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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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도 글이 얼마 없다. 산문집이라기엔 시집에 가까웠다. 지금 내 마음 같았다. 노곤함. 지침.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 버티는 삶에서 가끔 그래도 괜찮다고 나를 위로해 주는 내용이었다. 제목 중에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엄마가 아이 장난감을 망가뜨렸다. 생일 선물로 받은 분홍색 멜로디 자동차. 참 스스로 한심했다. 그까짓 자동차로 화를 내면 안 되는 거였는데, 왜 그랬는지 후회하는 나. 그렇게 글과 난 우연히 만났다. 저자가 만난 어른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통 많은 사람은 저자 나이를 물어본 뒤 부러움 섞인 말을 내뱉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좋을 때다.’, ‘내가 당신 나이였을 때는 잘났다.’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반응이 아니었던 어른이 있었다고 한다. 그저 나이 먹음을 인정하며 시간과 함께 즐기는 어른.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148)
저자는 그 어른을 존경한다. 반전이 있다. 그렇지만 자신은 후회하며 그렇게 지낼 거라는 자책으로 글을 끝마친다.
이제 곧 나는 아이 셋 엄마가 된다. 과연 그러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아마도 나는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나 또한 최선을 다하지만 그렇다고 후회를 안 하고 살 자신은 없다.

엉엉 울고 싶은 날에는 그냥 한 번 그렇게 울고 싶다. 아이가 나를 너무 큰 어른으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가끔 실수도 하고 화도 내고 오해도 하는. 엄마도 울고 웃고 화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너희가 크듯이 엄마도 아직 크는 중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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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7-09-01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저 세상을 배워가고 있을 뿐... 어른이라는 것이 완벽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찌 보면 아이가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말 그대로 아이가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일 테니까요... 단지 꼬마 신랑.. 꼬마 신부.. 그런 나이가 어리다는 개념을 떠나서...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배워가는 과정에서 후회하고 깨닫고 성장하지 않으면... 그대로 멈춰 있을 테니까요...

책한엄마 2017-09-01 18:03   좋아요 1 | URL
김영성님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요.우린 어쩌면 모두 어른이기 보다 배우는 사람 위치가 더 나은게 아닌가 싶어요.아직 저는 감정에 휩싸이고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인데 ˝어른˝이라는 무게까지 감당하기는 싫더라고요.그저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오거서 2017-09-04 0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태어나서 계속해서 크면서 살아간다는 생각입니다.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느라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디게 크는 것 같구요. 그래서 크지 않는다는 것은 곧 생명력이 소진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책한엄마 2017-09-04 11:20   좋아요 2 | URL
크지 않는다는 건 생명력이 소진된다!!으아-저는 거기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네요.
그래서인지 어른이라는 무게가 제게 너무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제발 무디게 크지 않고 아이와 같이 크는 사람이 됐음 좋겠어요.그런데 애들 크는 속도를 보면 도저히..못 따라잡겠어요.ㅜㅜ그게 세월이 주는 무게인가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4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을 내요, 꿀꿀이 님 !

책한엄마 2017-09-04 11: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곰발님!!^^*
 
나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다 - 대화, 듣는 것이 사람을 살린다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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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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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7-08-30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책한엄마 2017-08-30 20:24   좋아요 1 | URL
저도요.ㅜㅜ
그런데 나쁜 예에 많이 찔리더라고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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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간단한 문체, 스피디한 전개, 판타지지만 로맨스.
시공간을 초월하고 생과 죽음이 껴 있는 스토리.
기욤 뮈소 소설의 특색이다.

물론 이 책도 그 틀에서 조금도 떠나가지 않는다.
다만 이 소설에는 변호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잠깐 나오는 형사와 의사.
엘리엇 일리나 메트 이렇게 셋이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간다.

간단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
막 속으로 끓어오르는 감성적 무엇을 줄 수는 없지만
맘 따뜻한 로멘틱 코미디 영화 한 편 본 것같은 은은한 기분좋음을 선사하는 소설이다.

일리나는 곧 서른 살이 된다. 아직 외모는 눈이 부실 정도였고, 그녀가 사는 곳은 플로리다였다. 늘 주변에 남자들이 기웃거렸고, 그녀도 자신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는 세월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녀의 청춘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잇었다. 벌써 외모나 몸매, 상큼한 매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벌써 해변이나 공연장 관람석에서 마주치는 열여덟 살 여자들과는 달랐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급격히 달라져 자유연애나 섹스 혁명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시대였다. 그녀는 세상이 자유분방하게 변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녀는 자유연애보다는 지속적인 커플 관계를 원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들과 카마수트라에 나오는 온갖 체위를 시험해보는 꼴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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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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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이가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죽음 개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혹독하고 슬픈 과정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깨닫습니다.이 책이 끝나고 이후 이야기책 읽어달라고 난리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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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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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기초로 쓴 책이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에 가까운 책. 그저 나를 위한 리뷰를 남기고 싶었다.


보통 어른들은 과거 이야기를 할 때 그런다.

내 이야기를 하면 책 몇 권은 나올 거다. 내가 얼마나 힘든 일을 살았는지 상상도 못할게다.”

이런 말씀을 하신 분 중, 실제 빈 원고지에 글자를 채운 어른은 많지 않다. 저자는 그랬다. 글을 쓰며 돈을 벌었던 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힘든 현실을 겪으며 계속 떠오르는 과거 때문이었다.



인생에서도 어려운 고비를 넘길 때는 반드시 그곳에 심리적 주둔군을 많이 남겨두게 되고, 다시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9/305)



지은이 서명숙 작가는 긴급조치 9조에 따라 박정희 정권을 반대하는 데모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다녀왔다. 어머니는 딸 인생이 매우 기구할 것이라는 사주를 듣는다. 쎈 사주를 억제하기 위해 딸 이름을 따서 가게 이름을 지으셨단다. 딸은 누구보다 똑똑한 딸로 크고 엄마는 능력 있는 여성으로 혼자 살라며 용기를 준다. 똑똑한 딸은 커서 제주도에서 고려대 교육학과에 진학한다. 학보사에 합격해 사회에 눈을 뜨고 남편과 심재철, 유시민 등을 만나 운동권에 투신한다.



저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바로 책 이름, ‘천영초언니였다. 고려대학교 여학생이 모여 공부하고 데모를 기획한다. 이 안에서 같은 투쟁을 하는 친구지만 여성이기에 겪는 수모를 겪는다.



여학생들이 좀 참아야지. 같이 덤비면 어떡해.“ 폭력의 피해자에게 오히려 참으라고 하는 그녀가 내가 알던 그 정겨운 이모가 맞나 싶었다.131/305



그 당시 겪은 철저한 방송 통제도 피해갈 수 없었다.



철저한 사전 검열과 보도 통제로 신문과 방송에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은(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아사히 신문에는 시위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되었다) 세종문화회관 시위를 알릴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판단에서였다.(101/306)



이런 힘든 일을 겪은 후, 저자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무조건 국가 말을 잘 듣기만 하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순수한 부모는 딸을 본 후 복잡한 마음에 괴로워한다. 이런 부모와 불량한 동생을 보며 국가보다 효녀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있기 힘든 일이 생긴다. 영초 언니와 같이 산 인연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변하고 결국 제주도에서 엄마가 준 돈을 내고 감옥에 들어가는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사기와 절도를 한 죄수와 함께 투옥된다.



억울한 일로 감옥에 들어간 사람은 무척 많았다. 특히 매우 긴 기간 투옥됐던 신영복 선생님이 떠올랐다. 서명숙 님은 세 개의 계절을 보낸다. 신영복님은 무려 몇 십 년 네 개 계절을 보냈다. 국가가 저지른 무시무시한 일을 이 책을 통해 같이 경험했다.



서명숙은 협조자였을 뿐, 주도자로 찍힌 영초 언니는 독방에서 외롭게 감옥 생활을 견뎌야 했다. 이후 서울대 천재라 일컬어 졌던 정문화 선배와 결혼한다. 화자인 서명숙 작가도 대학 때부터 친했던 엄주웅과 결혼한다. 둘 다 힘든 시절 열정적인 사랑을 했지만 두 커플 사랑은 끝나버렸다. 마치 열정을 다했던 그 행동이 어떤 보답도 없이 흐지부지된 상황과 사랑 결말이 같았다. 그들이 반대한 박정희와 유신 정권은 끝났지만 향수라는 무기로 아직도 꿈틀대며 살아있다. 그렇게 박근혜는 당선이 됐고 최순실이 민주주의를 외치는 어이없는 상황.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그렇게 현실은 역사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가장 뜨거운 피를 갖고 있던 영초언니는 결국 한국을 떠난다. 타지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고 뇌 기능까지 잃는다. 과연 그건 축복일까 비극일까?


앞서 읽고 같이 의견을 나눴던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주인공은 온갖 악행을 저질렀지만 시간을 통해 죄가 발각된다. 반대로 이 영초언니는 옳은 일을 향해 몸을 불살랐고 결국 이루었지만 시간을 통해 다시 악이 꿈틀대고 있음을 목도한다. ‘시간은 악인에게도 의인에게도 동일하게 잔혹하다. 그렇기에 이런 책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어쩌면 너무 힘든 시간을 통해 위로받아야 하는 일은 비단 저자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주둔군 이론’. 아주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간 걸 바탕으로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힘. 이 힘이 지금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확실히 현재는 과거보다 낫다. 그렇지만 밝아야 하는 미래보다는 한참 부족하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치열한 과거에 대한 복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모든 것들이 달라지고 무너지고 무뎌진다. 정치적 입장도, 남녀 간의 사랑도.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바스러진다.(307/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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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9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29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사마천의 한탄에 공감했습니다. 선량한 사람들은 불행한 일을 겪고, 악한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누릴까요? 세상의 모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책한엄마 2017-08-29 14:07   좋아요 0 | URL
사일러스님도 읽으셨군요.제가 놓쳤나요?
사일러스님 서재에서 찾아봐야겠어요.
저도 사일러스님 의견에 동감합니다.ㅜㅜ
그래도 영초언니는 후배가 책을 통해 삶을 의미있게 그려줘서 고마울 것 같아요.

cyrus 2017-08-29 14:14   좋아요 1 | URL
예스24에 《영초 언니》 리뷰 이벤트가 진행되었을 때 책을 읽었어요. 리뷰는 예스24 블로그에 있어요. ^^

2017-08-29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