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그림에 대한 솔솔한 재미와 숨은 뜻을 깨닫게 해 주신 분이 가셔 아쉬움이 하늘 같다.

그분의 그림 읽기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 가는 탐정과도 같았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진~하게 느끼게 해 주신 분이며 보이는 것을 제대로 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몸소 보여 주신 분이다.

그러기에 그분의 자리 비움이 커다란 실연처럼 느껴진다.

우리 문화에 대한 특히 그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을 써 오셨는 데 앞으로도 많은 글들을 접하리라 생각했는 데 빨리도 가셨다.

아마도 그 분은 하늘에서도 필요하신 분인가 보다.

이 책은 그분이 남긴 글을 다른 동료분들이 발간한 책으로 다른 책에서 읽은 내용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는 데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 분의 치열한 그림읽기이다.

이 번 책에서 그런 부분들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1. 송하맹호도 - 우리 호랑이의 멋진 기상과 날렵함에 대해 표현하신 부분에선 기가 막힐 정도이다. 그저 볼 때도 좋았는 데 글쓴이의 차분한 소개말에 그림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2.마상청행도 - 선비의 넉넉함과 여유로움, 자연과 하나된 모습을 보여 주는 그림이다. 힐끗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림 속 많은 이야기를 참으로 재미있고 유려하게 풀어 내어 그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3. 금강전도 - 이 그림은 볼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그런데 그 그림 속에 오묘한 숨은 뜻을 풀어 소개하는 글에서 감탄사만 나온다. 또한 그림 속에 그런 뜻을 심은 정선. 그 분도 참으로 대단한 분이시다.

4. 매화쌍조도 - 어려운 상황 하에서 시집가는 딸을 위하여 그린 매화쌍조도는 그 내용을 알면 알 수록 마음 한 켠이 짠~하다. 자식 사랑을 늘 마음 속에 품고 계시던 우리 조상들의 속 깊은 자식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현재의 부모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볼만 하다.

5. 노근묵란도 - 난 그림 중에 그렇게 뿌리가 드러난 모습을 그린 것은 처음 접한 것 같다. 기억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린이의 속 마음을 읽어 낸 글쓴이가 대단하다. 이렇게 풀어 낸 내용을 알지 못하고 그림을 봤다면 아마도 그림이 이상해 라고 생각하고 끝났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그런 그림이 그려졌는 지, 그린이의 마음이 어떠했는 지 알 수 있어 그림이 그저 보여지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6. 이채 초상 - 같은 사람을 할아버지와 손자로 본 오류를 글쓴이의 끝없는 탐구심으로 동일인임을 밝혀 낸 것은 정말 탐정과도 같다. 끊임없는 관찰과 그저 보아 넘기지 않고 비교 분석하고 의문점을 갖고 검증해 가는 과정이 진실로 험하고 고단한 길임에도 끝까지 밝혀 오류를 정정한 그 분에게 머리를 숙이게 된다. 이미 정해진 사실을 뒤엎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특히 이채의 초상은 그 생생함과 형형함에 눈이 번쩍 뜨인다.

와~ 우리 조상님들이 선비 정신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정말 그 정신을 닮고 싶다. 

단단하고 굳센 의지와 정신, 맑음을 정말 닮고 싶다.

새로 깨닫게 된 말은 "표구"가 일본 말이고 사실은 "장황"이었고 "표구사"는 "배첩장"이라는 것.

"예술의 경지는 단순해진다. 그리고 분명해진다. 거기에는 한 점의 군더더기도 없다. 화가는 그리는 게 본연의 임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더 그리고 싶은 욕구를 어느 순간 차갑게 끊을 수 있다는 것, 아니 무엇을 그리지 않아야 좋은 그림이 되는지를 절로 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예사 화가들이 넘볼 수 없는 지극한 경지다."

"이조" 라는 말과 "사대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글을 읽게 되어 좋았다.

내가 알고 있는 이조의 뜻이 다가 아닌 것과 "사대주의"의 정확한 뜻을 알게 되어 정말 좋았다.

이게 무슨 뜻인 지 알고 싶으면 책을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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