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좋아하고 논리적인 토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논리정연한 책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이 내게 그런 기쁨을 누리게 해주었다. 우리 나라 미술사에서 우리 여성들 위치가 어떠했는 지, 또 당시 사회 속에서 보여지는 여성들은 어떠했는 지. 일목요연하게 잘 씌어져 잘 정리된 시험 대비 노트를 한 권 읽은 기분이 든다. 그 시대를 어찌 그리 잘 표현하고 있는 지 깜짝 놀랄 정도다. 그림도 우리 생활의 한부분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사실 미술 평론집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 조금은 걱정도 했었는 데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그림과 설명이 잘 어우러져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나라 여성들이 변화를 그림에서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배운성의 '여인(1950년)'은 정말 당시 한국 여인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강관욱의 '구원(1985)'은 우리 어머니들 모습 그대로 이고 민정기의 '한여름 고추밭 매기(1991)'는 우리 외할머니 모습을 뵙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잘 그려준 그 모습이 아주 오래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정말 다감하고 순박한 모습이 잘 살아 있다. 이인철의 '바퀴벌레'와 박불똥의 '내 아들을 돌려다오(1994년)', 석영기의 '목단(1995)' 은 그 작가의 아이디어에 놀랬다. 그런 멋진 작품들이 완성되기 위해 작가들의 고충이 얼마나 컸을 지.... 이 책은 정말 멋지다. 사람에게 쓰여지는 멋지다라는 말을 이 책에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