remember that for back'이 어떻게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번역되어 자막화되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한동안 인터넷을 시끄럽게 하며 다시금 '위안부 문제'에 공론화를 일으켰던 부분에 대해 다루는 장은 위안부를 예로 들며 성매매와 감금, 유인에 대한 현실적
접근을 보인다. 또한 늘 직장생활과 육아에 대한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살아야 하는 워킹맘
부당해고를 다룬 면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자 앞으로도 무수히 발생할 가능성이 큰 사건이라
더 관심이 갔다. 지방노동위원회(기각)와 중앙노동위원회(부당해고)의 판단이 다르고 행정법원(부당해고)과 고등법원(부당해고가 아니다)의 판단이 달라 사실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지만 기존의 업무관행을 고려하면 워킹맘에 대한 배려가 무엇인가 특혜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일견 일리는 있다. 이와같이 동일한 사안을 놓고도 보는 관점과 입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역시 법은 어렵다.
저자가 마지막 칼럼에서 이야기하는 '법의 지배는 정의로운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원칙적으로 정의롭다고 정의하는 법의 지배는 사실상 법으로부터의 소외와 보호받아야할 소수가 발생하는 맹점을 지닌다. 플라톤이 우매한 대중에 의한 민주주의를 경계하는 차원에서 제안한
법의 지배는 태생부터가 불합리하다. 법의 지배는 당시 민주주의에 대한 제약으로 시작된것이다. 법의 지배에는 절차적 합리성뿐 아니라 정의 또는 도덕적 원리들, 즉 결과(내용)의 정당성이
필요하며 이것이 충족될때 '법의 준수가 곧 정의구현'이라는 명제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준법경영,
준법감시등으로 해석되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그 속내등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우리끼리 이야긴데...'라고 무심결에 했던 뒷담화들이 여러사람에게 공
공연하게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기에 모욕죄가 성립된다는 사실과, 변호사들의 꿈이라는 로펌 변호사와 로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꽤나 흥미로웠다.
이 책은 늘상 접하는 언론보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바른 견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것과
약자의 편에 서려는 저자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