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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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一讀 : [2007.2.19]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책의 제목은 얼핏 생각하기에 흔한 사랑얘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책을 조금만 읽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이 서명은 '나는 누구인가' 와 비등한 위력을 가지는 철학적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피상적으로 드러난 것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지만 결국 그 질문의 핵심은 영원히 알 수 없는 미궁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는 것이 어려운만큼 사랑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리라.

 사랑은 인류 최고 불멸의 주제다. 근래에 들어서 사랑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원리와 본질의 복잡함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사랑과 그 시작점을 같이하는 철학 정도만이 사랑의 설명에 있어서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하고 있다. 소설에서 필자는 이 철학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사랑에 대해서 최소한의 설명을 하려고 노력한다. 정확히는 사랑 전반에 관한 설명이 아니라 자신의 상대(들)에 관한 심리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자신과의 관계에 이용하려는 도구로써 자신의 철학적인 지식을 이용하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대상 범위가 줄었다고 하더라도 그 복잡함의 정도는 결코 덜하지 않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소설의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는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남녀가 만나고 싸우고 헤어지는 진부한 구성 속에 던져진 주인공은 거의 모든 일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 한다. 무엇하나 결정하고 판단하는데 자신의 모든 철학적 지식을 동원하고 상대를 해석하려는 시도가 독자로 하여금 괴리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렇다고 그의 철학적인 해석들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가 했던 철학적 사고의 과정은 최선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철학적으로 해석을 하면서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 라는 철학적 방어막을 가지게 되니까. 그걸로 그의 사고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누구나 그랬고, 원래 그런 것이니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사랑도 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철학적 잣대를 대지 않을을 뿐 그 복잡함과 심도에 있어선 이 어려운 남자보다 더 쉽다고 할 수 없을 듯 하다. 사상가들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을 뿐 결국 우리가 하는 사랑이라는 것도 철학적인 판단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다행이지 그랬다면 데이트 한 번에 칸트를 잠자리 한 번에 데카르트를 생각해야되는 상황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칸트가 어렵고 데카르트가 난해하다 하더라도 사랑보단 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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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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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통의 소설을 읽으면서 드는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겹다'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단순히 시니컬하다는 것을 넘어선 그 무엇인가를 노통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구토증' 은 비단 소설 속 주인공에만 해당되는 증상은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작중 인물과 같은 증세를 호소하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상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 뒤따르는 인물의 예상 외의 반응들. 이러한 요소들이 그녀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았는지도 모르겠다. 독자들은 그녀에 소설에 반감을 표하면서도 그녀의 소설이 나올 때마다 -그녀는 1년에 한 번 꼬박꼬박 책이 나오는 꾸준한 작가다- 서점 카운터에 그녀의 책을 들고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혹자는 감춰진 내면의 그녀의 소설을 통해서 발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한다. 독자들이 그녀의 책을 사보는 이유야 알 필요는 없다. 그녀의 소설은 그와상관없이 그래왔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

  '공격' 도 그녀의 이러한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원제목이 '테러' 였다고 하니 작가는 아예 독자들과 시비라도 붙을 모양이었던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인쇄된 묘사만으로도 역겨움을 자아내는 추남이다. 스스로도 구토증이 밀려와서 어쩔 줄 모르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너무나 아름다운 - 누가봐도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이 얼마나 역겨운 일인가. 일단 의아한 생각이 먼저들고 그 다음에는 용납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냐?'

  카지모도와 그를 비교하지만 항상 그가 더 못생기고 더 매력없음을 내비춤으로써 자신의 승리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것은 추하지만 '아름다운' 사랑 으로 기억되는 꼽추 얘기에서 '추하기만 한 사랑' 만 뽑아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이루기 위한 애틋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상대방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막무가내일 뿐이다. 오히려 이럴 때는 못생긴 자신의 얼굴이 무기라도 된다는 것처럼...

  어쩌면 노통은 아주 평범한 소재를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시각으로 본 '미녀와 야수' 라니.... 겉으로 보기엔 적어도 그런 평을 받을만 하니까. 하지만 소설은 그저 소재만 같을 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랑에 빠진 사이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게 작가가 바라는 바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것이 오히려 현실이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아름다운 '미녀와 야수' 가 현실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일까.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냐는 말이다. 무미한 눈으로 소설을 바라보기엔 이 소설이 주는 메세지가 너무 차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이것이 더 현실에 가까운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의 아름다운 사랑을 바라는 것은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던 하나의 이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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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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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티의 소설인 동시에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포와로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소설의 상당 부분을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크리스티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타일과 포와로의 추리 방식이 어쩌면 하나의 틀로 정착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크리스트는 여타 추리소설과 달리 추리보다는 그 과정이나 범행의 동기에 초점을 맞춘다. 포와로 또한 명확한 증거보다는 심증이나 우연히 얻은 하나의 조각을 퍼즐에 맞추는 것을 사건해결 방식으로 내세운다. 그가 즐겨 쓰는 '회색 뇌세포' 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그와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 아닐 것이다. 이러한 스타일의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추리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추리를 위해 단서를 던져주기 보다는 작가와 탐정만이 해답을 알고 있고 얼마나 유능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사건을 해결하는가를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책을 다 일고 나면 독자는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몰려오는 허무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도 작가 크리스티와 탐정 포와르의 조합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죽어야 해." 라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된 포와르. 이 사실이 사건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서두부터 독자는 소설과 함께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김없이 자신의 주위에서 사건이 터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그의 모습 또한 낯설게 느껴질 법한 부분이다. 왜 포와르는 누군가의 신고나 요청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는걸까. 왜 사건이 그를 따라다는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상투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조합이 지극히 상투적인만큼 다른 곳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재미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작가의 능력에 기인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독자는 책을 읽고 난 후 허무한 결말에 -또는 너무도 엉뚱한 결말에- 책을 놓아버릴지 모르지만 결말에 이르는 과정의 긴박감은 여느 소설 못지 않다. 살해동기가 너무나도 명확한 사람들. 누가 살해를 했더라도 수긍이 가는 상황들. 이어지는 단서들은 한 명을 범인으로 몰아가다 반전을 읽으키는 방식보다는 모두를 살해범으로 생각하게 한 다음 뒷통수를 치는 방식을 택한다. 그 과정에서 인물의 심리 변화 과정을 보는 것은 이 소설을 읽는 또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구분이 되어 있긴하지만 오히려 심리소설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독자는 대개의 추리소설에서 기대되는 문제를 풀어가는 재미나 범인을 찾아내는 스릴보다는 인물들간의 물고 물리는 심리전에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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