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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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탈하지만 정갈했고 대쪽 같지만 따뜻했던 박완서님을 기억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특유의 전개와 단어 선택은 이미 삼십여년이

지난 글들임에도 여전히 독특하고 탁월하다. 마음 깊이 전해지는 일상에서

끄집어 낸 작가의 감정이 그대로 뭍어 있는 글들은 지금은 우리 곁에

안계시지만 마치 옆에서 책을 읽어주는 묘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다.



이 책 1977년 초판 당시의 제목은 '꼴지에게 보내는 갈채'다. 모두가 일등에

열광할 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꼴지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을 하는 모습을 그려내는데 지금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깊은 생각이 담겨 있다. 사실 나도 마라톤의 거의 마지막에 골인 하는

선수들을 직접 본적이 없다. 그저 순위에 드는 이들만 관심을 갖고 박수를

보냈던것 같다. 작가의 마음에서 배려와 따뜻함이 느껴진다. 수없이 많은

꼴지들에게 '그래도 난 여전히 널 응원해'라고 말해 주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말 맛있는 김치를 받으면 썰 시간도 없이 그냥 주욱 찢어서 밥 위에 올려

놓고 먹으면 그 맛이 그만이다. 작가는 이때의 감정을 '아귀아귀'라는 부사로

표현한다. 비위가 상해 식사를 못했다는 과거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리고 박경리 선생이 보내준 맛있는 김치를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에 딱

어울리는 단어 '아귀아귀', 역시 박완서 작가답다. 그렇게 박경리 선생을

기억하는 저자 역시 호원숙 작가에 의하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미출간 작품인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 중) 또한 엄마로서의 작가는

아이에게 과중한 숙제를 할 때엔 오히려 숙제를 좀 덜 하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으라고 하고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고 집과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특유의 진솔함과 명쾌함이 가득한 이 책은 시골집에서 마주하는 어머니의

밥상과 같다. 따뜻하고 푸짐하며 소박하고 정성스러워 맛있게 읽힌다.

오래도록 간직하며 어딘가로 사라진 싱아를 찾듯이 순간순간 어릴적

추억을 끄집어 내며 기억할 그런 책이다. 읽는 내내 긴 추억 여행을 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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