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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평점 :
소설가로서 살아간다는 것과 삶 전반에 대한 하루키식 성찰.
소설가가 직업인 어느 파워블로거의 개인 블로그를 엿보듯,
매우매우 자전적이고 개인적인 에세이.
전업작가를 꿈꾸는 이에겐 자기계발서가 될 수도 있으려나. 이미 성공한 상위 1% 작가군에 속하는 선생님이 조금도 강압적이지 않은 어투로 겸손하게...
나는 소설가란 직업을 30년간 해왔는데, 내 방식이 작가란 직업의 전형이 될 순 없을지 몰라도 네가 소설가란 직업으로 링에 올라오고 그 꿈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
라고 조근조근 말하는 책.
물 흐르듯 잔잔한 하루키의 소설은 그리 취향이 아니라 노르웨이의 숲을 제외하곤 소장한 소설이 없었는데, 역시 에세이만은 늘 평타 이상을 친다.
나는 90년대 세기말의 아이콘이던 무라카미 류의 소설들을 열광적으로 좋아했었다. (그는 군조 신인상과 아쿠타가와를 동시에 수상하며 고작 24살의 나이에 화려하게 데뷔한 천재였다.) 그런 반면 늦깎이 작가인 하루키가 아쿠타가와상 후보에만 오르고 늘 수상에 좌절했던 사실을 이 에세이로 처음 알게 되었다.
하루키 자신은 아쿠타가와 상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말 젊었던 당시에도 그랬는지는 모를 일이다. 허나 무라카미 류의 코인로커 베이비즈를 읽고 와 대단하다. 이런 소설은 류니까 쓸 수 있는 것, 류 밖에 쓸 수 없을 것... 이라고 느꼈었다고 담담히 말하는 60대의 작가 하루키에게서 여유와 관록이 느껴진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와 돌이켜 보니 그의 행보와 작품의 궤적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키는 화려하게 등단하는 천재성 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그가 작가로서 걸어온 30년이라는 긴 세월로 증명해 보였다. 등단 당시 이런 소설은 문학이 아니라며 혹평하던 문단의 비평가들에게 보란 듯이...
당시 하루키 보다는 류를 더 좋아하던 나도 지금 하루키의 소설들을 다시 읽어보면 그때 읽었던 감흥과는 다르게 와닿지 않을까?
신기하게도 하루키가 쓴 에세이를 읽고나면 꼭 그의 소설들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