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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글.사진 / 나무생각 / 2008년 2월
평점 :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다.
자신의 길을 감에 있어 한 눈 팔지 않고 굳굳하게 가는 사람들.
아무나 따라 갈 수 없는 길을 가는 그 분들 정말 존경스럽다.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을 묵묵히 내 일이라 생각하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지켜 온 분들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한편 생각해 보면 대를 잇는 자녀들도, 남편의 뒤를 든든히 받쳐 준 그 분들의 동반자와 자녀들도 다같이 존경스럽다.
불꽃처럼 살다 간 채규철-극심한 화상으로 포기할 수도 있었을텐데 교육자로 거듭나 존경 받는 교육자로 생을 사신 대단한 분.
철학자 농부 김광덕-이슬 먹고 사는 반딧불이 같은 농부, 멋진 세상을 만들줄 아는 분이다. 그러나 당신 삶은 순탄치 않았을텐데도 말이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구두를 만드는 남궁정부- 자신의 장애를 다른 장애인 사랑으로 승화시킨 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 주신 분이다.
시한부 청년 시인 김민식- 자신의 짧은 생을 멋지고 보람차게 살아간 사람. 삶을 윤택하고 멋지게 사는 것은 연륜이나 경륜만은 아닌 것 같다.
영통사 사장 혜관
연 할아버지 노유상-연으로 세상을 아우르신 분. 나 역시 우리 연이 그리도 멋진 줄 몰랐다. 솔직히 어린 시절 만든 연을 날리면서도 그리 많은 종류가 있는 지, 멋진 역사가 숨어 있는 줄 몰랐다. 연할아버지 덕분에 우리 연의 멋진 면모를 알게 되었다.
성우이용원 이발사 이남열-미용실이 아무리 발전해서 이용실 고객이 다 가버린다 해도 자신의 능력만 있으면 안 될 것이 없다는 그 분. 진정한 장인이다. 역사는 새로움과 낡음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 생각하므로. 기초가 든든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
고전음악감상실 하이마트 김순희-음악 사랑이 남다른 가족들이다. 사실 쉽지 않은 지킴이 노릇이다. 세상 흐름에 따라 우왕좌왕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데 말이다.
엿장수 윤팔도·윤일권-언젠가 TV에 나온 부자를 보고 대단하다 느꼈는 데 책에서 읽으니 또 새롭다. 신구의 조화가 어떻게 멋지게 탄생하는 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형제대장간 유상준·유상남-요즘 세상에 대장간이라니.... 그러나 그들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멋진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리도 다른 나라들 처럼 쟁이가 활개치는 나라가 되면 정말 좋겠다.
종장 원광식-종만드는 게 매우 어렵다는 말은 들었는 데 그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해 낸 분이 계셔 참으로 자랑스럽다. 우리 종의 은은하면서 멀리 퍼지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고생했을 지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파이프오르간 마이스터 구영갑-마이스터는 존경의 대상이라는 데 외국인이 현지에서 마이스터가 되었다는 것은 외국인이 우리 풍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정말정말 대단한 분이다.
수집벽에 걸린 박물관 관장 천영덕-수집이라는 게 돈이 많이 드는 일인 줄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돈만 가지고도 되는 것이 아니요. 열정만 가지고도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에 학식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 정말 할 말이 없다.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이대실-가족을 위한 꺼리를 마련해 놓고 자신의 삶을 찾아간 분.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가족들이 살만큼 이뤄 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도공 한상구-백자가 좋아 백자에 빠진 사람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소나무 하나로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을 만든 분. 사진을 잘 찍으려면 에술 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그 분 말에 백퍼센트 동감.
식물원 만든 한의사 이환용-한의사와 식물원. 잘 연결되지 않는 조합인데 그 분의 말씀을 들어 보니 너무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어릴 적 고향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식물원으로 되살아 난 것이라는 것을
딩이마을 경씨 5인방-짚풀 공예로 마을을 되살린 5형제분들. 우리 나라 전통이 어떻게 계승 발전되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된장장수 이정림-우리 나라 대표 발효 식품 중 하나인 된장. 그 효능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돤장이 없다면 불가능할텐 이런 분들이 계셔 가능한 일이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그 분들 삶에서 배울 것이 많다.
집 짓는 사내 여정수-자신의 미완성 작품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 쉽게 말로는 돌멩이를 모아다 짓었다 하지만 각각의 자리에 맞게 배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의 완성된 집을 꼭! 보고 싶다.
연주하는 이소영-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는 데 그 불편함을 오히려 역 이용하여 자신의 소질을 더욱더 개발시킨 그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과 다르기 때문에 많이 불편할텐데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쉼없이 가는 그녀는 정말 난사람이다.
키위 농장 정기동-골드키위를 먹고 있는 지금이 어찌 만들어졌는 알 수 있었다. 정기동 그 분이 아니었다면 제주도 귤 농장사람들과 우리는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답답해진다. 그 분이 계셔 지금이 있을 수 있어 정말 좋다.
비수구미 마을 사람들-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삶을 가꿔 온 분들 이야기로 집단 마실이라는 단어가 눈에 쑤~욱 들어 왔다. 마실이라는 단어가 푸근하고 더구나 집단이라는 데 더욱 끌린다.
우리 나라에 이런 멋진 고집쟁이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살만하고 멋진 나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와 박힌 한 말씀.
철학자 농부 김광덕님의 말씀
"자기 자식 잘 되길 바라지 마라. 자식이 좀 모자라거나 실수를 해도 잘 살 수 있도록 세상을 제대로 만드는 게 더 쉽다. 그게 자식 잘 되게 하는 길이다."
시한부 시인 김민식님의 말씀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그저 제 할 일 하면서 살 것."
이 두 분 말씀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반성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