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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품격 - 맛의 원리로 안내하는 동시대 평양냉면 가이드
이용재 지음 / 반비 / 2018년 6월
평점 :
『냉면의 품격 – 맛의 원리로 안내하는 동시대 평양냉면 가이드』 이용재 저 - 반비
얼마 전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은 아마 올 시즌 최고의 뉴스가 되지 아닐까 한다. 그 회담에서 화제가 된 음식이 바로 평양냉면이었다. 냉면, 냉면의 계절인 여름이 다시 돌아 왔다. 여름이면 거의 매일 먹는 냉면과 막국수! 오냐 그 냉면에 관한 책도 한 번 읽어보자.
여름 음식 냉면? 나에게 냉면은 더 이상 여름 음식이 아니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사시사철 계절불문하고, 날씨에 관계없이 냉면을 자주 먹는 편이다. 2015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개인 블로그에는 냉면과 막국수에 관한 글이 벌써 40개가 넘어 섰다. 주로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의 막국수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 관한 냉면 맛 집만 추려서 담았다. 그 냉면도 함흥식이 아니라 정상회담에서 문대통령과 김정은 등이 먹었던 그 평양냉면을 하는 집들만 골라서 담았다.
냉면의 품격. 저자는 어떤 식으로 냉면의 품격을 매기고 있을까? 책을 읽기 전에 수년간에 걸쳐서 내가 평가했던 막국수와 냉면의 관한 블로그 글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나는 주로 조미료 맛으로 평가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념 맛이 강한 집, 양념 맛이 약한 집, 그리고 그에 더해서 메밀의 함유량 정도? 그러나 작가는 우선 범위를 한정했다. 서울과 경기도의 31곳의 집을 선정했으며, 가게의 역사로 대분류를 했다. 즉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유서 있는 가계들(뿌리)로 시작해서, 줄기와 2000년 이후에 등장한 신흥 맛 집을 소개하는 식이다. 맛에 대해서도 그냥 본인처럼 단순한 평가가 아닌 면, 국물, 고명·반찬, 환경·접객, 총평 등 총 5가지로 분류해서 평가를 했다.
그렇기에 냉면에서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육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분위기와 친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람 등 평가기준은 각자 다 다를 테니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참고를 한다면 좋을 듯하다. 내 블로그에는 냉면 이외에도 짬뽕, 스테이크, 햄버거, 피자, 한식, 일식 등 다른 맛 집에 대한 평가에 관한 글들이 이미 500개가 넘어섰다. 짬뽕은 면과 국물 그리고 해물의 양 등으로 평가를 했지만, 냉면은 그냥 종합적인 총평만 남겼다. 냉면은 사골이냐 동치미 육수냐? 메밀의 함량에 따라서 면의 맛이 다르게 이렇게 분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동치미 육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골 육수에 좋은 평가를 줄 수 없다. 메밀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밀가루 함유량이 높은 면에 높을 점수를 줄 수 있을까? 나는 동치미 육수와 메밀면을 좋아 하기에 이런 곳에 무조건 적인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작가는 음식문화비평가답게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하긴 그것이 음식문화비평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글을 보면 신랄한 평가가 돋보인다. 맛이 없는 가게는 그냥 맛이 없다가 아니라 최악은 기본이고, 공업의 맛, 공업화된 노포, 악몽, 싸구려 맛 등 그동안 생각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수식어가 붙어 있다. 반면 좋은 평가를 받은 집들은 완성도 높은 정직한 맛, 한식의 표본, 지존, 고소하고 신선, 긍정적인 의미, 긴장감을 잃지 않는 등의 찬사가 붙어있다. 그렇다면 그냥 무난한 중간대의 평가를 받은 식당은 어떨까? 스포츠 이온 음료 같은 육수, 당면인가? 취향의 먼 바깥 등의 재미난 표현이 이어진다.
오호~! 맛을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작가가 극찬한 냉면집들을 한 번씩 가보고 싶다. 특히 겨울에 가면 더 좋다는 그 냉면집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