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충분하다. 백성을 버리고 도망쳐 버린 임금,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나라를 팽개쳐 버린 신하들, 여기에 빌붙어 기생하는 장수들이
존재했고 백성과 군사들의 심지어 의병들에게 조차 절대 신망을 받는
이순신. 이 정도면 반란의 명분은 충분하다. 오히려 역성 혁명의 굴레를
지닌 패주의 입장에서 이순신은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존재였을 것이고
그를 두둔하고 아끼는 무리들의 모습에서 '역모'를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변에서 조선을 바로 세우자며 역모를 제안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이순신, 그의 양자 김충선의 '왜 아직도 왕에게 충성하냐는'
절규와도 같은 물음에 묵묵부답인 이순신에게서 간음한 여인을 당시의
율법대로 돌로 칠 것을 주장하는 무리들 앞에 묵묵히 바닥에 무언가 적어
가던 예수의 침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