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강릉시 교동 강릉상고(지금은 강릉제일고등학교일거다) 고개 마루가 그런것 처럼 저자에게는
'공릉동'이 그런것 같다. 내게 그 고개 마루가 국민학교(초등학교라고 하면 뭔가 이상하다)부터
중학교까지 9년의 추억이 담긴 곳이라면 저자에게 공릉동은 사랑하는 아내와의 추억과 아픔이
그대로 공존하는 공간이다.
절절함이 묻어 난다. 구석구석 함께한 추억들과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저자의 글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죽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눈물 꽃'에서 '이별이었다, 고마웠다, 깊었다, 익사했다'라는
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얼마나 간절했는지가 그대로 느껴진다. 책의 말미에 발문을 쓴
소설가 정종명은 이에 대해 남편이 아내를 여의고 애도하며 지은 시, '도망시(悼亡詩)라고 하며
저자의 아내에게 바치는 최고의 헌사를 기린다. 도종환 시인이 '접시꽃 당신'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라고 했던 것처럼
저자는 떠나보낸 아내를 그리워 한다. 그랬던 그가 어느새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찾았다. 어느것 하나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공릉동'이다.
공릉동은 나에게도 익숙하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 근처의 교회를 다녔기에 그 주변의
거리가 익숙하다. 저자가 말하는 에이스 모텔도, 폐선로도, 산업대학도, 공릉역도, 공릉동 동사무소도,
뿐인가 우중에 저자가 달려간 강진의 백련사도, 많은 추억과 아쉬움이 남은 안목해변도 통갈치 조림이
맛있는 탑동 앞바다도 나에겐 익숙하다. 예전에 기차가 다닐 때의 그 풍취는 없지만 철길 공원으로
꾸며 놓은 공릉동의 구석 구석이 제법 예쁘다. 철길 공원 주변으로 자리한 맛집을 보물 찾기 하듯 찾
아내는 맛도 쏠쏠하다. 한가지 아쉽다면 공릉시장 이야기가 한 대목 있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공릉역에서 감겼던 눈을 번쩍 뜨고 내릴 떠난 사랑을 그리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