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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 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
허시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어쩌다 손에 들어 온 책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술을 만드는 사람도 아닌 내 손에.
그저 우리 술에 관한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읽었는 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술에 관한 책이니 당연히 술 이야기로 그득하다. 헌데 그냥 우리가 늘 접하는 소주, 맥주, 양주에 관한 술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대로 선조님들이 마셔오던 술에 관한 이야기가 좀 솔깃한 면도 있었다. 술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술자리의 풍성한 이야시서히사 좋고 살짝이 풀어진 사람들 마음이 드러나는 것도 좋아서.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이 아니라 적당히 흥취가 올라 느슨한 상태에서 서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소통을 하는 그런 술자리를 좋아한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여러 술 소개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는 데 읽을수록 술에 대한 생각이,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술 문화가 마지막으로 한동안 잊고 있던 전통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산버찌술, 백화주, 과하주, 잎새곡주, 무술주, 매실주, 죽력고, 호산춘 등 참으로 여러가지 술들이 만들어지고 마셔졌던 술들에 대한 지은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다양한 재료와 쓰임새로 술이 사용되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술을 왜 빚는다고 표현하는 지를 느끼게 한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어줍잖은 법에 의해 너무나 많은 우리 문화가 사라져 갔는 데 술문화 역시 그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야 우리 술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또 대중화되어 시판되는 술도 있고 하지만 대학 시절엔 우리 술에 대해 정말 아는 바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이 책과 같은 우리 술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참으로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가 쓴 글 중에서
"전통은 지도와 같다. 이 땅에 살다간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지도다. 그 지도를 보고 난 이 땅을 돌아 다닌다. 그래서 목적지를 쉽게 빨리 찾아간다.이 땅에 살다간 선배들의 세월과 열정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지름길도 있고, 우회 도로도 있고, 잘못된 길도 있다.....
전통은 지도다. 우리가 끊임없이 고쳐나가야 할 지도다."
서정범 교수님은 주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 로마 신화에 바쿠스가 있고 일본엔 백제인수수거리가 있는 데 한국에는 조라가망이 있다."
단지 술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술 책이다.
만드는 법도 나와 있긴 하지만 만들어 볼 엄두는 안 나는 데 읽다 보니 술 만드는 것을 알려주는 데도 있고 또 동아리도 있어 배우려고 맘만 먹으면 누구나 자신의 민든 술을 마실 수 있을 것 깉디.
예전 우리 선조님들 처럼 자신에 맞는 술을 직접 만들어 마시는 것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