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묘하게 감시자본 주의와 연결된다. 이는 '극단적 무관심 radical
indifference' 때문이며 자본주의 감시 체제를 '빅 아더 Big other'라고
칭한다. 즉 '극단적 관심'을 통해 타인을 세뇌시키고, 훈육하고, 강제하여
'자기 편' 혹은 '빅 브라더'로 흡수시키려는 빅 브라더 체제와는 달리,
감시자본주의 체제는 '무관심'의 논리를 내세워 인간을 '타자화 otherize'
한다. 빅 브라더가 극단적 뜨거움이라면 '빅 아더'는 극단적 차가움이다.
빅 아더의 관점에서 우리는 오로지 다른 개체, 행동하는 유기체일 뿐이다.
크건 작건, 약하건 선하건, 여기에 브라더는 없다. 화목한 가족이건,
지겨운 가족이건, 가족의 인연 따위도 없다. 인간을 부단히 '타자화'
시키고, 빅 아더와 타자화된 인간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성도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인간 자체보다 오로지 데이터화 할 수 있는 인간의
행동패턴이 중요한데, 주보프는 인간을 마치 상아만 빼앗기고 죽임을
당해 버려지는 코끼리에 비유했다. 섬뜩하다. 그러나 이미 이것은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